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엄마에게 통보하는 딸

누가 설득보다 용서가 쉽다고 했던가

by 스몰유니버스

저번주, 드디어 준비했던 어학연수 장학금 결과가 발표되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결과는 합격이었다. 결과를 보자마자 나는 탄성과 탄식을 동시에 내뱉었다. 가고 싶었던 곳에 장학금까지 받아가며 공부할 수 있는 기회는 결코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닌 걸 알기에 기뻤다. 하지만 이걸 엄마에게 어떻게 말해야하나 걱정이 앞섰다.


엄마는 내가 귀국하기 졸업하기 전부터 한국에 들어와 살기를 바랬다. 외국에서 한 번 둥지를 트면 계속 거기 살게 된다는 이유에서이다. 우리는 내가 어렸을 때 부터 우리 둘만 살아왔기에 엄마의 입장도 이해가 됐다. 엄마는 항상 겨우 있는 가족이라고는 우리 둘 뿐이고, 고등학교 때부터 나가살았는데 뭘 더 떨어져사냐고 했다. 어처피 엄마는 엄마 약속대로 바쁘고 나도 나대로 바쁘니 서로 볼 시간도 얼마 없다고 했다. 본가에서 나와 살았을 때도 엄마는 그래도 차로 1시간이면 갈 수 있으니 안심된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이 사회가 너무 버겁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평가와 비교, 사회적 우위를 점한 자와 그러지 못한 자들의 보이지않는 경계선, 기대치에 요구해야 하는 것이 나에겐 너무 버거웠다. 그러면서 점점 성격도 예민해져갔다. 사실 나는 원래 예민한 사람이다. 외국에서 생활할 때만 좀 둔해진 것 뿐이지. 귀국을 한 후 점점 예민하고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울적해진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면서 되뇌었다. 나는 이곳을 벗어나기로.


나는 항상 도피하는 삶을 살았다. 시골에 있는 집 근처 고등학교에 가기 싫어 버스타고 나가야하는 고등학교에 갔고, 입시 실패라는 현실이 두려워 중국유학을 준비했고, 대학결과 발표 전에는 무서워서 배낭여행을 떠났다. 이 모든 결정에서 사실 나는 엄마를 설득해서 결심을 한 것이 아닌, 다 결정 후에 엄마에게 통보했다. 그럴 때 마다 사실 엄마는 충격은 받았지만 끝내 허락해주었다. 그러면서 "어처피 내가 반대해도 갈 거면서 뭘" 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게 나는 엄마에게 내 결정을 통보하는 것에 익숙해졌다. 처음 남자친구가 있다는 사실을 알렸을 때도 나는 급작스럽게 엄마에게 말했다. 대학을 간 이후 떠났던 여행, 졸업 후 한달살이 모두 엄마에게 물어보지 않았다. 이미 난 익숙해졌고 나이도 25살이면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졸업 후, 첫 직장을 가진 이후, 엄마에게 처음으로 상의를 했다. 직장을 너무 그만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당시에는 견딜 수 없었고 몸에도 무리가 왔으며 엄마에게 너무 답답한 마음을 처음으로 내비쳐보였다.정신과를 가서 상담을 받고 싶었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견을 말했다. 내 결론은 반반이었다. 엄마는 내가 너무 힘들어보이는 이유에 남자친구와의 장거리 연애도 있다고 생각해 정신차리라며 나무랐다. 하지만 너가 너무 힘들면 그만두라는 말도 같이 덧붙였다. 나는 후회했다.


엄마는 그 전까지와는 달리 나를 말로는 지지해준다고는 하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그러면서 내가 다시 중국에 가고 싶다고 하자 그 날부터 울기 시작했다. 새벽에 갑자기 일어나 우는 엄마를 안심시키기 위해 당분간 중국은 가지 않겠다고도 했다. 그렇게 진정되는 듯 했다.


하지만 나는 어쩌다보니 중국어학연수를 신청했고 이번에는 엄마의 우는 모습을 조금이나마 덜 보고 싶어 일이 확실히 다 결정되면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어제 나는 엄마에게 말을 했고 엄마는 미리 상의할 수는 없었냐며 화를 내며 울었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하든 죄인이였다. 나는 하고 싶은 건 다 하는 딸이였고 항상 엄마에게 통보만 했다. 그렇게 이기적인 딸이었다. 불안장애와 엄마에 대한 죄책감, 나에 대한 경멸이 올라오며 우리둘은 그렇게 밤새 악을 쓰며 울었다.


직장을 그만두지 말고 나 하나만 버티고 다녔어야 했던 걸까, 어학연수를 가지 않았어야 하는 걸까 정말 많은 생각이 들면서 이후에 벌어질 일들은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정말 안개가 낀 숲속마냥 머릿속이 하얘졌다. 샤워를 하다가 울고, 밥을 먹다가 울고, 전화를 하다가 울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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