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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대봉 대덕산 산행

야생화 투어 버스 타고 금대봉 대덕산 트래킹

by 세온

'태백' 하면 석탄 도시로 생각하던 일은 옛일인가 보다. 2006년 화물열차 취급 중지 이후 지금은 태백산, 대덕산을 산행하기 위해 모여드는 수도권 승객들을 실어 나르는 여객취급역이 된 지 오래란다. 1962년 황지역으로 출발하여 1981년 태백시로 승격된 이후 1984년부터 태백역으로 명명되었다는 안내판에는 한때 전국 석탄의 30%를 생산, 수송했다는 역사를 전하고 있다.

태백역을 찾은 이유는 4월부터 6월까지 운영하는 '금대봉 야생화투어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태백시와 태백산국립공원이 협업한 사업으로 1인당 6,000원이면 왕복으로 이용할 수 있다.

대덕산을 찾은 것이 이번이 세 번째인데, 갈 때마다 검룡소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대덕산에 갔다가 원점회귀를 했다. 남편이 평소 두문동재에서 대덕산 - 검룡소 코스가 궁금했다면서 이번에 신청을 해서 드디어 그 궁금증을 풀게 되었다. 예약은 태백관광안내소(033-550-2828)에 하면 되는데, 올해는 6월 26일로 끝났고, 내년 4월부터 신청하여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의 산행 코스는 두문동재 - 금대봉 - 분주령 - 대덕산 정상 - 검룡소 탐방지원센터 - (검룡소는 생략) - 검룡소 주차장( 총 10.5km, 5시간 소요)으로 계획하였다. 총거리에서 500m 정도만 가파른 구간이고 나머지는 편한 길이라 트레킹이라는 이름을 붙여도 될 정도의 산행이다.

두문동재 탐방지원센터에서 검룡소 탐방지원센터까지는 1일 500명 이내의 탐방객만 허용되는 예약제가 실시되는 구간이다. 국립공원공단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되는데, 매년 4월 셋째 주부터 9월 30일까지만 가능하다고 한다.

< '천상의 화원'이라고 불리며 봄부터 가을까지 다양한 종류의 야생화를 보실 수 있습니다.> 라고 안내도 첫머리에 나와있기는 하지만 6월 말은 봄도 아니고 여름도 아닌 어중간한 시기라 야생화가 그리 많지 않으리라는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 시기에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이곳으로 정하게 된 것이다.

대덕산은 처음 갔을 때가 2018년이었다. 첫인상은 하늘, 바람, 야생화였다. 쑥부쟁이와 각시취가 우리를 감동시켰던 그 장면을 올려본다. 바람이 유난히도 많이 불었고, 하늘은 그럴 수 없이 예뻤으며, 구름은 빠른 속도로 우리 머리 위를 넘어가고, 꽃들은 쉴 새 없이 바람에 몸을 맡기며 그곳이 '천상의 화원'임을 우리에게 각인시킨 곳. 다녀와서 "또 가자!" 소리를 여러 번 했던 곳이다. 9월 초의 모습이니 이 모습을 보려면 두 달은 족히 있어야 하는데... 하늘이라도 보자! 하고, 이번 목적지를 제대로 정하지 못했던 우리는 투어버스를 이용하는 새로운 경험과, 두문동재에서 대덕산으로 넘어가는 코스의 산행을 해 보기로 했다.

2018년 9월 대덕산
2018년 9월 대덕산

태백역 도착은 8시 20분. 여유 있게 도착하여 태백역 앞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대려고 했지만 사유지라고 거절을 당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장이 있어서 그곳에 주차를 하고 태백역 앞 시티투어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우리를 두문동재에 내려놓고 버스는 다시 10시 승객을 맞으러 떠난다. 오전 9시와 10시에 태백역에서 출발하고, 오후 2시 30분과 3시 30분에 검룡소 주차장에서 산행을 마친 후 탑승할 수 있다.

두문동은 원래 경기도 개풍군에 있었다. 조선 초 삼척 땅에 유배된 고려 마지막 왕인 공양왕을 뵈러 온 두문동 고려 유신의 일부가 태백을 찾아왔단다. 그런데 공민왕의 타살 소식을 듣고 정선에서 두문동이란 이름을 짓고 살게 되었다는 데서 두문동재(1,268m)의 이름이 유래한다고 한다.

두문동재 탐방지원센터에서 예약 명단을 확인한 후 숲길로 들어선다. 시원한 공기가 강원도 숲임을 느끼게 한다.

잠깐 하늘을 보여주고 다시 숲길이다.

금대봉 정상은 갈림길에서 500m 밖에 안되지만 다시 되돌아 나와야 한다. 금대봉의 높이는 1,418m이다.

도중에 만난 야생화 몇 가지다.

기린초
꿩의 다리

이번에 나비와 함께 있는 꽃을 많이 찍었다. 나비가 한창 일할 시기인가 보다.

범꼬리풀
갈퀴나물

터리풀은 이제 피기 시작하는 모양이었다. 덕유산에서 터리풀을 많이 보았는데, 여기서도 만나서 반가웠다.

터리풀

기대를 하지 않고 갔는데, 생각보다 야생화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범꼬리풀이 한창때인지 군락을 이루어 핀 곳이 많았다.

이 너른 풀밭이 모두 범꼬리풀 군락지다. 꽃 색이 연해서 생각보다 잘 보이지 않았지만 올려본다.

하늘의 구름과 어울린 산의 능선이 아스라하다.

꽃쥐손이풀
기린초 무리

가파른 등산로에는 친절한 나무 계단이 설치되어 힘들지 않았다.

숲이 다 똑같아 보여도 조금씩 다르다. 나무의 종류도 다르지만 풀밭을 구성하는 식물에 따라 다른 느낌의 숲이 된다.

각고의 세월을 견뎌냈을 나무는 살아있다!

오랜 농사일로 허리가 굽은 시골 할머니를 보는 것 같아 안쓰럽다.

태백산에서 만난 탐방로 표식을 또 만났다. 여기가 태백산 국립공원 지역임을 알게 해 준다.

신갈나무는 또 무슨 일을 겪었을까. 잔가지가 무성하게 난 모습이 살아내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인다. 이 많은 가지가 다 큰 가지로 자라기에는 나무의 원줄기가 감당할 책임이 너무 무거울 것 같다.

발이 긴 거미는 꿩의 다리와 무슨 사이일까.

큰뱀무

길을 따라 난 풀들이 부드러운 곡선을 만들어낸다. 자연의 재미다.

분주령에 왔다. 이곳에서 검룡소 주차장으로 바로 내려가는 빠른 코스가 있지만, 우리의 목적지는 대덕산이다. 1.5km를 더 가야 한다. 쉼터에 벤치가 있었는데, 사람이 많아 그냥 지나쳤다.

그야말로 쑥대밭이다. 그 많은 야생초는 다 어디로 가고 녹색 풀만 무성하다.

물푸레나무는 가지에 하얀 점박이가 특징이다. 물에 가지를 잘라서 집어넣으면 물이 파랗게 변한다고 하는 물푸레나무가 대덕산에 꽤 많이 있었다.

오는 내내 꽃이 핀 일월비비추를 보고 싶었다. 결국 포기하고 곧 필 것 같은 꽃봉오리를 매단 일월비비추를 찍어보았다. 주변에 꽤 많이 꽃대를 달고 있어서 만개하면 멋진 모습을 보여줄 것 같다.

가끔 만나는 탁 트인 들판은 누구에게나 힐링의 공간이 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던 두 아가씨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추억을 만드는 중이다.

대덕산(1,307m) 정상까지 왔다. 정상도 하늘이 잘 보이는 탁 트인 곳이다.

큰으아리 씨방

찔레도 피어있다.

노랗게 핀 기린초 한 송이가 나비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주변에 다른 기린초도 많은데, 이곳에만 모이는 이유는 꿀을 채취하는 목적보다는 친구와 놀고 싶은 마음이 더 우선인가 보다.

하늘나리

바람이 꽤 불어서 겨우 찍은 사진이다. 하얀색 나비의 날개가 바람에 많이 찢어졌다. 그래도 나비는 꽃을 떠나지 않는다. 제법 센 바람인데도 잘 버티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찢어진 날개가 안쓰럽기도 하다.

전호 군락지로 알려진 곳인데, 그냥 푸른 풀밭이다. 겨우 남아있는 전호 한 포기를 찍는 데 성공했다.

초롱꽃
엉겅퀴

오줌이란 글자가 들어간 야생화가 생각보다 많다. 노루오줌, 쥐오줌풀, 여우오줌 등. 특유의 냄새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여우오줌

드디어 검룡소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하였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이곳에서 대덕산으로 향하였다.

계곡에 자갈이 그대로 드러나있다. 비가 제법 와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하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다. 장마철 동안에 비가 충분히 와서 예전처럼 풍부한 수량을 확보했으면 좋겠다.

버스 시간이 촉박하여 검룡소를 가 보지는 못했다.

우리를 태백역 앞에 내려주고 버스는 또 검룡소 주차장으로 출발한다.

총 거리 10.8km, 소요 시간 5 시간이 운동 앱에 찍혔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갔지만 제법 여러 야생화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9월쯤 2018년의 감동을 다시 느끼러 또 한번 걸음을 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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