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설악산 수렴동계곡

수렴동 계곡 트레킹

by 세온

여름이면 꼭 한 번은 다녀오던 수렴동 계곡이다.

지난 7월 2일 용대리를 한번 왔었다. 하지만 며칠 전에 내린 폭우로 인하여 버스 운행을 중단하는 바람에 그만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다시 온 것이다.

수렴동 계곡은 중간에 오르내림이 약간 있기는 하지만 거의 평길 수준이라 산행이라기보다는 트레킹이라고 말하는 게 맞다.

하지만 영시암을 지나 오세암으로 가는 코스나, 수렴동 대피소를 거쳐서 봉정암이나 대청봉까지 가는 코스는 초보 등산객들에게는 제법 부담이 된다. 우리도 오래전에 오세암 코스를 몇 번 갔다 오긴 했지만, 봉정암이나 대청봉 쪽은 엄두도 못 냈다. 그런데 봉정암까지 가는 불자들이 꽤 많다. 원점회귀할 필요가 없이 숙박을 하기 때문인 것 같다.

봉정암 - 대청봉 길이 궁금하긴 하지만, (수렴동 대피소를 지나서 1km 정도 갔다 온 적은 있다. ) 나이가 있으니까 해가 갈수록 어려운 산행은 접는 게 순리인 것 같아서 우리는 수렴동 계곡을 트레킹 코스로 즐기는 중이다.

산행일은 비가 올 동 말 동한 날씨였던 8월 20일이다. 하늘은 잔뜩 흐려서 푸른색이라고는 한 조각도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다. 아침 8시 인제군 용대리에 도착을 한 우리는 우선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주차비(7,000원)는 나올 때 정산하게 된다.

용대리에서 백담사까지 가기 위해 마을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를 탄다. 버스 요금은 편도 1인당 2,500원이다. 총 7km, 우리 걸음으로 가면 2시간도 더 걸릴 거리를 단 15분 만에 백담사까지 데려다준다. 도중에 버스 안에서 계곡의 경치를 담아보려고 했지만, 카메라 초점이 맞지 않아 실패하고 몇 장만 건졌다.

다리를 건너면 백담사다. 우리는 백담사로 가지 않고 등산로 쪽으로 간다.

만해 한용운 시인이 스님으로 지내던 곳이라 백담사 내에 만해기념관이 있고, 또 용대리에 동국대학교 만해마을이 있다. 만해마을에는 만해문학기념관과 만해학교, 문인의 집 등 관련된 여러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해마다 8월이면 만해축전을 열어 전국고교생백일장, 서예전 및 전시, 공연, 대동제 등의 다양한 행사를 했다고 하는데, 올해 만해축전의 내용은 고교생 백일장 외에는 인터넷에 검색이 되지 않았다.

내설악 백담사 안내판

비가 많이 온 까닭에 등산로에서 백담사로 통하는 길에 수량이 많고 물살도 제법 거세다. 이 정도면 도로로 사람이 통과할 수가 없다.

이곳 백담사 근처의 개천에는 자갈로 돌탑을 쌓아놓은 것이 특징이다. 규모가 작아진 것을 보니까 이번 비에 많이 휩쓸린 모양이다.

이곳도 야생화가 꽤 있었다. 우선 짚신나물이 많이 보였다.

쉬땅나무의 꽃이 예쁘게 피었다.

쉬땅나무

마타리처럼 생겼는데 잎이 다르다. 검색해 보니 돌마타리다. 주로 바위나 돌 틈을 비집고 자란다고 한다.

돌마타리

드디어 숲길이 시작된다. 수렴동 계곡 등산로의 특징은 처음부터 끝(수렴동대피소)까지 계곡과 같이 간다는 점이다. 걷는 내내 시원한 계곡의 물소리가 동행한다. 수량이 많아서 그런지 물소리가 꽤 큰 편이다. 바람도 알맞고, 적당한 숲 그늘에 계곡 물소리까지 들으며 걷는 길이라 참 쾌적하다. 공기도 숲도 물도 트레킹의 좋은 친구가 된다.

백담탐방지원센터

길은 대체로 평길 수준이다. 여름 숲은 녹색이다. 보는 눈도 즐겁지만, 좋은 공기와 피톤치드의 영향권에 들어가는 건강한 경험을 하는 중이다.

유네스코 설악산 생물권보전지역이다. 설악산을 비롯하여 제주도, 신안다도해, 광릉숲, 고창, 순천, 강원생태평화, 연천임진강 등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자연을 잘 보전하는 일이 미래 인류에 대한 현세대의 책임이다.

살짝 경사가 있는 바위 사이에 폭이 좁은 곳이 있어서 물살이 거세게 흐르고 있었다. 우렁찬 소리에 절로 시원해진다.

닭의장풀이 깨알같이 잔뜩 피어있었다.

쑥부쟁이가 가을을 예고한다. 꽃들은 어찌 그리 제 계절을 잘 아는지. 조금 선선해졌다고 꽃몽오리를 맺고, 꽃을 터뜨리는 것을 보면 식물들도 환경의 변화를 읽을 줄 아는 것 같다.

쑥부쟁이

계곡이 더 넓어진 듯하다. 계곡 가운데 있는 두 그루의 나무들은 항상 이곳을 올 때마다 그 자리에 있다. 큰 비에도 휩쓸려 쓰러지지 않고 잘 버티고 있는 모습이 대견하다.

하지만 아무리 큰 나무도 쓰러진다. 쓰러진 나무는 생명을 다하고 나면 부서지고 썩어서 자연으로 돌아가겠지.

병조희풀을 처음 만났다. 다니다가 처음 만난 야생화를 검색으로 이름을 알게 되면 참 기분이 좋다. 다음부터는 그 야생화의 이름을 불러 줄 수가 있을 것이다.

병조희풀

물소리가 끊어지지 않고 산행 내내 동행했다. 수렴동 계곡은 그래서 걷기가 즐겁다.

단풍잎이 지금은 파랗지만, 가을을 준비하고 있으리라.

은행잎은 노랑색, 단풍잎은 빨강 색이라고 단정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1학년 자연 과목 시험문제에도 나왔다. 요즘은 초등학교에서 아예 일제고사 개념의 시험이 없어졌으니까 지금은 문제 삼지 않을 것 같다.

가을 산을 등산하게 되면 얼마나 다양한 색으로 물드는지 알게 된다. 그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려고 여러 가지 색깔의 단풍잎을 모아서 가져갔던 기억이 난다.

왜 도시 학교에 있는 단풍나무는 이상하게 빨강으로만 물들까? 도시 환경과 숲 환경이 그만큼 다른 모양이다.

지금은 여름이니까 푸른 숲, 시원한 계곡이나 감상해야겠다.

봉정암에서 오는 듯한 스님의 뒷모습을 보았다. 옷 색깔 때문인지, 말도 조용조용하고, 웃음도 빙그레 웃기만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불자들도 꽤 많이 오고 있었는데, 회색 절복을 입은 사람들이 가끔 눈에 띈다. 마찬가지로 그런 느낌이 드는 걸 보면 회색의 빛깔과, 개량한복에서 느껴지는 단정함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람쥐를 만났다. 등산로에 다람쥐가 꽤 많이 있었다. 우리는 다람쥐의 람자 돌림으로 다람쥐의 수를 세며 다니곤 하는데, 산행하는 동안 모두 십일람이를 만났다. 그런데 사람과 가까이 길들여지지 않아서 조금만 다가가도 재빠르게 도망가 버려서 사진 찍기가 힘들었다.

물이 검은 곳이 있었다. 흐르지 않고 고여있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선운사 계곡 도솔천처럼 주변에 참나무가 많아서 일까 궁금하다.

작은 꽃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래도 자세히 보면 예쁘다. 꽃 이름을 찾느라 꽤나 오래 인터넷을 뒤지고 다녔다. 크고 눈에 잘 띄는 것만 어떻게 꽃이겠는가. '깨알 같은 연분홍색'이라고 표현한 이 야생화의 이름을 발견한 순간, 이제는 그냥 잡초가 아니라 내게는 꽃이다.

산층층이

궁궁이, 어수리, 구릿대는 언제 봐도 늘 헛갈리는 종류의 야생화들이다.

궁궁이

고추나무에 열매가 달렸다. 잎도 꽃도 고추 같은데, 열매만 영 딴판이다.

고추나무 열매

18세기 무렵, 당시 심원사라는 이름이던 이곳으로 들어와서 수행에 정진하다가, 백담사로 개칭하는 일을 하신 설담당이라는 스님의 부도탑이 있었다. 원래 속세와 연을 끊고 살다가 세상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떠나는 것이 스님의 일생일 텐데, 후세 사람들이 그를 기리기 위해 만든 기념물이리라. 늘 그냥 지나치던 곳인데, 그가 남기고 간 흔적의 의미를 잠시 생각해 보았다.

커다란 나무가 계곡을 가로질러 쓰러져 있다. 오래 묵어 뿌리가 약해진 큰 나무는 쓰러지고, 그 빈자리를 채우려고 작은 나무들이 열심히 자라고 있는 곳, 이곳이 숲이다.

외갓집 화단에는 항상 배초향을 키웠다고 한다. 추어탕을 끓일 때마다 친정어머니가 방아잎을 넣어서 끓이셨는데, 그 방아가 배초향이란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잎과 꽃을 따서 손에 문질러 코에 갖다 대면 특유의 향을 느낄 수가 있다.

배초향

눈괴불주머니가 보였다. 산괴불주머니는 봄에 주로 피는데, 눈괴불주머니는 7~9월에 핀다고 한다.

눈괴불주머니
병조희풀

등산로 가운데 버티고 있는 전나무를 보니 딱 신발 들어갈 만큼의 홈이 생겼다. 흙 위로 드러난 뿌리를 사람들이 얼마나 밟고 다녔으면 그런 흔적이 생겼을까 싶다.

뚝갈

짚신나물이 무거운 열매를 달고 처져 있었다. 사람이든 식물이든 삶의 무게가 무거운 모양이다. 다른 말로 식솔(자손 번식)에 대한 책임감이랄까.

긴담배풀
풀거북꼬리

영시암에 도착하였다. 시간이 이른 편이라 사람이 별로 없었다.

오갈피와 당귀가 눈에 띄었다. 어린잎을 쌈으로 먹기도 하는 식용 식물이라 절에서 일부러 키우는 것 같았다.

오갈피나무 열매
당귀

영시암을 지나 나무 계단으로 올라가면 오세암과 봉정암의 갈림길이 나온다. 예전에 이길로 오세암을 갔던 추억을 생각하면서, 우리는 봉정암 쪽으로 걷는다. 물론 수렴동 대피소까지 가는 것이다.

등산로 안내도를 보고 백담사에서 대청봉까지 계산해 보니까 편도 12.9km다. 왕복하면 거의 26km가 된다.

물이 푸른색으로 보인다.

물속 바위의 스트라이프 무늬가 멋있다. 원래 지층이었던 것이 지형의 변화로 모양이 드러누운 상태로 바뀌지 않았을까 싶다. 신기하다.

어느 산에나 돌무더기가 있다. 오며 가며 산객들이 한 개씩 던진 돌은 어떤 사연과 기원을 담았을까?

수렴동 대피소에 도착했다. 트레킹으로 하려면 여기서 끝이다.

보통 백담사에서 영시암까지, 또는 이곳 수렴동 대피소까지 왔다가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능력만큼만 산행을 하면 탈이 안 생기는 법이다. 무리한 산행을 했을 때 문제가 생기는 일이 많다.

우리는 여기서 잠시 쉬면서 에너지 보충을 하고, 원점회귀할 생각이다.

그런데, 우리가 나무 테이블에 앉아, 먹을 빵을 꺼내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다람쥐 한 마리가 가까이 온다. 오면서 만난 다람쥐들은 사람이 가까이 가면 쏜살같이 도망가기 바빴기 때문에 정말 신기했다.

뜯어준 빵조각을 먹으려고, 겁 없이 내 손까지 접근을 한다. 아마, 이곳 대피소에서만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허용이 되어있어서, 늘 등산객들이 던져주는 음식 조각을 먹으면서 학습이 되었나보다. 뜻밖의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기름나물

되돌아가는 길에 보니, 영시암에도 산객이 아침보다 꽤 많아졌다. 가벼운 차림에 물 한 병 들고, 이곳 영시암까지 왔다가 가는 사람들도 많다.

나무 기둥은 부러지고 썩어서 벌써 사라졌는데, 나뭇등걸과 뿌리가 남아 예술 작품을 만들어냈다. 한 폭의 산수화 모습을 하고 있어서 신기했다.

바위 틈에 자라는 식물들. 단풍이 든 바위취도 보인다.

수렴동을 간 것이 2005년부터 따져보니까 13번을 갔다. 늘 산행이 중심이어서 몇 번을 갔어도 야생화에 별로 관심을 주지 않았는데, 이번 산행은 확실히 야생화 앞에 발을 멈출 때가 많아졌다.

다녀와서도 그 이름을 알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고, 꽃과 잎 모양을 비교하면서 확실히 맞는지 몇 번을 확인하기까지, 산행은 계속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왕복 총 12.4km, 5시간 동안의 산행은 숲과 계곡뿐이 아니라 여러 가지 야생화와 다람쥐와의 만남으로 인하여 훨씬 풍성한 추억의 시간이 된 듯하다.(2022.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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