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부부와 저녁을 먹고 헤어진 후 우리는 진주성을 방문하였다. 월아산휴양림을 숙소로 잡은 이유가 바로 진주성 미디어아트를 보기 위해서다. 숙소에서는 저녁에 밖으로 나오는 일이 별로 없는데, 남편이 진주성 미디어아트를 사진에 담고 싶었다고 한다.
공북문에 가까운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아주 시원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강바람이 제법 느껴지는 진주성안으로 들어갔다. 공북문 가까이의 광장에 여러 가지 빛 시설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공북문에는 직접 미디어아트가 공연되고 있는 중이었다.
작년에 진주성을 방문했을 때는 영남포정사가 공사 중이라 볼 수 없어서 서운했다. 이번 방문 때는 가까이 갈 수 는 없었지만 아름다운 빛의 계단과 문으로 장식된 영남포정사를 원없이 볼 수 있었다.
영남포정사! 진주성 아래 남성동에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내게 아주 가깝고도 정겨운 놀이터였다. 영남포정사 주변 동네의 골목 골목을 쏘다니며 놀던 일, 영남포정사 지붕 위의 약이 된다는 와송(?)을 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영남포정사 주변에서 친구들과 놀이도 하고, 숨바꼭질도 했던 추억의 장소가 꿈길처럼 빛의 계단 저편에서 우뚝 서 있었다.
이번에는 멀리서만 보고 가지만 다시 방문하면 영남포정사 가까이에 꼭 가 보리라. 그때 그 세월은 지나가고 그 시절의 친구들도 만날 길이 없지만, 추억의 장소 영남포정사가 그대로 있음이 내개는 큰 행운이다.
큰 북을 계단 아래에 놓고 아이든 어른이든 누구나 북을 치면 그 울림으로 계단 끝까지 빛의 공연이 펼쳐지는 퍼포먼스를 한참 바라보았다.
빛길 꽃길.
나무도 조명을 받아 멋진 빛의 나무가 되었다.
촉석루에서도 미디어아트 공연 중.
신발을 벗어야 한다는 바람에 겉에서만 구경하기로. 이럴 때 끈 매는 트레킹화는 좀 불편하다.
촉석문에서도 공연 중. 임진왜란 당시의 진주성 드라마를 공연하는 중이다.
빛의 예술이 펼쳐지는 모습. 미디어 아트의 세계가 무궁무진하다.
거대한 용 한 마리가 용틀임한다.
나의 미래에 왜 진주를 제외하고 설계를 했을까. 당시 고3때의 선택이 이렇게 평생을 고향과 갈라놓았지만(고향을 떠나 타향살이를 하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냐마는) 나이 들수록 고향을 향한 내 마음은 첫사랑의 그 느낌 그대로 사라질 줄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