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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 Aug 08. 2022

백두대간수목원야생화

야생화정원 털부처꽃


 작년 추석 다음 날인 9월 22일 수목원을 찾았다가 헛걸음을 했다. 추석 뒷날은 하는 줄 알고 갔었는데 휴관하는 바람에 입구에서 돌아 나오는 수밖에 없어서 서운했었다. 

 8월 6일 토요일 무더운 여름의 한가운데, 7월 28일~8월 7일까지 열리는 봉자페스티벌에 맞추어 백두대간수목원을 찾았다. 이번에는 무사히 입장을 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경북 봉화군 춘양면에 위치하고 있다. 백두대간에는 우리나라 자생식물의 33%가 서식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곳에서는 백두대간의 산림생태계 보전 및 복원을 위해 조성된 곳이라고 한다. 중점 조성지구만 206 ha, 휴양 관광을 위한 생태 탐방지구까지 포함하면 총면적 5,179 ha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목원이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가장 크고 긴 산줄기라고 한다. 왜 여기에 백두대간수목원이 조성되었는지에 대한 답은 아래 안내판을 보면 될 것 같다. 

 '시드볼트'라는 야생식물종자 지하터널형 영구 저장시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언젠가 TV에서 방영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바로 그 시드볼트가 이곳에 있다고 한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연구는 크게 두 가지로 첫째는 백두대간 보전 연구인데, 덕유산이나 태백산의 아고산 침엽수종 보전 연구도 이곳에서 하는 모양이다. 또 한 가지는 시드뱅크 운영을 포함한 야생식물, 종자 연구라고 한다.

 봉자페스티벌은 봉화 자생꽃 페스티벌의 줄인 말이다. 시골스러운 이름 '봉자'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친근하고 익살스런 분위기의 축제장이었다. 




 주차비는 무료. 입장료는 성인 기준 5,000원이고, 어린이는 3,000원이다. 만 65세 이상은 무료다.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 추석 당일은 휴관이다.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9시 입장이라 조금 기다렸다.

 방문자 센터의 실내 모습이다. 관련된 몇 가지 전시물이 있었고, 화장실, 식당까지 있어서 이용하기 편리했다.

  방문자센터 건물에서 수목원 입구 쪽으로 나간다.

  작은 화단에 있는 예쁜 꽃들이 먼저 인사를 한다. 마치 대표 식물들처럼.

참으아리
긴산꼬리풀
부처꽃

  입구 다리 위의 분홍색 천이 축제 분위기를 띄운다. 

 여름꽃의 대표인 목수국과 백합이 보인다. 백합은 종류가 참 다양하다.

목수국
백합

  백두대간수목원에는 호랑이가 살고 있다. 그래서 곳곳에 호랑이에 관련된 조형물이 많다. 앉아 쉬는 의자도 익살맞은 호랑이와 함께다. 표정이 무서웠으면 앉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이름표가 있는 것은 이름을 알 수 있었지만, 다 있는 게 아니라서 어렵다. 이름을 몰라서 소개하지 못하는 꽃이 많다. 

안젤로니아
분홍 가우라

가우라도 모여 피니까 예쁘다.

 트램(두 량을 연결한 전기기차이지만 레일이 없다.)을 타고 출발해서 걸어 내려오는 방법과, 먼저 걸어가서 트램을 타고 내려오는 방법이 있는데, 우리는 좀 더 선선할 때 걸어가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먼저 걷기로 했다. 트램 탑승 요금은 편도 1,500원이다.

 배움터인 숲에서는 여러 가지 체험 활동을 할 수 있는 모양이다. 아이와 같이 오시는 분들은 참여하면 좋겠다.

 진입광장 - 원추리원 - 수련정원 - 장미정원 - 돌틈정원 - 고산습원 카페 - 호랑이숲! - 자작나무원 - 암석원 - 야생화언덕 - 단풍식물원 - 트램 탑승(단풍식물원역 트램 승차 - 트램출발역 하차)으로 트레킹 계획을 세웠다.

 길가에 조성된 화단에는 여러 가지 초화들이 가득하다.

버들마편초


 트램이 준비 중이다.

 호랑이 조형물이다. 검색해 보니 '백두랑이'라는 귀여운 이름을 가졌다.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곳이다.

백두대간 산할아버지도 있었다. 포토존이 멋지다. 

 원추리는 이제 끝물이다. 거의 꽃이 지고 열매가 맺히는 중이다. 외래종이 많이 식재되어 있었다. 국내 토종 원추리는 7월이 피크였던 것 같다.

수련식물원의 모습이다.

수련
빅토리아수련 잎
홍련
솔잎금계국

여름의 효자 꽃 에키네시아. 에키네시아도 색이 다양하다.

에키네시아

 장미 정원에는 꽃이 거의 없었다. 

8월은 마타리의 계절이다. 금빛 색감이 강하다.

마타리

 배초향도 피기 시작한다.

배초향
노루오줌
톱풀

 고추잠자리는 엉겅퀴 위에 쉼을 허락받았나 보다.

긴산꼬리풀

호랑이 모양의 트램이 보인다. 트램출발역에서 오는 것이다.

 가로수가 모두 돌배나무다. 봄에 하얀색 꽃이 피었을 때 장관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배가 주렁주렁 열렸다.

 돌틈정원에 도착했다. 돌 틈에 식물들을 심은 정원이다. 쉼터도 있어서 더위에 지친 탐방객에게 큰 도움이 된다. 이쯤에서 지친 탐방객들이 많이 쉬고 있었다.  

 우리는 아직 괜찮으니까 그냥 통과한다. 숲길로 갈까 하다가 오른쪽 길로 가기로 했다.  

 숲길로 갔다면 만나지 못했을 멋진 친구를 만났다. 얼마 전 '산꿩의 다리'를 검색하다가 알게 된 '금꿩의 다리!'다. 금꿩의 다리라고 해서 노란색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긴 수술이 황금색이라 '금꿩의 다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블로그 이웃의 글에 자세한 설명과 함께 올라온 사진을 보고 익혀두긴 했는데, 실물을 볼 줄이야! 귀한 야생화를 만나서 정말 반가웠다.

 트램을 타는 역에 무지개색 양산이 있었다. 사진 찍을 때 좀 더 예뻐 보이라고 빌려 쓰고 다니는 중이다. 그런데 아무래도 내가 사용하는 양산보다는 햇빛을 덜 막아주는 느낌이다. 내 양산은 작지만 안쪽이 검정색으로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것인데, 빌려온 것을 안 쓸 수는 없어서 계속 들고 다녔다.

싸리꽃도 찍어보았다. 

싸리나무
꼬리조팝나무

호랑이 발자국을 도로에 그려 놓았다.  

고산습원 가까이에 있는 베이커리 카페는 배고프고 목마르면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약간의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장소다.

 이름이 재미있는 사위질빵도 만났다. 사위 아끼느라고 짐을 덜 지게 한 장모님 덕분에 가벼운 짐을 지게 된 사위를 놀리는 이야기에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한다. 짐이 너무 가벼워서 이 나무 덩굴로 질빵을 해도 끊어지지 않겠다고 놀렸단다. 산과 들에 있는 다른 덩굴에 비해서 사위질빵 덩굴이 굵은 줄기지만 잘 끊어진다고 한다. 꽃이 참 예뻐서 관심이 많이 가는 덩굴식물이다.

 호랑이 꼬리 벤치. 

 도로에 쓰인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구만!!',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글귀에서 익살스런 수목원 컨셉을 엿본다. 

호랑이 꼬리 바위는 꼭 바위 뒤에서 호랑이가 튀어나올 듯하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까지, 호랑이에 관련된 이야기는 다 동원했다.

 호랑이숲에 드디어 도착했다. 정확히 말하면 호랑이 방사장이다. 총 3.8ha, 축구장 6배 크기의 면적이라고 한다. 해설해 주시는 분이 따로 없어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총 6마리의 호랑이가 있는데 실거주지는 따로 있고, 1~2마리씩 방사장으로 나온다고 한다. 오늘은 2마리를 볼 수 있었다. 백두산 호랑이의 종 보전과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연구를 하고 있는 곳이다.

호랑이숲 가까이 쉼터에 있는 호랑이 조형물이다.

자작나무원에 도착하였다. 숲을 이루고 있는 자작나무 옆으로 아주 작은 묘목들이 식재되어 있었다. 하얀색 철제로 된 보호망을 둘렀는데, 미관을 해치지 않은 좋은 아이디어다. 작은 묘목들도 세월이 지나면 큰 숲을 이루게 되겠지.

자작나무를 한자로 백화(白樺)라고 한다. 시가 마음을 울린다. 

 코스모스가 가을을 예고한다. 가을에 오면 코스모스, 구절초, 쑥부쟁이가 들판을 연 분홍, 연보라로 장식하겠지. 잠깐 가을의 들판을 상상해본다.

 여름 땡볕이 뜨겁다. 예쁜 꽃들은 햇빛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꽃을 보려면 한여름의 방문객은 괴로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양산이 필수다. 수목원에서 빌려주는 양산이 분홍색도 있었다. 들길이 덕분에 제법 알록달록하다.

 암석원에는 반갑게도 시원한 분수가 더위를 식혀주는 듯하다. 분수 찍느라고 바위는 많이 못 찍었다.

 한 두 송이 핀 꽃도 예쁘지만, 무리 지어 피어있는 모습이 예쁜 꽃들이 있다. 봄부터 계속 그런 꽃밭으로 조성한 곳들을 열심히 찾아다니다 보니, 군락으로 조성한 꽃밭의 아름다움에 푹 빠진 것 같다. 이번에도 부처꽃 단지가 조성되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으로 행선지를 정했다.

 야생화 정원에 털부처꽃이 가득이다. 자줏빛 색조가 강한 편이다.

 그냥 예쁘다! 하고 느끼면 되지 않을까? 무슨 수식어가 필요할까? 특정한 단어가 꼭 있어야 하나? 나는 그저 있는 그대로 아름다움을 느낄 뿐이다. 그래서 내가 시어 찾기에 약한지도 모르겠다. 시는 잘 못 쓴다.

 아카시 나무도 아닌 것이, 이팝나무도 아닌 것이 요즘 신림동 도로가에 연한 노란색으로 피었다가 지는 꽃이 뭔지 정말 궁금했었다. 이름 몰라도 그냥 예쁘다 하고 지나가면 될 걸 왜 그렇게 이름이 알고 싶은지... 요즘 야생화 이름 공부하다 보니 생긴 버릇이다.

 그런데 그 나무 이름을 찾았다. 회화나무였다.

 회화나무 이름을 처음 안 것이 해미읍성이었다. 천주교 박해의 현장으로 많은 신도들이 성지 순례로 찾고 있다는 그 회화나무가 수령이 300년쯤 되었다고 한다. 슬픈 역사를 지닌 그 나무와 같은 이름의 나무를 이곳에서 발견한 것이다. 달려있는 이름표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나무 이름이나 꽃 이름을 잘 아는 방법은 관심이다. 관심을 가지고 찾다 보면 눈에 익고, 그래서 실물과 이름을 맞추고 그 이름을 불러줄 수가 있는 수준까지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모르는 이름이 더 많다. 이번에도 사진은 찍었는데, 이름을 몰라서 못 불러준 나무나 꽃들이 꽤 있었다. 언젠가 그 이름들도 다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내겐 관심과 애정이 있으니까.

친근한 이름 '봉자'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었다. 

 트램을 타고 와서 걸어오면 야생화 언덕 표지판을 먼저 만나겠지만, 우리는 그 반대로 야생화 언덕 막바지에서 표지판을 만났다.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걷는 사람보다 먼저 트램을 타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구상 시인의 시 한 구절이 마음에 와닿는다.

 지금은 힘들고 어렵고, 또한 귀찮기까지 한 현 시절이, 지나고 나면 나의 전성기였다는 사실을 젊은이들이 알까? 알고 즐길 줄 알았으면 좋겠다. 나도 그 시절에는 몰랐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한창 바쁘고 힘들어서 그렇게까지 좋은 줄도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직장 일에 아이 키우는 일에 발 동동 구르고 살던 시절이,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하루도 맘 놓고 게으름을 피울 수가 없던 그 시절이 얼마나 황금기였는지...

 꽃을 보고 행복할 수 있는 이 시절을 지나고 나면 나도 지금이 꽃자리였다는 사실을 추억할 것 같다.

 <아름다운 꽃자리에서 지금 행복을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쉬땅나무

  단풍식물원도 조용조용 가을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별로 티 안 나는 녹색 계통으로 통일하고 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노랑, 빨강, 주황으로 세상을 화려하게 뒤흔들 줄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방문자센터에서 단풍나무역까지의 거리는 2.2.km이다. 큰길 따라 걸으면 30분 걸린다고 쓰여있었다.

그런데 운동앱에는 4.4km로 찍혀 나왔다. 구석구석 꽃을 찾아 누비느라고 거리도 시간도 늘어난 모양이다. 운동 시간은 총 2시간 40분이었다.

  트램을 타고 되돌아오면서 찍어 보았다. 다음 방문 때는 걸어봐야겠다.

  배움터 '숲'으로 되돌아오니 뜻밖의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다. 화분 분갈이 행사장이었는데, 튤립 구근을 무료로 나눠주고 있었다.

 방문자센터에서도 간단히 연락처를 기록하고 선물을 받았다. 플라스틱 공 속에는 털부처꽃 씨앗이 들어 있었다. 손녀 줄 팽이도 하나 얻었다. 예쁘게 색칠하라고 하면 좋아할 것 같다.

 식당에서 토끼 포장지를 개봉해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나 많이 들어있을 줄은. 8 봉지나 되는데 갑자기 튤립 구근 부자 되었다.

 출입구를 나오는데 관리하는 직원이 잘 보았냐고 물어본다. 호랑이도 보았냐고 물어서 여러 장 찍었다고 했다. '부처꽃'이 참 좋았다고 하니 흡족해한다. 9~10월에 가을 봉자 페스티벌이 있다고 그때도 오라고 권한다. 그때는 지금보다 덜 더울 거고, 구절초와 쑥부쟁이가 만발할 거란다.

 가을 봉자 페스티벌에 또 한 번 방문해 볼까 싶다. 수목원은 계절마다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감동시키는 곳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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