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캘리그라피 에세이 2

by 세온

나이를 먹는 일만큼 쉬운 일은 없다. 하루하루 살다 보면 한 해가 가고, 한 해를 넘길 때마다 특별한 노력 없이도 한 살씩 먹는다.

나잇값을 하는 것은 어떨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나잇값을 하고 사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만큼은 자신이 없다.

아주 어린 시절의 기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기억을 하더라도 토막 기억만 몇 가지 있을 것이다.

내가 세 살쯤 되었을 때, 동네 오빠들이 연줄을 날카롭게 하느라 사금파리 가루를 먹이던 기억이 남아있다. 아교를 녹여 가루를 넣고 연줄을 담그는데, 10여 명 아이들이 못 쓰는 헝겊 등을 하나씩 쥐고 연줄을 통과시키는 그 광경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세 살까지 살았다는 진주 장대동 골목에서의 일이다. 누구에게 들은 적 없으니 순전히 내 세 살 적 기억이다. 남강 변에서 연 싸움 하는 장면은 오히려 기억이 안 난다.

여섯 살 때는 아버지가 근무하시던 학교에 엄마가 준비한 따끈한 도시락 배달을 하면서 1학년 교실을 기웃거리다가 청강생이 되었던 일. 그 당시의 단층 짜리 옛날 교실도 기억 창고에 들어있다.

교대 졸업 후, 일곱 살에 입학을 하는 바람에 만 20세가 아니라고 발령 못 받는다고 아버지가 놀리시던 일이 있었다. 다행히 무사히 3월 발령으로 만 19세에 교사가 되었다.

나이 먹는 일에 대해서 그리 심각하게 생각해 보지 않고 나이를 먹은 것 같다. 나이야 해가 가면 저절로 먹는 세상 쉬운 일이니까.

아마 40세가 되었을 때가 제일 심각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렇지만 30대야 젊고 활기찬 시절이 아닌가. 씩씩하고 일을 겁내지 않고 내 일을 척척 잘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가득 찬 30대를 보내고, 만 40세에 들어서는 해~

보는 사람마다 내가 40이 되었다고 떠들었던 것 같다. 이젠 중견이구나. 젊은이가 아니라 젊잖은 이가 되어야겠구나라고 생각한 것 같다.

그럼에도 39세나 40세나 달라진 것은 숫자일 뿐 변함이 없었다.

60세가 되기 전에 퇴직을 한 이유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60대 할머니란 말을 듣고 싶지 않은 것도 제법 큰 이유 중의 하나다.

그래도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려는 요즈음 60대는 청년이란 말을 자주 하는데,

그럼 70대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아무리 큰소리쳐봤자, 예전 같지 않은 체력은 이제 노인임을 잊지 말라고 한다.

아직은 배우고 싶은 일이 많고 하는 일도 많아 바쁘게 살고 있다. 그 덕분에 다섯 살이나 깎은 나이로 대접받기도 했지만, 내가 생각해도 아직 노인이라 보기 힘든 활기찬 생활을 즐기는 내가 대견스럽다.

전원주택을 지어 이사하는 나이로 60대 후반이란 나이는 꽤 늦은 편이 맞다. 딱 10년만 살자고 시작한 주택살이가 지금은 지낼 만 하지만, 5년 후, 10년 후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긴 하다.

<88세까지 팔팔하게> 지내고 싶은 것이 나의 희망 사항이다.

88세까지 산다고 치더라도 18년 밖에 남지 않았다. 한 해 한 해가 소중하고 아깝다.


나이답게 사는 것보다는 나답게 살자.

내가 좋아하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활기찬 생활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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