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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두레문학 2025 봄 발표

by 연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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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지 최옥선 사진작가 사진



더위를 흘려 쓰면 엄마의 눈이 그렁그렁해


굳어버린 온열체로 지하주차장 구석에 붉게 쓰러져

세상에 없는 청년이 되었어


십오분 만에 다녀오기에는 너무 먼 오층 휴게실


더위를 토해내지 못하고,

한동안 정리하지 못한 책장을 염려했어


온열에 의한 탈수라는 말이 먼 곳에서 들려왔어

어제와 오늘 사이 죽을힘을 다해 뛰었지

두려움을 펼쳤다 접는 것 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 순간 얼마나 무서웠는지 아무도 묻지 않아


지병으로 몰고 가는 염치없는 문상들

저 들의 입은 날카로운 칼이 되어 가족들의 마음을

난간 끝으로 밀어 넣었어


저들이 판 웅덩이에 지하 주차장에서 카트를 미는 동료들

나처럼 억울한 죽음이 또 있을지 몰라


언제가 눈만 꿈벅이는 그들의 문상은 조용히 묻히겠지


눈물은 푹푹 쏟아지고 샛노랗게 터진 손가락 끝에 매달려 있는 그 하루

무수히 떠도는 울음을 깨우는 인기척, 혼잣말처럼 조용히


스물아홉에 이승을 넘어야 하는 청년을 기억하길 바래




시작 노트


이웃을 오롯이 사랑한다는 것은 그저 “어떻게 지내요?“하고 물을 수 있다는 뜻이다-시몬 베유


2023년 여름 지하 주차장에서 카트를 밀다 온열로 사망한 청년은 스물아홉이었다


“엄마, 나 너무 덥고 힘들었어요”

숨진 청년이 남긴 말이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흩어졌다 모이기를 반복하는 세상에서 울타리가 되어주는 어른들이 많았더라면 아까운 청년들이 죽는 일은 없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생명이 있는 방향으로 가지를 넓혀가는 나무 같은 사람들을 불러본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세상에 다리를 놓는 사람들이다

누군가의 곁으로 다가가는 순간, 그것이 희망이 되어주는 세상은 아름답다. 자신들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우리의 청년들이 행복한 나라가 되기를 소망한다.


우리들의 일상 속 어디서든, 카트를 미는 청년들을 만나면 “괜찮아요?” 하고 물어봐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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