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표음식은 ‘기응치’

인사는 ‘안니엉'

by 오후세시

싱까왕에서 처음으로 초등학교 컴퓨터 수업을 참관하러 갔을 때 얘기다. 나는 컴퓨터교육 분야로 파견된 단원이라 싱까왕의 초등학교 한 곳이 나의 출근지가 되었다. 우기가 계속될 무렵이어서 수업이 끝나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면 아까까지 쾌청했던 하늘에 어김없이 비구름이 머무르며 제법 굵은 빗방울을 내렸다. 한 손에 우산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만 자전거를 운전하기란 아직 자전거 초보운전인 나에겐 무리였기에 나는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 교실 밖 복도의자에 앉아있었다.

SNV12897.JPG 할로! 사진찍어주세요!


그 의자에는 나만 앉은 것이 아니라 한 무리의 아이들도 함께였다. 나처럼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나 보다 했는데 아직 수업이 끝나지 않은 학년이 있는 모양이다. 아이들의 크고 맑은 눈이 호기심을 가득 담은 채 나에게 향해있다.


‘선생님 어디서 왔어요?’


부끄러운 듯 서로 옆구리를 찔러가며 질문자를 선택하는 모습이 귀여웠다. ‘난 한국에서 왔어’라고 얘기하자 질밥을 쓴 통통한 여자아이가 대뜸 ‘아! 저 한국음식 알아요! 기응치!’ 이러는 게 아닌가? '응? 기응치?' 우리네 자랑스러운 음식이 이런 인도네시아의 시골까지 알려졌다는 기쁨은 1초, 도대체 ‘기응치’는 뭐란 말인가!(그때 인니에서 ‘대장금’ 파워가 있던 때라서 거기서 본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SNV12880.JPG 학교 매점. 아이들이 좋아하는건 다 있다!

여자아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른 아이들도 열심히 따라 하기 시작했다. '나도 알아 기응치, 기응치, 기응치’ 나는 일단 흥분한 아이들을 진정시켰다 '얘들아 잠깐만~~ 기응치가 아니고 빠르게 김치! 김.치. 해봐' 하며 열심히 ‘김치, 김치, 김치’라고 발음을 들려주었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김치발음이 어려운지 ‘기응치’가 더 마음에 든 것인지 '기응치'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그래 아무렴 어떠랴. ‘김치’든 ‘기응치’든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음식 아니던가.


김치의 ‘아삭’한 식감을 떠올리며 군침을 삼키고 있는데, 계속되는 질문


‘인사는 한국말로 뭐라고 해요?’


아이들이 이렇게 나의 모국어에 대해 호기심을 들어내니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진다.


‘한국은 인도네시아와 다르게 아침, 점심, 저녁인사를 다 똑같이 해도 된단다’



SNV12883.JPG 방과후 군것질은 못참지 '아이스크림 아저씨'

‘안녕하세요, 이렇게 해봐’ 또 따라 해 보는 아이들, ‘아니엉 하……’ 다시 ‘안, 녕, 하, 세, 요’, ’안니엉 하쎄여’ '아이들에게 반말로 인사받기가 싫은 나는 열심히 몇 번을 반복해 주었지만 어느새 아이들은 '안니엉' 하며 하나둘 집으로 갈 채비를 한다. 열정가능한 나의 첫 한국어 시간은 그렇게 끝이 났다. 오늘 배운 한국인사가 아이들 머릿속에서 얼마나 남아있어 줄지는 의문. 이 아이들 머릿속에 한국어는 어려워 라는 이미지만은 남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천국의 아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