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지만 아직 낮에는 여름 기운이다. 9월 산행지를 물색하다가 남편이 작년 1월에 갔다 온 태기산을 다녀오자고 한다.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청일면과 평창군 봉평면, 홍천군 서석면의 경계에 있는, 횡성군에서 가장 높은 산(1,261m)이다.
태기라는 이름은 삼한시대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이 산성을 쌓고 신라에 대항하던 곳이라 하여 붙여졌다고 한다.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산이다.
천고지가 넘는 산이기는 하지만, 양두구미재에 있는 들머리(무이쉼터)가 해발 980m 이기 때문에, 또 정상까지는 포장도로로 이루어져 있기도 해서 트레킹 수준의 산행지다.
태기산 길에는 도로를 따라 풍력발전기가 쭈욱 세워져 있다. 겨울에 갔을 때 하얀 눈길과, 풍력발전기와, 이마를 때리던 찬 바람, 지잉 지잉 울리던 풍력발전기 소리가 기억난다. 파란 하늘에 흰 구름도 참 인상적이었다.
여름에 다시 찾은 태기산은 풍경만 녹색으로 바뀌었을 뿐 풍력발전기의 모습, 지잉 지잉 소리, 파란 하늘에 흰구름까지 또 보니 반가웠다.
날씨가 덥기는 하지만, 강원도 산이니까 덜 더울 것이다 싶어서 여벌의 옷도 준비하고 갔다. 들머리에 도착하니 영상 19도다. 약간 서늘한 느낌에 얇은 바람막이를 입고 출발했는데, 금세 더워져서 벗어버렸다. 요즘은 쉬운 산길이라도 오르막에서는 힘들기에 나만 스틱을 준비하고 걸었다.
여름 산행의 막바지인가 싶다. 이번에도 여러 야생화들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KT 태기산 중계소
여뀌
쑥부쟁이
하얀 꽃이 개망초와 비슷하지만 다르다. 미국쑥부쟁이다. 쑥부쟁이보다 훨씬 꽃의 크기가 작고, 잎도 가늘었다. 늘 이 꽃이 궁금했는데, 이번에는 작정을 하고 검색해서 알게 되었다.
미국쑥부쟁이
개미취는 꽃이 무거워서 자꾸만 고개를 숙인다고 한다.
개미취
이곳에 있는 풍력발전기로 생산한 전기는 횡성군과 평창군 지역의 약 25,000가구가 쓸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마타리 줄기가 꺾였는지, 마디마다 새로 꽃이 핀 것 같다.
마타리
둥근이질풀
하늘과 구름이 풍력발전기와 잘 어울린다.
쇠서나물
도깨비바늘
억새가 가을 준비에 나선 모양이다.
고마리
금불초
벌노랑이
큰엉겅퀴
물봉선
짚신나물
송장풀
오리방풀
꼬리풀
톱풀
30분쯤 가니까 포토존이 보인다. 바람개비 언덕이다.
싸리꽃
마타리
미역취
쑥부쟁이
미국쑥부쟁이
여뀌도 모여 피니 예쁘다.
궁궁이
태기산 국가생태탐방로 중 '태기왕 전설길' 시점이라고 한다. 가까이에는 옛 화전민이 살았던 역사의 증거인 태기분교(1976년 폐교)가 있는데, 겨울 백패킹의 인기 장소로 알려져있다.
미역취
고려엉겅퀴
흰고마리
이번 산행에서 궁궁이와 어수리를 확실하게 구별할 수 있었다. 태기산에 궁궁이가 곳곳에 군락을 이루고 있어서 꽃과 잎 모양을 살펴보면서 눈에 익혔다.
그뿐 아니라 미역취, 오리방풀, 둥근이질풀 등 대부분의 야생화들이 매우 많이 피어있었다. 환경이 그만큼 야생화들이 살기 좋은 곳인지, 개체 수가 다른 산에 비해서 많은 편이었다.
배초향
그령
참당귀
도로변에 야생화 동산이 조성되어 있었다. 노랑 코스모스를 비롯하여 동자꽃, 백리향, 꼬리풀, 미역취, 꿩의 비름 등이 서로 어울려 사이좋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동자꽃
백리향
담배풀
투구꽃
꿩의 비름
횡성이 가까우니까 소 조형물을 세워두었다. 앵무새 두 마리도 함께 있어서 소가 외롭지 않을 것 같았다.
마타리
흰송이풀
조릿대길이라고 불리는 곳인데, 조릿대가 다 고사했다. 7년 주기로 대나무 꽃이 피고 난 다음 조릿대가 다 고사한다고 했는데, 떨어진 씨앗이 발아가 안 된 건지. 다른 산에서는 그 후 새로 난 조릿대를 많이 만났는데, 이곳에는 새로 난 조릿대가 없었다. 어쩌면 길 이름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산림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임도를 만들고 있었다. 지도가 살짝 바뀌게 될 것 같다.
그 많은 궁궁이와 비교할 어수리가 딱 한 포기 있었다. 어수리 꽃 모양은 가장자리가 나비 모양이라 궁궁이에 비해 화려한 편이다.
어수리
잎도 비교해 보았다. 왼쪽이 궁궁이, 오른쪽이 어수리다. 잎의 크기는 궁궁이가 더 클 때도 있으니까 비교할 수 없지만, 잎모양은 확실히 달랐다. 어수리 잎이 좀 더 두꺼운 느낌이었다.
궁궁이 잎/ 어수리 잎
과남풀
태기산 정상은 군부대가 있기 때문에 출입할 수가 없어서, 전망대가 있는 이곳에 정상석을 세웠다고 한다.
전망대에 서면 횡성읍, 둔내면, 청일면 마을이 보인다. 치악산 비로봉도 보인다는데, 구름에 가려서 비로봉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도로에서 들어가는 데크길이 또 있었다. 양치식물길이다. 관중을 비롯한 양치식물이 숲 그늘 속에 빽빽하게 살고 있는 곳이다.
소 형상물로 그치지 않고 숲속에는 호랑이와 사슴, 토끼 조형물이 있었다. 달팽이와 다람쥐가 다른 동물에 비해 너무 큰 것 같다.
숲 그늘 벤치에서 점심 요기를 하고 휴식을 취한 다음 되돌아 간다.
궁궁이 잎
쥐손이풀, 이질풀, 둥근이질풀, 꽃쥐손이풀. 쥐손이과의 풀이 다 비슷비슷하다.
그런데 한련화와 제라늄도 쥐손이과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촛대승마
처음 보는 야생화가 눈에 띄었다. 노랑 종덩굴인가 하고 검색해 보았더니 개버무리라는 이름이 나온다.
개버무리
층층나무 열매
잡초의 강한 생명력. 도로의 빈틈, 한 줌 흙에도 뿌리를 내리고 꿋꿋이 자라는 강아지풀이다.
세잎쥐손이
아직 이른 가을에 성미 급한 화살나무의 단풍이 시작되었다.
해로운 풀로 제거 대상인 환삼덩굴의 열매.
풍력발전기를 관리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이 도로는 풍력발전기 관리를 위한 도로인 것 같다.
포장도로 틈새의 동자꽃이 활짝 피었다.
도로 벽의 물구멍에 얼마나 흙이 있기에 강아지풀이 살고 있을까?
도로를 건너 무이쉼터 쪽으로 가 보았다.
무이쉼터
경찰전적비
무이쉼터에서 바라본 들머리의 모습.
여름이 막바지다. 이제 가을이 산의 모습을 바꾸어놓겠지. 우리도 억새를 보러, 단풍을 보러 산행을 위한 계획을 짜게 될 것이다.
지난 여름이 매우 덥고 힘들었지만, 그것은 가을을 위한 통과의례다. 여름을 이겨내야만 만날 수 있는 가을을 잔뜩 기대해 본다.(2023.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