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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곡차곡 걸어 산티아고

여행 에세이가 출간 되었다

by 연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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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2019년 봄 프랑스 길, 2021년 산티아고 은의 길을 걷고 나서 Camino Blue에 빠졌다. 두고 온 길이 벼락처럼 달려올 때마다 운중천으로 나갔다. 판티아고라는 거리를 만들어놓고 길에 잡혀 살고 있다. 오랫동안 걸어 온 길의 마음을 소중히 여겨야 길이 나에게 몸을 열어준다는 믿음으로 스스로 운중천의 집사가 되었다.


순례길은 하나님이 나를 미행하고, 나는 하나님을 미행하는 여정이다. 우리는 서로를 미행하며 친밀해졌고 애틋한 사이가 되었다


이토록, 무언가를 오래도록 그리워 했던 적이 있었나?

순례길을 걸은 흔적을 발견하는 날은 풍경 소리를 듣게 된다.


어디선가 떠나온 사람이었던 나는, 아직 순례자 오픈 단톡방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상처는 스스로 떠돌다 어느 순간 불현듯 찾아온다는 걸 깨달았다. 삶의 어느 구간을 지나갈 때, 생각의 안쪽을 서성이던 쓸쓸한 관계들이 건너온다. 지나간다는 것은 비우는 것이다. 누군가 열어보기를 기다리지 말고 나 스스로 비우면 된다.


길이 나를 지나가며 슬픔에서 구출해주었다.


두 번의 산티아고 여정에 함께 해준 남편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산티아고 북쪽길을 재촉해본다.

내가 다시 갈 때까지 길은 거기 있어줄 거다. 그것이 길의 사랑법이다.


레온 사진을 제공해준 까미노 단톡방의 방장님, KK 김고산님에게 감사드린다.


지금 산티아고 길을 걷는 모든 사람들에게 Buen Camino!

2025년 4월 백현동에서 연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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