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없는 열흘이었다.
1월 26일 암치료를 위한 첫 서울대 진료를 앞두고,
24일~25일 1박 2일간의 주체할 수 없는 방황과 진통을 겪었다.
암진단을 받은 후, 제대로 울지 못했던 것이 한꺼번에 터졌다.
정말 1박 2일 동안 내내 울었다.
곰곰히 생각해봤다.
뭐가 이렇게 날 힘들게 하는 걸까?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죽을지도 모른다는 본능적인 두려움
2. 내 삶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무력감
3. 애쓰고 살아온 50년이 수포로 돌아갈 것 같은 허무함
즉, 전방위에서의 상실이었다.
1은, 누구나 한번은 언젠가 죽는다.로 두려움을 줄였다.
3은, 앞으로 얻게 될 삶에선 너무 애쓰지 말고 살자는 다짐으로 허무함을 달랬다.
그런데...
2번. 내가 내 삶을 통제할 수없는 무력감은? 어떻게 해도 잘 해결되지 않는다.
병에 대한 제한되지만 검증된 자료 숙지,
비교적 좋은 생활습관 형성,
그리고,
긍정적인 마인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이정도 뿐이다.
내 목숨이 어떤 한 의사의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이렇게 무력하게 느껴질까?
그래서 문득 영화 아이템이 생각났다.
제목 : Surge (회광반조)
완벽주의 성향이 강해 통제력이 엄청 강한 여주인공.
제 삶을 통제하지 못하는 건, 곧 죽음이라 다름없다는 게 평소 지론이다.
그런데 어느 날, 죽을지도 모를 병에 걸린다.
그러자 엄청난 무력함을 느끼다 못해 미치기 직전인 여자는,
무력함이란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주치의'를 통제하기 위해 유혹하기로 결심한다.
그녀의 주치의는 그 분야의 국내외 탑 전문의이자, 대학시절 그녀의 [어긋난 사랑].
결국 그녀는 그를 유혹하고 사랑을 하게 되는데...
과연 그녀의 사랑은 사랑인가?
통제욕인가?
아니면 살기 위한 몸부림인가?
그것도 아니면, 못 이룬 사랑에 대한 파국적 욕망일까?
지금 회사에서 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있고,
팬 엔터에 넘어간 내 드라마도 있는데...
수술 후 치료를 하면서는 아마도 다 놓아야 할 상황일 거다.
그때 써보고 싶은 이야기다.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