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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 Dec 10. 2023

첫 꽃밭 만들 때

전원주택 꽃밭  만들기

 꽃밭을 만들면서 생땅이라는 표현을 알게 되었다.

 '한 번도 파헤친 적이 없는 원래 그대로의 굳은 땅'이 생땅의 사전적 의미인데, 꽃밭 만들기에서 생땅은 한 번도 꽃을 가꾸어 본 적이 없는 비료기 없는 거친 땅을 뜻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산을 개발하여 택지로 만들어 분양하는 단지의 한 필지를 구입한 우리 땅이 바로 그런 대표적인 생땅이었다.

풀만 무성한 땅. 잡초는 그런 땅에서도 어찌나 잘 자라던지. 1m는 족히 넘는 듯한 풀이 뒤덮인 땅이 택지로 바뀐 것을 본 순간 가슴이 뛰었다.

 그 많은 풀을 예초기로 모두 베어내고, 마사토를 4톤 트럭 두 대 분량을 그 위에 부어 넣었다고 한다.

 풀 한 포기 없이 말끔히 정리된 택지에 집을 짓고, 조경 공사를 했다.

꽃 키우려 전원주택 지었으니, 아파트에서부터 모종을 키워 옮겨 심을 준비를 하고 있었고, 씨앗을 잔뜩 준비해서 꽃밭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바로 포트에 씨앗을 파종하고, 직파를 하기도 했다.

 한 해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겨울을 대비해 월동 준비를 끝내고, 이제는 실내식물과, 노지월동 안 되는 식물들을 챙기며 한 템포 늦추어 휴식의 기간을 즐기는 중이다.

 우리 동네는 신규 전원주택단지다. 우리 집보다 먼저 지은 집도 많지만, 아직 빈터 그대로인 땅도 많다. 올해 또 한 집이 거의 완공 단계다.

  작년에 지은 앞집은 넓은 잔디밭이 로망이라, 마당의 대부분에 잔디를 깔고 가장자리를 뺑 둘러 꽃밭을 만들었다.

 곧 완공하는 집이 궁금했는데, 잔디밭도 최소, 꽃밭도 최소로 하고, 큰 나무들을 많이 심고 있었다. 조경회사에 주문한 내용이 숲처럼 정원을 꾸미고 싶다고 했단다.

 우리 집의 특징은 잔디밭보다 화단이 넓고, 폭이 넓은 화단 관리를 위해 오솔길을 만들고, 나무나 초화를 매우 다양하게 심은 것이다.

 세련된 정원이든, 우리처럼 꽃이 많은 꽃밭이든, 건축주의 취향이 중요하다.

 꽃밭을 만들고 사계절의 사이클을 보내면서, 1년 먼저 경험한 건축주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다.


1. 먼저 좋은 땅을 만든다.

  생땅에서 꽃이 잘 자라기는 힘들다. 화단을 조성하면서 마사토는 물론, 퇴비를 충분히 섞어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양질의 토양을 만든다.

 2. 배수로를 만든다.

  봄장마와 여름 장마를 겪으면서, 과습에 약한 많은 초화들이 녹아 없어졌다. 달리아 구근도 썩어 나갔다. 알루미늄 잔디 엣지를 시공하고 오솔길을 만들면서 배수로를 설치하지 않아 화단이 물탕이 된 것이다.

 마사토를 충분히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수로를 만들고, 구배를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3. 직파보다는 모종을 심는다.

 땅의 토질 향상을 충분히 했다 하더라도 직파해서 발아시켜 식물을 잘 가꾸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이웃에게(같은 환경 조건이므로) 모종을 얻거나, 가까운 화원에서 모종을 사서 심는 것이 좋다. 한두 포기로는 좋은 효과를 낼 수 없으므로 충분한 양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돈은 좀 들겠지만 확실한 방법이다. 

 4. 구근을 활용한다.

 봄과 여름에 화려하게 꽃밭을 장식할 수 있는 튤립, 수선화, 무스카리, 글라디올러스, 백합, 달리아 등의 구근 식물을 추천한다.

 5. 침엽수와 색상이 뚜렷한 식물을 심는다.

 침엽수는 녹색잎이 없는 겨울의 삭막함을 줄여준다.

 우리 집은 홍단풍, 황금측백, 황금사철나무, 자엽안개나무,  말채나무(빨강), 노랑말채나무를 심어 강조색을 의도했다. 가을에 붉은 단풍이 멋진 화살나무와 남천도 울타리 나무로 심었다. 남천은 양평에서 노지월동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보온 조치를 해주고 살펴보는 중이다.

 6. 과실수는 많이 심지 않는 것이 좋다.

 과실수는 꽃이 예쁘다. 그러나 병충해도 많다. 특히 사과나무, 복숭아나무는 약을 여러 번 쳐야 한다. 봄에 아름다운 꽃나무에 꽃이 만개한 모습을 누구나 꿈꾸지만 최소한으로 심는 것이 좋다.

 7. 오래가고 키우기 쉬운 예쁜 초화 10선

  우리 집에 심은 꽃 중에서 오랫동안 존재감을 과시한 꽃 10가지를 선정했다.

  <멜란포디움, 메리골드, 천인국, 에키네시아, 루드베키아, 카네이션, 자하라, 톱풀, 헬레니움 다코다골드, 플록스>

 그 외 가우라, 니코티아나, 샤스타데이지, 휘버휴, 술패랭이 등이 우리 꽃밭을 멋지게 장식했다.

 * 해바라기는 병충해를 입어서 조기 퇴출시켰다.

 * 접시꽃도 존재감이 뚜렷한 꽃인데 흙이 좋지 않아서인지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

 * 붓꽃, 아이리스 등도 구근을 심었으나 올해는 꽃을 보지 못했다.

 8. 꽃나무 10선

    꽃나무는 씨앗을 파종하고 발아시켜 키우는 애를 쓰지 않아도 해마다 꽃을 보여주는 고마운 식물이다.

  <산수유나무, 매화나무, 홍매화, 겹벚꽃나무, 살구나무, 배롱나무, 공조팝, 라일락, 서부해당화, 영산홍> 심었다.

 이것은 개인 취향이다.

 9. 키 작은 식물이나 지피 식물을 활용한다.

  꽃잔디, 송엽국, 리향, 갯모밀, 채송화, 맥문동 등이 있다. 풀도 잡고 꽃도 예쁘다.

 10. 가을에는 국화와 구절초

 가을에는 대부분 꽃들이 사그라드는 계절이다. 그 빈 곳을 채워주는 것이 국화와 구절초다. 추위에도 제법 강해서 11월까지도 꽃밭에서 꽃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나는 국화존을 만들어서 가을 한 철을 충분히 즐겼다. 또 화원에서 원예국화를 사서 꽃밭에 심어 감상하기도 했다.

 분홍구절초는 한참을 피어서 우리를 즐겁게 하였다.

 11. 장미 심기

  첫해에 꽃을 보려면 성목을 사다 심으면 된다. 병충해가 걱정이지만 적당히 방제를 해주면 오래 꽃을 볼 수 있다. 내년에는 좀 더 풍성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12. 겨울에도 꽃 보기

 겨울에는 실내 꽃을 볼 수밖에 없다. 제라늄이나 사랑초를 키우는데, 꽃 보기가 쉽지는 않다. 식물등을 사용하면 되지만, 아직 망설이는 중이다.

 노지월동 안 되는 식물을 실내에서 물꽂이했다가 봄에 정식하고, 뿌리만 화분에 심어서 얼지 않게 보관했다가 봄에 노지에 심기도 한다. (루엘리아, 금관화 등)

 쥬웰채송화도 노지월동이 안 되어 실내 월동을 해야 한다.

 튜니아 종류는 실내에서 겨울에도 꽃을 볼 수가 있다.

 사계 장미, 란타나도 겨울 실내를 환하게 해주는 식물들이다. 올 겨울 잘 보내고 봄이 되면 노지로 내보낼 것이다.

카네이션
수선화
니코티아나
목마가렛
루드베키아
톱풀
채송화
멜란포디움
자하라
천인국
헐레니움 다코다골드
유파테리움
벌개미취
분홍구절초
사계장미
페튜니아
국화존

 꽃과 함께 살려고 이사 온 전원주택살이, 열심히 꽃밭 가꾸기에 애썼고, 덕분에 꽃으로 행복했으며, 내년에는 더 풍성하고 멋진 꽃밭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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