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내변산 관음봉 산행
5월 21일 부부의 날이다. 이번 주 산행은 부안 변산반도국립공원에 위치한 내변산이다. 변산면 중계리에 있는 내변산 탐방지원센터(내변산분소)를 들머리로 하였다.
산행 코스는 내변산분소(들머리) - 인장바위 - 세봉삼거리 - 관음봉 - 관음봉삼거리 - 재백이고개 - 직소폭포 - 자연보호헌장탑 - 내변산분소(날머리)로 계획하였다.
내변산분소 도착이 아침 8시. 주차장에 직원이 없어서 주차료 안 내도 되는 줄 알고 잠시 좋아했는데, 무인 주차정산기가 있었다. 나올 때 주차료를 정산했는데 주차비는 2,000원이었다. 주차장도 꽤 넓은 편이고, 탐방지원센터 건물에 잘 관리된 화장실도 있다. 건물 옆에는 작은 마트도 있어서 편의시설이 꽤 좋은 편이다.
입구를 지나서 변산 바람꽃 다리를 건너 가마소 삼거리 쪽으로 향했다.
다리를 건너자 바로 변산바람꽃 자생지가 보인다. 2~3월에 꽃이 핀다는데, 제 철이 아니라 꽃은 보지 못했다.
변산바람꽃은 내변산의 깃대종이다. 깃대종은 특정 지역의 생태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대표할 수 있는 종으로 국민의 관심 속에서 보호와 관리가 필요한 야생 동·식물을 뜻한. 변산바람꽃 외에도 부안종개가 깃대종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야생화를 무분별하게 캐어가거나 사진 찍느라고 밟아 죽게 만들어 귀한 야생화의 개체수가 점점 줄어가는 일이 있다고 하는데, 그런 일이 없어야겠다. 모든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보호에 힘써야 할 것이다.
산은 늘 푸름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푸름은 우리에게 휴식과 안락함을 준다. 푸른 산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우리는 힐링이 됨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눈에도 좋다. 녹색이 눈에 좋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명도와 채도가 낮아 편하게 느껴지고,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눈으로 보기만 해도 상쾌해지는 푸른 숲 속을 걸으면서 우리는 또 산행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산속에서는 그 좋은 녹색에 포위된 느낌이다.
가마소 삼거리 쪽 코스는 경사가 급하다. 직소 폭포 쪽이 훨씬 수월한 편인데, 우리는 가파른 곳을 힘이 좀 있을 때 올라가서, 하산길에 편하게 내려오는 것을 선택하는 편이다. 하산길이 가파르면 무릎에 더 무리가 가고, 몸이 피곤한 상태에서 자칫 발을 헛디디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계단을 올라가면 발바닥이 편하다. 돌이 박힌 험한 경사로를 걸으면 아무래도 발바닥이 아프다. 계단이 많으면 대부분 사람들이 싫다고 하는데, 험한 산길에서 잘 만들어진 계단을 만나면 무척 반갑다.
인장바위를 가까이에서 찍으면 그냥 바위다. 나무에 가려져 제대로 형태를 찍기가 힘들었다. 아래에서 찍으면 도장처럼 보인다.
뿌리가 바위에 붙어, 살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안쓰럽다. 한편으로 위대한 생명력을 느낀다. 나무는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최선을 다한다. 바위 위에 작은 나무가 자라고 있는 모습도 보았다. 얼마나 클 수 있을까. 이 나무도 죽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바위 위로 뿌리를 뻗어가며 최선을 다할 것이라 믿는다.
내변산 바위는 조각조각 갈라지는 특징이 있다. 내변산 일대의 대부분의 바위가 변산응회암이라고 설명한 안내판이 있었는데, 직소 폭포 주변 등 곳곳에서 수직으로 형성된 주상절리를 발견할 수가 있다. 변산응회암이 깨어지는 모양이 그런 특징이 있는지 산 곳곳에 드러나 있는 바위 대부분이 비슷한 모양이다.
가마터 삼거리에서 가마소삼거리까지는 1km다. 일반적으로 이곳에서 가마소삼거리까지 갔다가 세봉삼거리로 가는 코스로 걷는데, 우리는 가마소 삼거리로 가지 않고 세봉삼거리로 바로 가기로 했다.
멀리 호수가 보이는데 부안호라고 한다. 부안호는 다목적댐으로 만든 부안댐의 호수다. 직소보에 비하면 꽤 규모가 큰 편이다.
가파른 바위의 등산로에서는 스틱이 소용없다. 스틱은 한 손에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난간을 잡고 올라가야 한다. 난간을 만들어 놓아서 다행이다. 난간이 없으면 거의 기다시피 올라가야 했을지도 모른다.
부드러운 풀잎이 녹색 융단을 만들었다. 사초인 것 같은데 이름은 정확히 모르겠다.
능선에서 하늘과 만난다. 이곳에서 잠시 간식 시간을 가진다.
능선에서 보는 파란 하늘은 언제나 감동적이다. 하늘멍이란 말도 있는지 모르겠다. 불멍, 물멍이란 말은 자주 듣는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모닥불을 본다든지, 강이나 바다를 멍하니 보는 것 자체 만으로도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란 말은 생각하는 뇌를 쉬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멍하니 생각을 멈추면 심장박동수가 안정된다고 한다. 나는 파란 하늘을 멍하게 바라볼 때가 많다.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을 멍 때리며 바라보고 있으면, 불멍이나 물멍처럼 나의 뇌가 휴식을 취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발밑이 모두 참나무 잎이다. 이 멋진 광경은 산에 올라가야지만 볼 수 있다.
가파른 바위 등산로가 많다.
올라와서 거꾸로 계단을 찍어본다. 올라올 때는 풍경이 안 보인다.
드디어 계단의 끝이 보인다. 눈앞에 녹색이 가득이다.
세봉삼거리다. 안내판에 보니 우리가 가는 코스가 8.7km, 4시간 25분 정도 소요된다고 적혀 있었다. 물론 우리는 더 오래 걸리겠지.
드디어 내소사가 보인다. 바다도 더 넓게 보인다. 곰소만이다.
세봉까지 왔다. 눈앞에 관음봉이 보인다. 우리의 목적지인 정상이다.
등산로 왼쪽으로 청련암으로 가는 탐방로가 있었다. 위험해서인지 못 가게 막아 놓았다. 2006년 가을, 이 길로 내려갔다가 단풍잎이 바닥에 잔뜩 떨어져 만들어낸 멋진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산의 단풍나무는 그냥 빨간색이 아니다. 빨강, 주황, 노란색으로 다양하다. 1학년 아이들과 단풍잎 색을 공부할 때 은행잎은 노란색, 단풍잎은 빨간색이라고 가르쳤는데. 산에서 만난 단풍을 보고 빨간색으로 단정한 것은 잘못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도 예뻐서 그곳에서 한참 쉬었었다. 청련암 하면 늘 그 모습이 눈에 선한데, 그곳으로 내려가지 못하니까 머릿속 추억 창고에다 잘 모셔두었다. 우리 부부는 여기를 지나갈 때마다 꼭 꺼내어 이야기한다. 추억 한 자락이다.
하늘에 구름이 예뻐서 자꾸 찍어보았다. 높은 곳에 오르면 하늘과 구름이 더 멋져 보인다.
겨우 424m 밖에 안 되는 산이 오르기가 쉽지 않다. 관악산 줄기인 우리 동네 삼성산 높이가 481m인데 더 낮다.
정상은 꽤 넓은 편이다. 전망대에서 보니 직소보 호수가 보인다. 거기까지 내려가야 한다.
다시 가파른 길이 계속된다.
낙석 위험구간이라 낙석방지 울타리를 설치했다. 데크가 있어서 좀 편하게 걷는다.
그것도 잠시 다시 험한 길이 나타나고, 돌길도 걷는다. 변산응회암 주상절리가 깨져서 된 돌길인 것 같다.
관음봉 삼거리에서 내소사로 가는 길과 재백이 고개로 가는 길이 갈라진다. 우리는 재백이 고개로 가서 직소 폭포 쪽으로 갈 예정이다.
도중에 그늘이 전혀 없는 땡볕 바윗길을 만난다. 정말 더웠다. 물론 조망은 좋았다.도중에 그늘이 전혀 없는 땡볕 바윗길을 만난다. 정말 더웠다. 물론 조망은 좋았다.
재백이고개까지 내려가는 길은 꽤 험한 편이다.
고개 쪽으로 넘어와서 찍은 반대편 모습이다. 바위 왼쪽 편으로 능선까지 험한 등산로가 연결되어 있다. 그 산을 우리가 넘어왔다. 넘어온 산을 조망하면서 맛있게 점심을 먹고,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좀 긴 휴식을 취했다.
재백이 삼거리까지 왔다. 왼쪽으로 가면 원암마을이다. 트레킹 수준의 참 편한 코스다. 우리는 직소폭포 쪽으로 간다.
비가 온 지 오래되어 직소천의 수량이 적다. 이 물이 직소폭포로 내려가서 부안댐을 지나 새만금으로 흘러간다.
그래도 물이 좀 있다. 맑은 물속에 물고기들이 왔다 갔다 바쁘다.
숲과 물이 한데 어울려 멋진 풍경을 연출해낸다.
우리가 참 좋아하는 숲길이다. 여름에 와도 별로 덥지 않아서 여름에도 자주 찾는 곳이다. 봄에는 봄대로, 여름도 좋고, 가을에는 멋진 단풍이, 겨울에는 설경이 아름다운 이 숲길은 사시사철 우리를 즐겁게 하는 곳이다. 눈이 많이 오는 날은 입산통제가 되는 바람에 허탕치고 되돌아간 적이 몇 번 있었다.
대부분 내변산분소에서 직소폭포까지, 또는 재백이고개까지 왔다가 내변산분소로 원점 회귀하는 트레킹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등산을 잘 못하는 사람들에게도 꼭 소개하고 싶은 숲길이다.
등산로에서 아래로 직소폭포가 내려다보인다. 가물어서 그런지 폭포에 물이 별로 흐르지 않았다.
직소폭포 내려가는 길이 있었지만 그냥 지나가기로 했다.
폭포 전망대에서 직소폭포 쪽을 조망해 본다. 수량이 적어서 아쉽지만 풍경은 여전히 멋지다. 직소폭포라는 이름은 폭포 아래의 둥근 못에 곧바로 물줄기가 떨어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던 선녀탕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숲 속에 있는 크지 않은 소에는 정말로 선녀들이 왔다 갈 법도 하다.
숲에 녹색이 한가득이다. 내 마음도 푸름으로 가득 찬다.
직소보까지 왔다. 작고 아담한 호수다. 호수를 끼고 걷는 길도 참 좋은 곳이다.
전망대에 올라 사진 찍기 좋은 명소에서 인증 사진을 찍었다.
자연보호헌장탑이 있는 곳이다. 남여치를 날머리로 가는 사람들은 월명암 쪽으로 가야 한다. 길이 멀기도 하고 좀 험한 편이다.
봉래구곡에는 깃대종인 부안종개가 산다고 한다.
꽝꽝나무는 잎이 불에 탈 때 '꽝꽝'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회양목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까만색 작은 열매가 달린다.
내변산자연관찰로가 있어서 산책하기 참 좋은 곳이다.
실상사는 꽤 큰 절이었던 모양이다. 1950년에 모두 불타 없어졌는데 복원 중이라고 한다. 보이는 건물은 1995년에 다시 지은 미륵전이다.
실상사 절터에는 샤스타데이지 꽃도 피어있고 수레국화도 예쁘게 피어있다. 빨간색은 꽃양귀비다.
인장바위는 아래에서 봐야 제대로 보인다. 언뜻 보면 코끼리 바위 같기도 하다.
자생식물관찰원에 노랑붓꽃이 한창이다. 여러 가지 희귀 식물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든 식물원인데, 노랑붓꽃 보호를 위해 일부러 습지를 만들었다고 한다.
자생식물원 벤치에서 잠시 쉬었다가 내변산분소로 원점회귀한다.
자생식물원 벤치에서 잠시 쉬었다가 내변산분소로 원점회귀한다.
운동 거리는 9.4km, 걸린 시간은 6시간 30분(휴식 시간 포함)이다. 일반 등산객보다 2시간은 더 걸린 것 같다. 힘들었지만 재미있는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