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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 Dec 03. 2023

마트 투어

겨울철 시간 보내기

 양평에 터 잡고 산 지 6개월이 넘었나 보다. 6개월이 1년이 되고, 1년이 10년이 되겠지만, 아직 양평에서 제대로 살기에 불편한 것이 많다.

 양평 주택살이를 선택하면서 각오한 몇 가지 불편함 중에 제일 큰 것이 마트다.

 서울에 살 때도 대형 마트를 가려면 차를 이용해야 하는 곳에 살긴 했지만,  인터넷 주문으로 웬만한 것들이 다 배달되기 때문에 자주 이용하곤 했다. 일상적으로 오전엔 관악산 둘레길을 걷고 녹두거리로 내려오면서 버스 타기 전에 들르던 식자재마트도 물건을 다 사고 난 후 신청을 하면 집까지 배달해 주었다.

 양평에도 마트가 많다. 대형 마트도 하나 있지만, 서울의 대형 마트보다 크지 않아 물건의 다양성이 보장되지 못한 아쉬움이 많다. 게다가 배달을 하는 시스템이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식자재마트 수준의 큰 마트들이 많이 있는 편이긴 하지만 거기서 거기, 우리가 원하는 식품이나 생활용품을 한 곳에서 사기가 쉽지가 않다. 하나로마트에서 배달을 해주긴 하지만 역시 상품이 다양하지 못하다.

 그래서 가끔 1시간 거리에 있는 하남까지 원정을 갔다. 대형 마트가 둘 있는데, 둘 다 가 보았다. 하남 주소가 아니라 배달은 안 된다. 무조건 가서 고르고 차에 싣고 와야 한다.

 다*소라는 생활용품 마트가 양평에 꽤 많은 편이다. 그런데 큰 규모의 마트가 아니라, 필요한 물건을 사러 이곳저곳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하남뿐이 아니라 가평까지도 여행 중에 큰 규모의 다*소가 보이면 들어가서 필요한 물건을 사기도 했다.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영하의 날씨에 산길이 아닌 강가의 길을 걷기가 엄두가 안 나는지 남편이 별로 나가려 하지 않는다. 관악산 둘레길은 영하 5도 이하의 날씨에도 따뜻하게 입고 나가기도 했는데. 산은 올라가면 걸을수록 더워지는데, 강가의 찬바람을 막아줄 숲이 없어서 추운 날 물소리길 걷기는 싫은 모양이다. 날이 풀리면 가끔씩 걷기는 하지만, 서울에서 둘레길 다닐 때보다는 산책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항상 둘이 다니다 보니까 혼자는 잘 안 나가게 된다.

 꽃밭 일이 많을 때는 집에서 온종일 있어도 심심하지가 않다. 하지만 겨울에는 꽃밭에서 할 일이 거의 없다. 나무와 가을 파종 새싹들이 보온 덮개천으로 잘 보호되고 있는지나 가끔 살피고, 꽃 대신에 걸어둔 태양광 조명을 관리하는 일 정도뿐이니 대부분 실내 생활일 수밖에 없다.

 "마트 투어 하자."

  집에서 종일 있느니, 여기저기 대형 마트가 있는 곳으로 다니자고 제안을 했다. 하루는 하남으로, 하루는 전에 살던 신림동으로 여행하듯 길을 나섰다.

  가성비는 떨어지는 편일까. 기름값 생각하면 양평읍 마트에서 구입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더 큰 마트에 가면 다양한 상품의 혜택을 누릴 수가 있다. 음식 솜씨가 없는 나는 밀키트도 자주 구입하는 편인데, 이것저것 구입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좋다.

 10시쯤 집을 나서서 장을 보고 점심을 사 먹고 돌아오면 하루가 금방 간다. 매일 할 수는 없지만 일주일에 두어 번쯤은 마트 투어를 하기로 했다.

 어제는 늘 애용하던 국물맛 내는 제품을 사러 관악 하나로마트를 갔다. 양평 하나로에 없어서 양재하나로를 갔지만 우리가 원하는 제품을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신림동에 살 때 다니던 관악 하나로마트까지 간 것이다. 다른 곳에는 없던 그 제품이 관악 하나로에는 잔뜩 있었다. 세 팩이나 챙겼다.

 물론 그것만 사러 간 건 아니다. 그곳에 사는 딸 집을 방문해서 점심을 먹고 돌아왔다. 하루를 그렇게 지내다 왔다. 관악산 둘레길까지 걷고 싶었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서 그냥 돌아왔다.

 나는 쌀가루와 찹쌀가루를 항상 냉동실에 두고 김치나 죽 같은 음식을 만들 때 사용한다. 그 단골집이 관악산 둘레길을 걷고 나서 녹두거리로 내려오는 곳에 있었다. 차로 가다 보니, 늘 걸어 다닌 곳이라 골목이 복잡해서 찾기 어려워 헤맸다. 마침내 그 떡집을 찾았더니, 건물을 새로 짓고 있었다. 우리가 이사해서 그 길을 걷지 않은 사이에 완전히 사라져 없어진 것이었다. 헛걸음이었다.

 오늘은 용문을 다녀왔다. 용문에 있는 다*소에 가기 위해서였다. 이번에 우리가 원하는 제품은 원예 지지대였다. 서울에 갔을 때 다*소도 찾았으나 원하는 두께와 길이가 없었다. 그래서 예전에 구입한 적이 있던 용문면 다*소까지 간 것이다. 당연히 원하는 제품을 구할 수 있었다.

 떡집이 보이기에 쌀가루나 찹쌀가루를 안 파는지 물어보았더니, 쌀이나 찹쌀을 불려서 가져오면 빻아준단다. 할 수 없이 집에서 쌀과 찹쌀을 불려서 방앗간에 맡겨야겠다고 생각하니 귀찮아진다. 단골 떡집에서는 찹쌀가루를 미리 빻아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팔았었는데. 도시처럼 소량씩 찾는 사람이 없는 모양이다.

 용문 간 김에 새로 생긴 큰 마트에 들러 장을 보다가 그냥 공장 제품으로 쌀가루와 찹쌀가루를 샀다. 요즘에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전에 공장 제품 찹쌀가루를 사서 음식을 했다가 마음에 안 든 적이 있는데 걱정이다. 다행히 맛이 괜찮다면 더 이상 떡집에서 쌀가루나 찹쌀가루를 찾지 않을 것 같다.

 생활이 변해야 하는 건 맞다. 예전에 동네에서 쉽게 구하고, 장보기도 배달까지 편하게 했던 것들이 이곳에서 안 된다면 또 이곳의 방식대로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 마트 투어는 화원이었다. 용문에 있는 화원은 우리가 자주 방문하는 곳이다. 주인아주머니도 우리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이해 준다.

  겨울이면 하나 있으면 좋은 빨간색 포인세티아를 사려고 들어갔는데, 노란색 포인세티아도 보여서 챙겼다.

 사계 미니 장미가 색깔별로 보여서 그것도 모두 하나씩 구입을 했다. 꽃 없는 겨울에 우리 집 거실을 환하게 밝혀줄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레일바이크를 준비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아직 완공은 아닌지 궤도를 할 만한 곳에 예쁜 가로등을 세워놓았다. 어느 쪽으로 만드는지 길을 따라가면서 가로등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여행처럼 마트를 방문하고 돌아왔다.

 추운 겨울에 우리는 마트 투어를 하면서 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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