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가평 화악산

화악산 금강초롱과 닻꽃

by 세온

가평 화악산은 처음이다.

화악산이 낯선 지명은 아니다.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추운 겨울에, 전국의 날씨를 예보하는 기상청에서 기온을 안내할 때 자주 등장하는 단골 지명이다. 향로봉(인제), 적근산(철원), 대성산(화천), 화악산(가평) 등 전방고지 아침 최저 기온의 기준이 되는 곳이다.

9월 3일 토요일. 가려고 예정했던 검룡소, 대덕산의 날씨가 좋지 않다는 예보에 갑자기 정한 산행지가 되었다. 금강초롱 자생지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초롱꽃은 주로 흰색이다. 금강산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기 때문에 금강초롱이라고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꽃밥이 붙어있고, 잎에 털이 없는 것이 초롱꽃과는 다르다고 한다. 흰색 금강초롱꽃도 있다. 화악산 금강초롱은 남보라색이다.

길게 도로로 걷는 것이 쉬운 편이라 부담이 적어 야생화를 만나고 싶은 산객들에게 인기 있는 산행지다.

하지만 등산로 초입 400m와 정상(중봉) 부근 200m 정도는 나 같은 시니어 등산객에게는 스틱이 필수인 가파른 산길이다.

화악산은 경기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가평군과 강원도 화천군의 경계에 있다. 화악 터널을 지나자마자 있는 화악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데크에서 준비한 빵으로 간단히 아침 식사를 하였다. 주차장 주변에는 정자와 약수터, 화장실까지 있는 멋진 쉼터가 있었다.

초입부터 야생화가 많이 눈에 띈다.

짚신나물
갈퀴나물
오리방풀

돌이 많은 산길로 시작한다.

눈개승마로 잘못 알았던 눈이 부시게 하얀 눈빛승마. 작년 함백산 산행에서 처음 만나 좋아하게 된 야생화다.ㆍ

눈빛승마

초입에서 군사도로까지 가는 산길은 온통 진범 마을이었다. 눈빛승마도 자주 보였다. 아마 서식하기에 알맞은 환경인 모양이다. 이렇게 많은 진범과 눈빛승마를 한 자리에서 보기는 처음이다.

가을은 쑥부쟁이, 구절초의 계절이다. 까실쑥부쟁이는 연보라색도 있고, 흰색도 있다. 이 꽃은 꽃몽오리는 연보라색인데 꽃은 하얗게 피었다.

까실쑥부쟁이

실운현 삼거리까지 차가 들어오는 모양이다. 꽤 많은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임도가 아니라 군사도로라고 한다. 화악산 정상에 있는 군부대로 통하는 도로다. 부근에 설치된 철망에 노랑물봉선이 가득 피어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큰세잎쥐손이풀이다. 둥근이질풀과 비숫하게 생겼지만, 잎 모양이 다르고, 줄기와 꽃자루에 털이 많이 자란다고 한다.

큰세잎쥐손이풀

단풍이 들고 있다. 겨울이 매섭게 추운 화악산은 가을도 일찍 찾아오겠지.

처음 만난 금강초롱의 빛깔은 매우 강렬했다.

나무숲 사이로 살짝 보이는 남보라색을 찾으러 가파른 언덕으로 난 샛길을 올라가야 했다. 야생화 찍으려다 다칠까 봐 마음을 졸였다. 왜, 귀한 야생화들은 숨어있는 걸까.

동자꽃 색깔이 바래서 특이한 무늬를 만들어냈다.

가을산의 빨간 보석 회나무 열매를 만났다. 열매가 오각형 별 모양이다.

회나무 열매

하늘에 구름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분취
며느리밥풀꽃

금강초롱을 찾으러 위험하게 올라갈 필요가 전혀 없었다. 세상에, 도로 가에 금강초롱이 많이 피어 있었다.

약간 옅은 색도 있다.

산씀바귀

산비장이와 고려엉겅퀴를 잘 구별하지 못했는데, 이제 고려엉겅퀴와 도깨비엉겅퀴를 구별해야겠다. 도깨비엉겅퀴는 잎에 가시가 많은 게 특징이다.

도깨비엉겅퀴

궁궁이는 꽃이 몽글몽글한 느낌을 준다. 어수리와 다른 느낌이다.

궁궁이
병조희풀 열매
투구꽃

우리가 칼잎용담, 큰 용담으로 알고 있던 과남풀은 꽃받침이 곧게 서고, 꽃이 활짝 벌어지지 않는 것이 용담과 차이가 있다고 한다.

과남풀

물가에 궁궁이가 많이 피었다.

궁궁이

단풍이 또 보인다. 가을이 금방이라도 들이닥칠 것 같다.

과남풀

너덜지대가 펼쳐져 있다.

하늘도 이미 가을 하늘이다.

쑥부쟁이

고본 잎은 코스모스처럼 생겼다.

고본
산구절초
까실쑥부쟁이
까치고들빼기
금강초롱

며느리밑씻개라는 민망한 이름의 야생화가 새 이름을 얻었다. 가시모밀이라고 개칭되었다.

가끔 이런 연분홍색 구절초를 만나기도 한다.

투구꽃은 독초다. 하지만 뿌리에 독이 있기 때문에 스쳐도 괜찮다고 한다.

투구꽃

도로가 거의 끝나간다. 하늘은 이미 멋진 작품을 사방에 풀어놓았다.

등산로로 들어간다. 제법 험해서 스틱도 소용없는 구간이 많았다.

과남풀이 쫙 깔렸다.

과남풀

바위틈에 자리 잡고 있는 이 양치식물은 좀고사리라고 한다.

좀고사리

길은 험한데, 야생화 천지다.

배초향
까실쑥부쟁이

하다못해 나무줄기에도 자리 잡은 야생화도 있었다.

까치고들빼기
송이풀
세잎쥐손이풀

정상에 왔다.

뜻밖에 백당나무를 만났다.

백당나무

마가목 열매도 익어간다.

이 특이한 열매는 인가목나무 열매라고 한다.

분취

참닻꽃을 남편이 이야기할 때까지도 우리가 그 꽃을 만날 수 있으리라 생각을 못했다. 7~8월 한여름에 피는 꽃이기 때문이다. 하산 중에 내 눈에 처음 보는 특이한 꽃이 보였다. 바로 참닻꽃이었다.

꽃의 모양이 배를 정박시키는 닻의 모양과 유사하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2012년부터 닻꽃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관리되고 있었는데, 2019년 DNA 분석 결과 우리나라에만 분포하는 신종으로 밝혀져 '참닻꽃'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참닻꽃

산길이 좀 험하다.

내려오면서 아까 놓쳤던 야생화도 카메라에 담아본다.

긴산꼬리풀

도로 오른쪽 숲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저 원시림 같은 숲 속에는 여러 식물과 동물들이 나름의 법칙을 만들며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겠지.

고려엉겅퀴는 우리가 나물로 먹는 곤드레다.

고려엉겅퀴

단풍나무가 일부 물들었다. 곧 전체가 물들어 온 산을 아름다운 단풍산으로 만들 것이다.

내려오는 도로 오른쪽 편에 참닻꽃이 또 있었다. 아직 하얀색과 노란색으로 된 꽃을 달고 있어서 반가웠다. 화악산이 우리에게 주는 큰 선물이었다.

참닻꽃
배초향
바위떡풀

과남풀은 꽃잎이 더 벌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과남풀
세잎종덩굴 씨방

꽃이 아주 작았다. 검색해보니 쥐털이슬이라는 야생화였다.

쥐털이슬
동자꽃

왕고들빼기인 줄 알았더니, 잎이 소 혀처럼 꺼끌꺼끌하다고 쇠서나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쇠서나물
바위채송화

단풍 든 작은 잎이 귀여웠다.

기린초는 봄꽃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서 만났다.

기린초

가끔 이런 예쁜 경치를 하늘이 선물해 준다. 인사동에서 가게만 들여다보다 그 예쁜 하늘을 못 보아 섭섭했는데, 오늘 예쁜 하늘을 실컷 보아서 기분이 좋았다. 역시 도심 관광지를 걷는 일보다 산길을 걷는 것이 훨씬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눈괴불주머니, 선괴불주머니 둘 다 쓰는 모양인데, 선괴불주머니로 많이 불린다고 한다.

선괴불주머니
진범

습기를 머금은 산속은 관중이 살기에 안성맞춤이다.

관중

아침에 주차장 데크에서 본 하늘은 그새 다른 그림으로 바뀌었다.

총 9.2km. 일반 등산객들은 3시간이면 다녀오는 곳이다. 이제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야생화를 찾고, 사진을 찍으면서 걷다 보면 1, 2시간 더 걸리는 것은 예삿일이 되어버렸다.

금강초롱도 만나고, 귀한 참닻꽃도 만난 행운의 산행이었다. 이렇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르겠다. (2022.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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