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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 Nov 28. 2023

함께 살기 따로 하기

작업실 나의 공간

  주택을 지으면서 나만의 공간인 작업실을 민들기로 했다.

 일층에 있는 거실과 부엌, 안방, 옷방은 부부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고, 이층은 방 두 개를 만들어서, 하나는 글 쓰는 공간인 서재로, 하나는 내 공간인 작업실로 만들었다. 퇴직하면서 배우기 시작한 미싱과 클라리넷을 연습할 셈이었다.

 그런데 5월 이사 이후, 집안 정리와 꽃밭 만들기에 그야말로 온 힘을 쏟은 우리 부부는 꿈에 부풀어 만든 이층을 거의 올라가지 않고 살았다.

 "이층 괜히 만들었나 봐."

 "다시 집을 짓는다면 단층으로 지어야겠어."

 결국 서재에 있던 컴퓨터가 거실로 내려왔다. 서재는 더 이상 글 쓰는 공간이 아닌, 한쪽 벽면을 서가로 만든 무늬만 서재가 되었다. 지금은 추운 겨울에 노지에서 키울 수 없는 식물들의 피난처가 되었다.

 사실 꽃이 좋아 더 좋은 환경에서 꽃을 키우고 싶어 한 건 나다. 남편은 고맙게도 그런 나의 소망을 이루게 해 주기 위해 주택살이를 하기로 한 거지, 본인이 전원주택에 대한 로망이나, 꽃 키우기에 대한 취미가 있는 게 아니었다.

 남편의 시골 생활 경험이라고는 어린 시절 방학 때마다 조부모님이 계신 시골에서 며칠씩 지내다 온 게 다다. 출생부터 성장까지 서울에서 자란 사람이니 시골일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나는 그나마 시골에 있던 외갓집에 간 기억은 중2 때 딱 한 번뿐이다. 세 살 때 어머니와 함께 갔던 것은 너무 어려서 기억에 없다. 소도시에서 도시 아이로 자랐다.

 시골로 왔다. 마당이 있는 전윈주택이다. 아파트에  입주할 때와는 달리, 전원주택 입주에는 몸으로 하는 일이 많이 필요했다.

 꽃밭은 내가 책임 지고, 집에 관한 건 남편이 책임지기로 했다.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필요하면 도와주며 6개월을 열심히 살았다. 한 번도 안 해본 삽질도 이제 제법 잘하고, 남편은 뚝딱뚝딱 필요한 것을 잘도 만들어낸다. 함께 한 시간만큼 우리의 전원주택살이도 안정이 되었다.

 퇴직 후 단둘이 살면서도 각자 자신의 시간을 가지고 서로 다른 취미 생활을 슬기롭게 즐기는 부부를 자주 접한다. 앞집 부부도 그렇게 산다.

 우리는 취미가 함께 산행하기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남편은 산행을 하면서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나는 다녀와서 산행기 쓰기를 좋아한다.

 공무원이라 퇴근 시간이 일정하여, 퇴직 전에도 퇴근하면 거의 함께 지냈지만, 퇴직하고 나니 같은 취미로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하지만 늘 좋은 건 아니다. 가끔 의견이 부딪치고, 서로 양보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언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남편에겐 중요한 문제가 내게는 큰 문제가 아니기도 하고, 또는 그 반대의 경우도 있는. 것이다.

 거주하는 공간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기를 원하는 남편과, 일이 끝이 안나 여기저기 내 물건이 쌓여있는 걸 못 봐주냐는 나의 의견 충돌.

 외나무다리 위의 두 염소처럼  양보를 못하고 언성이 높아진 날, 나는 정리 안된 내 물건들을 챙겨서 나만의 공간인 작업실이 있는 이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예전에 식탁이었던 커다란 책상 위에 공책과 메모쪽지 등을 모두 올려놓았다.

 작업실 의자에 앉아있으니 저절로 음이 풀렸다. 남편도 왔다 갔다 인기척을 내더니 잠이 들었는지 조용해졌다.

  왜 작업실을 만들어놓고는 자주 못 올라오는지 생각해 보았다. 

 왠지 둘 다 한 공간에 있어야 할 것 같은, 다른 공간에 있으면 미안해지는 느낌. 한 사람이 마당에 있으면 슬그머니 마당으로 같이 나가게 되고, 집안으로 들어가면 집안으로 따라 들어가는 일이 많았다. 남편만 그런 게 아니라 나도 그랬다.

 아는 사람도 없이 집만 지어 단둘이 들어와 사는 때문일 게다. 딸이나 사위, 손녀가 같이 있을 때는 그렇게까지 따라다니지 않는다. 집안일과 꽃밭일로 바쁘기도 했지만, 혼자 있게 하기가 미안해서 작업실에 잘 올라오지 못한 것 같다.

 다음날 바로 상황 종료되고 난 후, 남편에게 거기서 일을 하겠노라고 했다. 일하다가  마무리를 못해도 하던 그대로 두고 내려오면 되니까. 그럼 거실은 항상 깔끔할 테고.

 오늘도 남편에게 양해를 구하고 나만의 공간인 작업실에서 몇 시간을 보냈다. 아직 미안한 느낌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이런 생활에 곧 익숙해지겠지.

 내년부터는 평생학습센터에서 하는 강좌도 참여하고 싶은데, 아예 다른 건물로 분리된 곳에서 각자 시간을 보내는 일이다.

 앞집 부부처럼, 함께 살면서 따로 하는 일을 슬기롭게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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