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지
세비야에서 시작한 은의길과 살라망카에서 레온으로 와서 걸은 프랑스길, 힘들지만 한 발 한 발 나아가다 보면 노란 화살표가 보이고 차곡차곡 걸어 어느새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한다. 그 길 끝에 내가 있다. 걸으면서 만난 내 안의 나는 이상하고, 불편하고, 교만하다. 나를 온전히 내려놓고 대성당 앞에서 만세를 부르는 나는 이제 제법 똘똘해졌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저 멀리 밀려간다. 누군가의 관심과 호의를 바라기 전에 내가 누군가에게 먼저 선물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하는 날은 비가 오고 추워서 힘이 들었다. 삼십여 일 햇살에 얼굴도 그을리고 마음도 단단하게 익었다. 차곡차곡 걸어 산티아고 대 콤포스텔라 대성당 오브라이도이로 광장에 도착했다. 남들처럼 만세를 부르고 뜨거운 눈으로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발목부상으로 힘들었던 날들이 이제는 기쁨으로 벅찬 눈물을 끌어올린다. 바닥에 누워 하늘을 보는 사람들, 얼싸안고 춤을 추는 사람들,,, 내가 걸어온 모든 길이 이곳에 있다. 다음날 12시에 향로 미사를 드렸다. 순례자들이 모두 향로미사를 드리는 건 아니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스페인 남편도 감동하며 미사를 드렸다. 유럽의 땅끝으로 3차 전도 여행을 떠난 사도바울을 생각하니 어느 하루도 감사하지 않은 날이 없다.
나 자신이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산티아고는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