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고 물어봤더니 그걸 어떻게 기억하냐고 되묻는다. 그런데 무려 55년도 더 된 내 어린 시절의 1학년 수업을 기억하다니.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는 우리나라 전래동화에도 나온다. 별주부전의 거북이가 토끼의 간이 필요해서, 육지로 토끼를 찾아간다는 별주부전 이야기다.
토끼와 거북이 달리기 경주는 그리스 이솝 우화의 일부란다. 빠르지만 게으른 토끼와 느리지만 부지런한 거북이의 달리기 시합. 누가 봐도 토끼가 이길 게 뻔한 시합에서 거북이가 승리하는 반전의 이야기.
교훈이 담긴 이야기라 1960년대 1학년 교과서에 등장했으리라.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던 그 시절, 근면 성실이 최고의 덕목이었을 것이다.
쌍둥이 거북이 역할을 맡은 아이들 이름이 지금도 생각난다. 철호, 철은이. 그때는 쌍둥이가 지금처럼 흔한 시절은 아니었다. 두 아이가 다 똑똑했던지, 귀한 쌍둥이라 대접을 받은 건지. 둘 중에 한 명만 거북이를 시킬 수 없어서 토끼도 둘을 시켰었다. 나랑 제일 친했던 친구랑 둘이 토끼를 맡았다.
그때의 단층 목조건물이던 1학년 교실과, 삐걱거리던 나무 마루에서 거북이 두 마리가 등딱지를 어깨에 메고 엉금엉금 기던 장면이 아직 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다.
우리 집 앨범에는 우리의 어린 시절 사진도 있었지만 아버지의 젊은 시절 사진도 함께 보관되어 있었다. 그중 한 장의 사진. 서장대 앞에서 아버지의 제자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이 내 눈길을 끌었다. 연극 공연을 하고 난 후에 찍은 거라는 아버지의 설명이었다. 다재다능하셨던 아버지는 그 시절 연극 지도까지 하신 것이었다!
그 사실이 신기했을까. 돌아가신 아버지의 그 사진이 장남인 오빠네 앨범에 들어 있을 줄 알았는데, 혹시나 하고 열어본 우리 집 앨범에 떡 하니 꽂혀 있는 게 아닌가. 허락이나 받고 얻어왔는지 어쨌든 아버지가 남기신 몇 장의 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잠시 아버지의 젊은 시절을 상상해 본다.
대학을 졸업하고 첫 발령을 받았다. 신졸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학교 사회의 규칙이나 질서를 채 익히기도 전에, 나는 특별한 프로젝트를 하나 준비한다. 백설공주 뮤지컬이었다.
학교는 모든 교육활동을 미리 계획하여 학교교육 과정을 정한 다음 그대로 실행하게 되어있다. 수업 내용뿐이 아니라, 봉사활동, 심지어 교내 청소 담당, 교통 지도, 주번 활동(지금은 없어진 활동이지만 그때는 아이들이 특별구역 청소, 주번 활동 등을 하였다.)까지도 학교 교육과정에 근거를 두고 실시한다. 요즘은 학급 교육과정도 학교 교육과정에 의거해 학급별로 특색 있게 따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런데 계획된 교육과정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다고 그냥 시작한 것이다.
방과 후에 아이들을 배역 별로 남겨서 연습을 시키고, 미술 시간 틈틈이 아이들과 함께 소품을 만들었다. 복장은 최대한 비슷하게 색을 맞추어 준비하라고 일렀다. 일곱 난쟁이는 빨간색 티, 계모 왕비는 갈색 옷, 백설공주는 흰색으로.
그때는 강당이 있는 학교가 드물었다. 무대가 있는 공연장이 따로 있을 리가 없으니 교실에 무대를 꾸며야 했다. 교감 선생님께 교무실 창문에 있는 커튼을 써도 되냐고 물어보았다.
아무 물정도 모르는 신졸 교사가 이러이러하게 준비를 했으니 공연을 하겠다. 커튼을 가져가 막으로 사용하겠다고 하다니. 기가 찰 노릇이지만 허락을 하셨다. 대신 학부모를 모시는 건 안 되고 관람객으로 동학년 선생님들만 볼 수 있도록 허락하셨다.
공연을 무사히 끝내고 찍은 사진 한 장이 내게 남아 있었다. 그날의 감격, 성취감은 두고두고 자신감의 근원이 되었지만... 멋모르는 신졸이 아니면 꿈도 꾸지 못할 프로젝트였다. 그때 그 아이들은 이미 50대가 되었음직한데, 그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기 바란다.
토끼와 거북이 시합 이야기가 2학년 교과서에 나온단다. 알아보니 수학 교과서 시간 계산에 스토리 텔링처럼 등장하는 모양이다. 교과서를 찾아 확인은 못해봤지만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는 고전 대접을 받을만하다.
그 뒤 큰 공연은 못 해봤지만, 교과서에 역할극으로 할 만한 내용이 등장할 때마다 단골 메뉴로 수업활동을 구성하였다.
아이들은 역할극을 좋아한다. 대사를 외우지 못하면 교과서를 들고서라도 역할극을 시킨다. 자신이 그 역할에 빠져 진지하게 연기를 하는 동안 내성적이던 아이도 수줍음이 줄어들고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 이야기 내용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책과 친숙해져서 독서 습관에도 도움이 된다.
학교에서 뿐이 아니고, 가정에서도 읽은 책을 토대로 역할극을 해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