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정선 하늘길

정선 하이원 하늘길 트레킹

by 세온

해마다 정선을 몇 번씩은 방문하는 것 같다. 민둥산, 만항재는 물론 함백산, 금대봉, 은대봉이 태백과 정선에 걸쳐져 있는 산이기도 하다. 여름 산행은 강원도! 라고 하는 이유는 고도가 높아서 덜 더운 편이라, 무더운 여름에도 산행하기에 그렇게 힘들지 않기 때문이다.

긴 장마와 무더운 날씨 때문에 꽤 오랫동안 산행을 하지 않았다. 그동안 주택살이에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 꽃밭도 더 손대지 않아도 될 만큼 정리가 되었다. 이번에는 정선 하이원 하늘길 고원숲길이다.

하루 전날 샌드위치 도시락을 준비하여 냉장고에 넣어두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꽃밭과 텃밭에 고루 물을 주었다. 물 주는 일 때문에 2박 여행이 어렵다. 지난번 시댁에서 2박 3일 지내게 되었을 때, 생각 없이 모종 사서 옮겨 심은 산파첸스가 걱정이 되어 낮에 물을 주러 왔다 갔는데도 비실비실하더니, 한 포기는 죽고 나머지 세 포기도 아직 회복이 되지 않고 있다.

주택살이 하면 여행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는 당일여행이든 1박 여행이든 계속하려고 한다. 양평에서 강원, 경기, 충청도까지는 당일 여행이 가능하여, 경상도 전라도나 가야 예전처럼 휴양림 숙박을 하게 될 것 같다.

과일 도시락까지 준비한 후에 바로 출발. 아침은 치악 휴게소에서 남이 해준 음식으로 해결하고, 정선 하이원 팰리스호텔 주차장에 도착한 시각이 9시 20분쯤이다.

곤돌라는 9시 30분부터 운행한다고 한다. 우리는 걸어 올라갈 예정이다.

하늘길 코스 들머리에서 하이원 마스코트 하이하우가 반갑게 맞이한다.

우리 집 꽃밭에서 키우느라 애쓰는 톱풀이 여기서는 여러 가지 색이 지천으로 피었다. 우리 집 톱풀은 씨앗 맺느라 거의 시들었는데, 잘라주면 다시 이렇게 예쁘게 필까 궁금하다.

아주 오래 전 안산에 살 때 공원에서 처음 만났던 벌노랑이도 만났다. 꽃 모양을 보면 콩과 식물인데 다년초라고 한다.

벌노랑이

하늘 높이 떠 있는 곤돌라는 스키장용인지 움직이지 않고있다. 언덕의 벤치에 앉아 아래 조망을 감상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개미취

고원이라 서늘해서 그런지 봄에 피는 샤스타데이지가 아직도 피어있다.

샤스타데이지

본격적으로 숲길을 들어선다.

서양등골나물도 어느새 우리나라 산에 원래 살았던 것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서양등골나물

그 많던 싱아~박완서 님의 단편에서 처음 알게 된 이름인데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나는 어린 시절 삐삐라는 풀의 속을 꺼내 먹던 일을 생각하면서 읽었었다. 싱아는 참나물이나 명이나물처럼 어린잎을 쌈 싸 먹거나 나물로 무쳐먹는다고 한다.

싱아
모싯대

명상을 할 수 있는 명상장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단체 관광객들이 함께 명상 체험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산행이 힘든 어르신들은 이곳까지만 와서 숲에 머물다 가도 충분히 힐링이 될 것 같다. 우리는 걷기 바쁜 사람들이라 그냥 지나간다.

물푸레나무는 물에 젖으면 파란색으로 물이 든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나무인데, 지난 태풍에 비가 많이 와서 파란색으로 변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전망대의 하늘빛이 회색이기에 조망을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우리는 하이원 팰리스호텔 - 백운산 마천봉 - 마운틴탑 - 도롱이 연못 - 마운틴콘도(9.2km)로 진행할 예정이다.

단풍취

평소에는 모여서 구경하는 산객들이 많아 찍기 힘든 멧돼지 퇴치종이다. 여름인데다가 평일이라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다.

빈 공터에는 늘 시원한 바람이 가득하다.

험한 길이 많지는 않다. 스틱이 필요한 구간이다.

녹색과 흙색만 익숙한 길에, 특이한 색이 보여서 살펴보았더니, 애기앉은부채가 보였다. 모르고 지나칠 뻔했는데 매우 반가웠다.

애기앉은부채

투구꽃도 곧 꽃 필 준비 중이다.

투구꽃

둥근이질풀과 동자꽃은 여름 야생화의 대표주자다.

둥근이질풀
동자꽃
며느리밥풀꽃
분취
푸른여로

백운산 마천봉 정상에 도착했다. 하늘길 들머리에서 겨우 1km 걸었는데, 앱에서 해발 1200m가 넘었다는 멘트를 듣고 놀랐다. 마천봉 높이가 1,426m다.

봄에 하얗게 꽃이 피었던 백당나무는 녹색이다. 내년 봄에 또 멋지게 피겠지.

오리방풀

회나무 열매도 만났다. 가을이 되면 씨방은 홍자색으로 변하고, 다섯 갈래로 갈라지는데, 그 속에 주황색 씨앗이 예쁘게 매달린다. 가을에 다시 만나고 싶은 열매다.

짚신나물

어수리는 가장자리에 꽃이 가운데 꽃보다 큰 것이 특징이라 기억을 한다. 가장자리 꽃이 참 예쁘다.

배초향

그루터기에 이끼 마을을 만들었다. 나무는 생명을 잃었지만, 이끼들로 인해서 새로 태어난 듯하다.

이 나무도 자연으로 돌아가는 도중이겠지. 속은 텅 비었는데, 아직은 살아있는 나무다.

숲을 벗어나 마운틴탑 쪽으로 나가니 마타리가 절정이다. 일부러 꽃밭 조성을 위해 씨앗을 뿌린 것 같다.

마운틴탑 근처에는 소추원이라는 정원이 있는데, 여러 가지 식물을 많이 심어놓았다.

마운틴탑까지 올라오는 곤돌라는 하이원 스키하우스에서 탑승한다. 우리도 몇 번 이용했다. 이번에는 곤돌라를 타지 않고 걸어 올라와 보았는데 걸을만 했다.

느린 우체통에 편지를 넣으면 1년 후에 배달된다고 한다.

「숲길을 걸을 때 교감신경 활동이 낮아지고 부교감신경 활동이 높아지며, 평균 심박수도 낮아지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또한 심폐기능 강화 및 피톤치드 살균작용, 정서적 안정과 집중력, 기억력을 높여준다고 합니다. 」

도롱이 연못 가에 있는 '숲길을 걸을 때' 안내판 내용을 그대로 옮겨보았다.

하늘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고원 트레킹 코스라고 한다.

약수터도 센스 있게 만들었다.

도롱이 연못이다. 탄광에 가장을 보내놓고 마음을 졸이던 아낙들의 기도처였다. 당시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삶을 꾸려나간 애환이 서린 장소~ 잠시 멈추고 그분들의 절절했던 심정을 헤아려본다.

오이풀

태풍이 휩쓸고 간 자리가 험한 모습으로 찢겨 있었다. 임도로 차가 다닐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정도면 통행 불가다.

긴산꼬리풀

등산로에서 마주친 산행객이 뱀을 보았다고 조심하라고 일러주고 지나간다. 그때부터 남편을 앞세우고 걷기 시작했다. 이럴 때 나는 꼼짝없는 겁쟁이가 된다. 뱀을 만나자, 남편이 스틱으로 걷어서 저 멀리 보내버렸다. 다행히 새끼 뱀이었다.

그런데, 뱀도 사람을 무서워한단다. 사람이 공격하지 않는 이상 뱀도 사람을 물지 않는다고 한다.

숲길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풍경, 얼굴에 스치는 바람의 느낌, 새소리, 매미 울음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에 마음은 저절로 충전이 되는 느낌이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피톤치드, 음이온, 맑은 산소는 느낌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함께 등산을 다닌 지 20년 쯤 된다. 그 동안 숲길을 얼마나 많이 걸었을까? 매주 산을 찾았다. 산에는 늘 숲길이 있었다. 그 길에서 우리는 숲이 주는 치유를 맘껏 누렸다. 건강도 많이 좋아졌다. 지금은 나이 들어서 생기는 퇴행성 관절염 같은 것만 조심하면 될 만큼 잘 지내고 있다.

흰물봉선

숲길 여행을 끝내고 도로로 나오니 파란 하늘이 우리를 반긴다. 저 맑은 하늘에 멋진 구름처럼,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열심히 멋지게, 함께 살아갈 것이다.

마운틴 콘도에서 팰리스호텔까지 다시 돌아가는 방법은 셔틀버스 이용이다. 무료 운행이라 고마웠다.

숲길을 실컷 걷고 싶을 때, 정선 하이원 하늘길을 떠올리고 다시 이곳을 찾을 것 같다. 정말 숲길을 실컷 걸었다.(2023.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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