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십자가는 자신을 내려놓고 가는 길이다. 사람들은 고향에서 가지고 온 작은 돌이나 사진에 기도를 담아 내려놓는다. 아픔을 동반한 그리움을 두고 돌이 많은 능선을 넘는 길은 힘이 든다. 소중한 것들을 두고 내려가는 길은 애잔하면서도 폭력적이다.
아픔에도 결이 있어 결대로 울어야 하는 날이 있다. 다른 순례자들처럼 철의 십자가 아래 두고 올 수도 어디론가 흘려보낼 수도 없는 오래된 날들이 돌산을 넘으며 무릎 안에서 부어오르기 시작한다. 언어 속에 욱여넣고 싶지 않아 침묵으로 지켜냈던 무거운 풍경 하나가 무릎을 만지는 순간 터져 나온다, 내가 가진 사랑 중에 가장 깊어 끝을 알 수 없는 어린 목소리가 마음에 얹힌다. 줄어들지 않는 통증을 견뎌온 시간이 한순간 무너진다. 아프다고 말하지 말자, 소리 내어 울지 말자고 버텨 온 시간이 철의 십자가 아래서 침묵을 깬다. 안녕이라는 말을 수없이 삼켰었다.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깊어서 매일 밤 아이를 업고 다니는 꿈을 꾸고 아침이면, 여기 없는 아이를 두리번거렸다. 그렇게 견뎌온 날들을 묶어 시집을 두 권이나 세상에 부려놓았다. 물이 많은 눈 속의 한 문장을 읽어내는 사람은 드물다. 길은 슬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기로 작정한다.
그 길 끝에 아름다운 마을 몰리나세카가 있다.
여행을 갈 때 시집을 한 권씩 가지고 가서 여행 중 만난 사람이나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에 기증하고 온다. GOD의 같이 걸어요 팀이 묵었던 호스텔에서 1박을 했다. 사장님이 먼저 김치 파는 알베르게를 알려주신다. 골목이 아름다운 길을 지나 김치라면을 사왔다. 다른 순례자들에게 좀 미안했지만 한국음식이 너무 고팠다. 누룽지를 넣고 끓인 라면이 너무 맛있다. 누룽지 라면과 와인의 조합은 스페인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식탁 풍경이다.
Casa san Nicol`as 호스텔에 『사과처럼 앉아있어 』 시집을 두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