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씨의 훈계

사프라(스페인 은의길)

by 연명지


연명지


길과 나 사이에 올리브나무가 있고, 올리브나무와 나 사이에 우정이 싹트고 있다. 자연 안에 고요히 머물 때 지나간 사람들이 고이기 시작한다. 그들의 웃음소리가 고이고, 달그락대는 식탁 소리가 고이고, 아픈 몸이 고인다. 자꾸만 고이는 목소리가 나를 긴장시킨다. 지금도 경계선 밖에서 우리를 서로 사랑하게 만드는 길상씨. 그 미소 지금도 환하다.


가족의 화목을 위해 늘 침묵하셨던 아버님의 훈계는 조용한 미소였다. 삶의 미세한 결을 흔들지 않고, 서로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우리의 든든한 아버지가 계셔서 밝은 웃음소리가 났다. 또 다른 눈으로 삶을 바라 볼 수 있도록 고요하게 웃어주던 아버지가 묵묵히 길을 걸어가신다. 따뜻하다.


명절이면 길상씨처럼 웃는 시동생을 보며 다정했던 날들을 생각한다. 길의 끝자락에서 마을들이 들창을 열고 순례자들을 반긴다. 길은 사람들에게 서로 서로 사랑하라고 한다. 모두를 사랑하라는 말, 서로 사랑하라는 끌림에 내 안에 기쁨이 환해진다.


순례길은 도시를 지나서 교회로 이어진다.

오늘도 비슷한 길이지만 다른 길을 걷는다.

산티아고 길은 예수님과의 추억이 많다.

천사는 꼭 필요한 시간에 날개를 펴고,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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