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어쩌다 주식투자 설명회

by 셀린느

새삼 내가 이렇게 약속을 많이 만드는 유형의 사람이었나?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지난 12월 1, 2, 3일. 가족과 제주도 여행 중이었다.

물론 12월 4일, 건강 검진에서 아플지도 모를 싸인이 시작되었기에,

건강 걱정 안 하는 일상으로서는 마지막이었던 시간들.

주식 펀드 매니저로 있다가 여차저차 전업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친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혹시나 상대방에게 내 연락이 누가 될까... 걱정 투성이인 우리집 유전자를 여실히 이어받은 언니가,

말을 뱅뱅 돌리면서 꺼낸 얘기가 결국 '12월 14일 롯시에서 하는 주식투자설명회에 함께 가보지 않겠냐'는 제안이었다.

주식 투자라곤 모르던 내가, 몇 달 전부터 조금씩 투자를 시작하던 터.

그러겠노라 답했었는데...


이제 이날의 이슈는,

주식투자 설명회가 아닌,

친언니에게 내 상황을 알려야 하는 일로 바뀌어버렸다.


리얼치킨보이라는 전업주식투자자와 김탁이라는 모 기업 소속 전문가가 2시간 동안 유용한 정보를 주었다.


하지만 언니는 내 컨디션을 더 걱정했다.

니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닐텐데.... 하고.


"언니야. 난 내가 기를 쓰고 노력하면 정해진 운명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살아야 의미가 없을 테니까...
그래서 정말 할 수 있는 걸 다 했는데... 안 되더라...

아들 얘기였다.
평소 사주를 반신반의하던 나는 하필 고3 운이 너무 안좋다는 말을 극복해보려고 정말 애를 썼지만, 상황은 점점 안 좋아졌다. 특히, 담임 문제는 더욱.




한때는 담임에 대한 분노로 잠을 못 이루는 때가 있었다.

그 분노는 최근까지도 이어졌고, 저주의 문자를 보낼 생각도 했었다.


당신은 담임 같은 건 하지 말라고. 그럴 자격 없다고.


그런 내게 상담사를 하는 언니가 그 분노를 그림으로 표현해보라고 했었다.

내가 똥손인 줄 뻔히 알면서.



담임먹는지호.jpg 담임 잡아먹는 아들


얼마전, 아들이 꿈에 빨간 눈의 까만 뱀을 찢어서 잡아먹는 꿈을 꾸고 일어나 온 몸이 뜨겁고 매스껍다고 힘들어했던 적이 있다.

상담사 언니는 뱀은 여러 상징이 있지만 치유의 의미이기도 한데, 아들 스스로 치유를 시작했지만, 아직 그림자 단계이고 매스껍고 힘든 일인 것 같다고 했다.

저 그림은,

치유의 뱀을 먹고 성장한 아들을 뱀으로 상징, 담임을 잡아먹는 그림이다. 담임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상담사 언니의 첫 말은, "그림 잘 그리셨어요~" 였다. ㅎㅎ

(참고로 상담사 언니는 이대 미대 전공이다. 그림을 아주 잘 그린다. 그러니 이건 특급 칭찬일 터.^^)

그 의미를 얘기하는 과정에서 내 안에 지난 3월부터 들끓던 그 사람에 대한 분노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어쩌면 아들이 그냥 운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성숙하지 못한 담임을 만난 불운.

그녀가 아들에게 휘두른 부당한 힘의 횡포를 내 안에서 해결하지 못하여 참으로 많은 날 울며 힘들어했다.

왜 하필 고3이냐고.

그렇다면 스무살, 스물한 살의 불운은 그나마 다행인가?

꼭 그렇진 않을 것이다.

그냥 하릴 없이 벌어진 수많은 일 중에 하나일 것이다.



운명을 바꾸려고 그 애를 썼으니 니가 아프지...
가볍게 살자... 너무 애쓰지 말고...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고 인정하고.
할 수 있는 것만 하면서. 아프지 말자... 아프지 말자...


어쩌다 주식투자 설명회에 왔다가 언니를 또 울리고 말았다.


미안해, 언니야... 다시 건강해질게.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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