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덕산

태백 대덕산 9월 산행

by 세온

9월 9일 검룡소 탐방지원센터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대덕산 산행을 시작한다. 검룡소 주차장 - 분주령 - 대덕산 정상 - 검룡소 - 주차장으로 코스를 정했다. 2018년 9월의 그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은 것이 그 이유였다.

2018년 9월, 쉴 새 없이 불어오는 바람에 모자는 벗어제꼈고, 나부끼는 머리칼을 주워 모으느라 손이 바빴지만, 얼굴과 온몸에 퍼붓던 정상 부근에서의 그 멋진 바람을 역시 잊지 못한다. 대덕산 9월 꽃의 주인공은 각시취와 쑥부쟁이였다. 그때는 아직 각시취의 이름도 모를 때였지만, 연보라와 연분홍의 꽃 무더기들이 눈이 닿는 곳마다 화사하게 피어 우리를 환영하고 있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날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한 온 산을 뒤흔들던 바람은 이번에는 우리에게 와 주지 않았다.

올해는 날씨가 좋지 않은 편이라 그랬을까. 꽃도 전처럼 많지 않은 편이었다.

이럴 땐 우리가 자주 쓰는 말이 있다.

"등산에 집중하자."

산의 오르막과 내리막길을 운동으로 걸으며, 숲의 아름다운 경치와 상쾌한 공기에 몸을 맡기는 일에 집중하자는 뜻이다.

하지만, 뜻밖에 처음 만난 꽃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 주는 바람에, 그저 운동을 위한 등산을 한 것이 아니었다. 집에 와서 그 꽃 이름을 검색으로 확인한 순간, 다시 우리는 새로운 친구인 그 꽃을 마음에 안게 되었다.

여러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다. 브런치(블로그) 하기 전의 인생과 브런치를 한 후의 인생을 나눌 수 있다고.

우리도 브런치를 하기 전에는 열심히 산을 걸었다. 아름다운 경치에 감동하고, 산이 주는 좋은 공기를 마시며, 산행으로 건강해짐에 감사하며 다녔다.

브런치를 하고 나서는 아름다운 풍경을 이웃과 함께 하기 위한 장면으로 담으려고 애를 썼고, 내가 걸으면서 느꼈던 감동을 함께 나누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여름이 되면서 날씨 때문에 산행이 어려워지자, 트레킹을 많이 선택하게 되었고, 자연적으로 걸음이 느려졌다. 여름의 특성상 야생화가 많은 곳을 다니게 되면서 하나씩 둘씩 야생화를 담기 시작하고, 이름을 알아가면서 어느새 야생화 출사 같은 느낌마저 드는 산행을 하기 시작한 것이 큰 변화다.

야생화는 우리가 관심을 가지지 않고, 이름도 알지 못했을 때는 그저 풀일 수도 있었다. 크고 눈에 금방 뜨이는 예쁜 야생화뿐이 아니라, 전에는 그냥 지나치고 말았을 아주 작은 야생화까지도 이제 친구가 되었다. 이름을 불러주고, 꽃과 잎을 구별해 주고, 게다가 보기 어려운 야생화를 만나게 되면 십년지기 친구를 오랜만에 만난 것 같은 반가운 비명까지 질러준다. 큰 변화다.

여름 야생화를 거의 모르는 것이 없을 정도로 이름을 익히게 되자 9월이 찾아왔다. 9월에는 한여름만큼 야생화의 종류가 많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양으로 승부한다고 할까. 날씨가 선선해진다는 것은 야생화들이 많이 피기에 적당한 날씨일 터이니, 곳곳에 꽤 무리 지어 피어있는 꽃들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다. 2018년 그때만큼이 아니라는 뜻이지, 대덕산 여기저기 흐드러지게 피어서 우리를 충분히 즐겁게 해 주었다.


주차장에 일부러 심은 듯 각시취가 만발이다.

각시취

쑥부쟁이 한 컷.

쑥부쟁이

하늘에 구름이 멋지다. 숲으로 들어가면 하늘이 잘 안 보이지만, 탁 트인 공간도 가끔 있는 편이니까 산속에서 만날 멋진 하늘도 기대가 된다. 주차장 끄트머리 단풍나무는 성급하게 벌써 단풍이 들었다.

어수리, 궁궁이, 구릿대 같은 것들이 이름을 알기 힘들게 만들더니, 가을에는 쑥부쟁이, 개쑥부쟁이, 미국쑥부쟁이, 개미취들이 나를 헛갈리게 만든다.

아무리 봐도 이건 개미취다.

검색으로 알아본 내용을 기록해 본다. 꽃은 하늘색이나 연한 자주색이다. 잎은 어긋나기 하고 달걀 모양이나 타원형이며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톱니가 있다. 꽃은 원줄기 끝에 산방상으로 달린다고 한다.

개미취

검룡소는 나중에 하산길에 가기로 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나비나물
산고들빼기

금대봉, 대덕산을 등산하기 위해서는 예약이 필요하다. 하지만 추석 전날이라 근무하는 직원도 없었고, 등산객도 우리를 포함하여 세 쌍밖에 없었다. 나중에 하산할 때 검룡소(예약이 필요 없는 구간이다.)에서는 추석을 쇠려고 고향을 찾은 산책객들을 꽤 만날 수 있었다.

까실쑥부쟁이
궁궁이

이제 며느리밑씻개 말고 가시모밀이라고 불러주자.

가시모밀
오리방풀
세잎쥐손이

숲이 하늘을 가렸다. 온통 초록이지만 한여름과 다른 느낌이다. 산행하기 딱 좋을 정도의 선선한 날씨다.

진범은 오리 모양이다.

진범

주로 보라색을 띠고 있는데, 흰색을 띤 것은 흰진범이라고 부른다.

분주령까지는 길이 편하다.

가을 산에 보라색 꽃이 많아 보인다.

갈퀴나물
고려엉겅퀴
각시취

오이풀도 만났다. 덕유산 산오이풀과는 모양이 좀 다르다.

오이풀

분주령을 지나면 대덕산 정상까지 약간 오르막길로 걷게 된다.

한여름 숲을 채우던 시끄러운 매미소리는 어디로 갔는지 사라져 버리고, 풀벌레 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툭, 투둑 소리가 들려 뭔가 했더니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였나 보다. 도심 속의 둘레길에선 도토리 주워가기 바쁜데, 깊은 산 도토리는 주워가는 사람이 없다. 오롯이 다람쥐들 차지다.

일월비비추도 열매를 매달고 씨앗이 여물기를 기다린다.

뜻밖의 파란색 열매를 발견했다. 집에 와서 검색해 보니 노린재나무 열매란다.

노린재나무 열매

대덕산에는 여우오줌이 많다. 다른 곳에서는 잘 보지 못했는데, 이곳에 와서 알게 된 야생화다. 노란 꽃에서 여우오줌 같은 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왕담배풀이라고 부르기도 한단다.

여우오줌

분주령에는 풍력발전기가 자리하고 있다. 바람과 구름의 잔치에 멋진 관객이다. 그저 관객이 아니라 적극 참여도 한다.

고려엉겅퀴는 곤드레나물이다.

고려엉겅퀴
산외
잔대
투구꽃

대덕산 정상도 구름 그림 잔치다.

우리와 같이 출발해서 반대 방향으로 올라온 부부 산행객을 만났다. 서울에서 왔다니까, 더 거리가 먼 인천에서 왔다고 한다. 추석 전날, 직장 일로 바빠서 틈을 내지 못하다가 큰맘 먹고 추석 연휴에 시간을 내어 대덕산을 찾았다고 하는 두 부부는 우리만큼이나 대덕산의 하늘과 구름과 야생화에 행복해했다.

각시취가 예전만큼은 못 한 편이다. 그래도 여기저기 모여 피어서 멋진 모습을 연출해낸다.

쑥부쟁이
각시취
북분취
산비장이

잎이 코스모스와 비슷한 고본이다.

고본

붉은 열매에 가을 느낌이 난다.

매자나무 열매

처음 만난 꽃이다. 자주쓴풀은 줄기를 자르면 나오는 흰 유액의 맛이 매우 쓰다고 하여 쓴풀이라는 이름이 었다고 한다. 잎과 줄기를 말려서 건위제나 지사제 등의 약재로 사용한다.

자주쓴풀

꽃층층이꽃이 무리 지어 피어있다.

꽃층층이꽃
잔대
마타리
고본
수리취
산비장이

나무 계단이 가파른 편이다. 하산길이라 다행이다.

눈빛승마

이름만 들었던 촛대승마와도 만났다.

촛대승마

가시 모밀의 가는 줄기에 가시가 뚜렷하다

가시모밀

궁궁이는 물을 좋아하나 보다. 검룡소로 가는 다리 밑 물가에 많이 피어있다.

궁궁이

다람쥐 한 마리가 잠시 포즈를 취하더니 이내 도망가 버린다.

검룡소가 가까워진다.

국가 지정 명승 제73호인 검룡소는 한강의 발원지로 잘 알려져 있다. 석회암 지대를 뚫고 나오는 냉천은 사계절 영상 9℃를 유지한다고 한다. 20m 이상 계단 모양의 폭포로 이루어진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용틀임하듯이 흘러내려가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여우오줌

총 9km를 5시간 동안 걸었다. 별로 어렵지 않은 코스인 데다, 사진을 많이 찍느라고 천천히 걸어서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자주쓴풀과 촛대승마를 만난 것이 가장 뜻깊은 일이다. 산외, 북분취도 처음 만났다. 북분취는 분취나 서덜취와는 약간 다르다. 그 외에도 이름을 알아서 익숙해진 야생화와, 아직도 이름을 잘 모르는 야생화와도 친한 친구를 보듯 반가운 마음으로 만나고 왔다.

야생화 투어 같은 산행도 이제 거의 끝나가는 중이다. 가을에는 구절초, 쑥부쟁이 같은 가을꽃과 아름다운 단풍을 만나러 산으로 들로 다닐 생각에 마음이 설레인다.

산이 있어 오르고, 길이 있어 걷는다. 둘이 함께 다닐 수 있어서 더욱 감사하다.(202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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