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파헤친 적이 없는 원래 그대로의 굳은 땅'이 생땅의 사전적 의미인데, 꽃밭 만들기에서 생땅은 한 번도 꽃을 가꾸어 본 적이 없는 비료기 없는 거친 땅을 뜻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산을 개발하여 택지로 만들어 분양하는 단지의 한 필지를 구입한 우리 땅이 바로 그런 대표적인 생땅이었다.
풀만 무성한 땅. 잡초는 그런 땅에서도 어찌나 잘 자라던지. 1m는 족히 넘는 듯한 풀이 뒤덮인 땅이 택지로 바뀐 것을 본 순간 가슴이 뛰었다.
그 많은 풀을 예초기로 모두 베어내고, 마사토를 4톤 트럭 두 대 분량을 그 위에 부어 넣었다고 한다.
풀 한 포기 없이 말끔히 정리된 택지에 집을 짓고, 조경 공사를 했다.
꽃 키우려 전원주택 지었으니, 아파트에서부터 모종을 키워 옮겨 심을 준비를 하고 있었고, 씨앗을 잔뜩 준비해서 꽃밭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바로 포트에 씨앗을 파종하고, 직파를 하기도했다.
한 해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겨울을 대비해 월동 준비를 끝내고, 이제는 실내식물과, 노지월동 안 되는 식물들을 챙기며 한 템포 늦추어 휴식의 기간을 즐기는 중이다.
우리 동네는 신규 전원주택단지다. 우리 집보다 먼저 지은 집도 많지만, 아직 빈터 그대로인 땅도 많다. 올해 또 한 집이 거의 완공 단계다.
작년에 지은 앞집은 넓은 잔디밭이 로망이라, 마당의 대부분에 잔디를 깔고 가장자리를 뺑 둘러 꽃밭을 만들었다.
곧 완공하는 집이 궁금했는데, 잔디밭도 최소, 꽃밭도 최소로 하고, 큰 나무들을 많이 심고 있었다. 조경회사에 주문한 내용이 숲처럼 정원을 꾸미고 싶다고 했단다.
우리 집의 특징은 잔디밭보다 화단이 넓고, 폭이 넓은 화단 관리를 위해 오솔길을 만들고, 나무나 초화를 매우 다양하게 심은 것이다.
세련된 정원이든, 우리처럼 꽃이 많은 꽃밭이든, 건축주의 취향이 중요하다.
꽃밭을 만들고 사계절의 사이클을 보내면서, 1년 먼저 경험한 건축주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해 보았다.
1. 먼저 좋은 땅을 만든다.
생땅에서 꽃이 잘 자라기는 힘들다. 화단을 조성하면서 마사토는 물론, 퇴비를 충분히 섞어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양질의 토양을 만든다.
2. 배수로를 만든다.
봄장마와 여름 장마를 겪으면서,과습에 약한 많은 초화들이 녹아 없어졌다. 달리아 구근도 썩어 나갔다. 알루미늄 잔디 엣지를 시공하고 오솔길을 만들면서 배수로를 설치하지 않아 화단이 물탕이 된 것이다.
마사토를 충분히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수로를 만들고, 구배를 잘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3. 직파보다는 모종을심는다.
땅의 토질 향상을 충분히 했다 하더라도직파해서 발아시켜 식물을 잘 가꾸기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이웃에게(같은 환경 조건이므로) 모종을 얻거나, 가까운 화원에서 모종을 사서 심는 것이 좋다. 한두 포기로는 좋은 효과를 낼 수 없으므로 충분한 양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돈은 좀 들겠지만 확실한 방법이다.
4. 구근을 활용한다.
봄과 여름에 화려하게 꽃밭을 장식할 수 있는 튤립, 수선화, 무스카리, 글라디올러스, 백합, 달리아 등의 구근 식물을 추천한다.
5. 침엽수와 색상이 뚜렷한 식물을 심는다.
침엽수는 녹색잎이 없는 겨울의 삭막함을 줄여준다.
우리 집은 홍단풍, 황금측백, 황금사철나무, 자엽안개나무, 말채나무(빨강), 노랑말채나무를 심어 강조색을 의도했다. 가을에 붉은 단풍이 멋진 화살나무와 남천도 울타리 나무로 심었다. 남천은 양평에서노지월동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보온 조치를 해주고 살펴보는 중이다.
6. 과실수는 많이 심지 않는 것이 좋다.
과실수는 꽃이 예쁘다. 그러나 병충해도 많다. 특히 사과나무, 복숭아나무는 약을 여러 번 쳐야 한다. 봄에 아름다운 꽃나무에 꽃이 만개한 모습을 누구나 꿈꾸지만 최소한으로 심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