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2일-서늘함

by 셀린느

자정을 갓 넘긴 시각. 아이가 내 방문을 열고 무심히 얘기했다.


"홍대 떨어졌어."


그렇구나.. 라는 말도 못했다.

등골을 타고 내려오는 서늘함에 몸이 떨렸다.


그리고 이어진 수시 발표. 아이가 걱정됐다.

아니, 정확하게는 나 때문이 아닐까? 자책하기 시작했다.

내가 괜히 조직검사 받는 날을 아이 대학 발표일과 같은 날로 잡아서...

온 우주의 에너지가 아이에게 쏠려야 하는데, 내가 흐트러뜨린 건 아닐까?

가장 빠른 날을 선택했어야 했다는 머릿속 합리화따위는 허락되지 않았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나 때문이야. 나 때문이야.. 나 때문이야...


그렇게 길바닥에서 울면서 전철을 타고 병원까지 갔다.

평소 바빠서 내 병원 치료에 거의 온 적 없는 남편이 이상하게 왔다.

좋은 일인데, 서늘했다.


몇 가지 검사가 끝났다.

의사 상담을 받으러 진료실로 들어갔는데...

남편까지 불러 모으며 나를 보는 의사의 눈빛에서, 난 이미 결과를 읽었다.


유방암.


또 온 몸을 관통하는 서늘함에 몸을 떨었다.

그래도 의사가 하는 말을 정신 똑바로 차리고 끝까지 다 들었다.

그 끝에... 참았던 질문을 했다.


“그래서... 치료 잘 받으면, 살 수 있나요?”


그렇다고 대답해 주었다.

그럼 됐지뭐. 살 수 있다니까.


‘우리 삶의 재앙은 어느 날 이렇게 갑자기 찾아오죠....’

로 시작한 의사의 따뜻한 말이 끝났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작가로 살면서 ‘하염없이’라는 말을 여러번 써봤지만, 그 정확한 의미를 오늘 처음 안 것 같다.

막, 너무, 엄청 슬프지 않은데, 그냥 눈물이 계속 흘러내리는 것.

억울하다, 왜 하필 나에게? 이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대신...

그래... 내가 너무 애쓰고 살았어... 그래서 잠시 쉬라는 걸 거야.

안 죽는다잖아. 치료 잘 받으면 살 수 있다잖아.

지난 50년. 너무 애쓰고 살아서, 강제로 멈추게 한 걸 거야.

그래야 나머지를 살아낼 수 있을 테니까.

하늘이 날 도와준 거야. 이 즈음에서.


그런 생각에 머물자, 하루 종일 내 몸 곳곳에 배어있던 서늘함이 조금씩 사라져갔다.


아직 잘 모르겠지만, 두려움은 어쩌면 서늘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서늘함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앞으로 뭘 어찌해야할지 잘 모르겠는데.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일단은 멈춰본다.

쉰 살이 되어서야.

아직 삶이 무언지도 모르는 아이 같은 내가.

이런 식으로.

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