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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 Nov 25. 2023

전원주택의 로망

마당이 있는 집

 내가 사는 집이 전원주택이 맞는지 알아보려고 어학 사전을 찾아보았다.

 '농경지나 녹지가 있어서 시골의 정취를 느낄 수 있게 교외에 지은 주택' 이라고 풀어놓았다.

 우리집에서 서쪽과 북쪽에 녹지가 있으니 전원주택이 맞는 것 같다. 읍 중심지에 가깝긴 하지만 높은 건물이 없고, 산과 강, 논밭이 많이 보인다. 우리집에서 보이는 생태 공원에 있는 작은 연못에는 철새들이 자주 날아와 목을 축이거나, 먹이를 잡아먹는다.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풍경이 가까이 있어서 만족도가 높다.

  30년도 더 된 기억인데, 4학년 교과서에 미래의 생활을 상상해서 공부하는 내용이 나온다.

 아이들은 전원주택에서 살고, 인터넷으로 공부를 하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학교에 가서 체육 등의 수업을 하는 것으로 설정되어있다. 식재료를 재배하는 공장이 있으며, 부모님도 거의 재택 근무로 일을 한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를 가지 않고 인터넷으로 줌 수업을 경험해 보고, 부모님도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근무하는 생활을 약간은 맛을 보았다. 미래에 정말로 그런 생활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줌 수업과 재택 근무가 좋지 만은 않은 경험을 했으니, 미래사회의 모습은 조금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전원주택은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소망임을 알 수있는 공부인 셈이다. 전원주택에 살면서, 반려견 한 마리쯤? 키우고, 녹지가 많은 자연 환경에서 생활하는 일.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까, 전원주택이 아니라 편리하고 쾌적한 아파트에서 살아보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당연히 있을 것이고, 마당이 있는 집에서 편안하고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파트 생활 40년. 아파트의 편리함과 쾌적함을 충분히 누리며 살아왔다.

 갑자기 집을 짓고 이사를 오긴 했지만, 전원주택에 대한 나의 소망은 용기를 내지 못하고 여건이 준비가 안 되어서 그렇지, 전부터 꿈꾸었던 생활이 맞다.

 전원주택에 살면서 로망을 꿈꾼다. 로망은 프랑스 말로, 실현하고 싶은 소망이나 이상을 뜻한다. 역시 국어사전을 검색하여 찾은 뜻이다.

 내가 전원주택에서 '실현하고 싶은 소망이나 이상'은 무엇일까? 하나하나 생각해 보았다.


 1. 텃밭에서 내가 키운 채소로 반찬을 해 먹기

 2. 화단에 키우고 싶은 꽃을 많이 키우기

  이 두 가지는 이미 몇 번은 이루어온 소망이다.

 3. 넝쿨 장미를 키워서, 많이 핀 장미를 잘라 꽃꽂이하기

 4. 밭에서 키운 무, 호박, 가지 등을 마당에서 말려서 반찬 만들어보기

 5. 잔디밭의 파라솔 아래서 차 마시기

 6. 솥단지 걸고 시래기를 푹 삶고, 백숙이나 곰국도 끓이기

 7.햇볕 좋은 마당에서 빨래나 이불 뽀송뽀송하게 말리기


  아직 덩치가 큰 넝쿨장미가 없으니, 내년으로 넘겨야겠고,

  무, 호박, 가지 등은 수확이 시원치 않으니 아직 실천하기는 어려웠다.

  잔디밭에서 더러 차를 마시는 편인데, 날이 추우니 나가기 다. 그래도 한 계절 이상 마당 있는 집에서 충분히 차 한잔의 로망을 즐겼다.

 아직 우리집에는 솥단지를 걸 수 있는 아궁이가 없다. 드럼통이나 가스통을 잘라서 만든 화덕을 팔기도 하던데, 시골에서 무엇을 태우느라 연기를 내면 매우 싫어하는 남편은 장만할 의향이 없는 듯 하다. 시래기를 삶거나, 백숙이나 곰탕을 끓이려면 오래 끓여야 하는데, 그 로망은 이루기가 어려울 듯 하다.

 햇볕에 빨래 말리기는 몇 번 해 보았다. 빨래건조기가 있어서 바로바로 기계의 힘을 빌어 말리는 것이 날씨 영향도 안 받고 편해서, 건조대에 빨래 너는 것은 자주 안 하게 된다. 이불 널기는 내년에 해봐야겠다. 올해는 꽃밭 만드느라 마음 먹고 할 겨를이 없었다.

 거래하는 농약사에 갔다가 덜익은 수세미를 얻어왔다. 비염에 좋다는 수세미차를 만들려고 건조기와 햇볕에 며칠 말려보았다. 말린 수세미에 감초, 대추, 말린 배를 넣어 차를 끓였더니 먹을 만했다. 수세미차를 끓일 수 있도록 소분하여 냉동실에 보관했다.

 우리가 자주 해먹는 밑반찬인 무말랭이 무침의 기본 재료인 무말랭이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지인 집에서 얻어온 무를 썰어서 건조기에 세 시간 쯤 말렸다. 그리고 낮에는 마당으로, 밤에는 거실로 옮겨가며 사흘 쯤 말렸더니 하나로 마트에서 파는 무말랭이의 형태가 되었다.

 무 두 개를 썰어말렸는데, 양이 얼마 안 된다. 평소 무말랭이가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만들어보니 비싼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양이 적어 무를 구입했다. 하나는 깍두기를 담고, 나머지는 썰어서 무말랭이 말리기에 도전해 볼 생각이다.

 시골 살이의 로망 중에 또 하나를 이루는 중이다. 내년에는 내가 키운 호박과 가지로 오가리를 만들어볼 생각이다.

 양평 주택살이 첫 해를 보내는 중이다. 해가 갈수록 관록이 붙겠지만, 아직은 모든 게 서투르다. 그래도 주택 사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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