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March 2026

by Song Gidae

얼마 전 어떤 사람이 조르바처럼 살고 싶다고 했다.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책에 대해서는 읽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왠지모르게 어려울 것만 같아 미뤄두고있었다. 그리고 최근에서야 읽었던 비슷한 느낌의 작품들을 읽고 가속도를 받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깜짝놀랐다. 이렇게 재미있을줄이야. 몇번을 책을 읽으며 실실 웃었는지 모르겠다.


장편소설이지만 조르바는 실제했던 인물이고 그와의 이야기는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경험이라고도 한다. 다짜고짜 두목이라고 부르며 등장하는 조르바에게 설득당하고 동행하게 된다. 갈탄광에서 인부들을 부리며 일을 하는 조르바와 자본가인 소설 속 1인칭은 아마도 니코스 카잔차키스 본인일테다. 크레타 섬에서의 갈탄을 캐는 사업을 하는 동안 일어나는 일들과 일상 속에서 조르바는 자유롭지만 부지런하게 하루를 살아가고 두 사람 사이에 우정이 싹트고 둘도없는 관계가 된다.


늘 조르바는 상상했던 것 보다 더 멀리 가고 선을 넘고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한다. 옆에 있으면 정말이지 불편하게 그지없는 사람이지만 그런 조르바의 삶과 말, 행동에서 나는 부러움이나 놀라움, 어쩌면 통쾌함이나 자유를 느낀다. 책을 읽으며 조르바의 말이나 글로써 인물에 대해 묘사를 한다.


“그는 남자나 꽃핀 나무, 냉수 한 컵을 보고도 똑같이 놀라며 자신에게 묻는다. 조르바는 모든 사물을 매일 처음 보는 듯이 대하는 것이다. … 그는 울타리 곁을 지나다 갓 핀 수선화 한 송이를 꺾었다. 그러고는 한동안 그 꽃을 들여다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성이 차지 않는다는 듯이, 수선화를 생전 처음으로 보는 사람처럼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눈을 감고 냄새를 맡더니 한숨까지 쉬었다. 그는 꽃을 내게 건네주었다. “두목, 돌과 비와 꽃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부르고 있는지도, 우리를 부르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우리가 듣지 못하는 것일 거에요. 두목, 언제면 우리 귀가 뚫릴까요! 언제면 우리가 팔을 벌리고 만물(돌, 비, 꽃 그리고 사람들)을 안을 수 있을까요?”


책 속에서 조르바는 60세가 넘은 마른 체형의 인물이다. 한번은 광 안에서 기둥들이 무너질 것을 예측하고 인부들에게 먼저 도망치라고 자기는 맨 마지막에 빠져나오면서 인부들의 목숨을 살렸다. 인부들의 감사인사에는 배고프다며 딴소리를 하더니 곡괭이들을 두고 나왔다며 화를 내며 소리를 버럭 지른다. 그 이유로 조르바는 인부들을 나무라며 말한다. “팬티에 오줌이나 찔끔거렸겠지! 연장이 불쌍하지도 않아?”


“확대경으로 음료수를 들여다보면(언젠가 기술자 하나가 가르쳐 줍디다) 물에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쬐그만 벌레가 우글거린답디다. 보고는 못 마시지… 안마시면 목이 마르지… 두목, 확대경을 부숴버려요. 그럼 벌레도 사라지고, 물도 마실 수 있고, 정신이 번쩍 들고!”


그는 또 노동과 돈에대해 이렇게 말한다.


“재미는 없네. 그렇지. 한 가지가 있을 뿐… 노동, 노동에는 정신적 노동과 육체적 노동이 있겠는데 나는 육체 쪽이네. 나는 즐겨 나를 혹사하고 땀을 쏟으며 내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를 듣네. 번 돈의 반쯤은 떼어 내어 아무렇게나 어디서나 마음 내키는 대로 써버리네. 내가 돈의 노예가 아니라 돈이 내 노예인 것. 나는 일의 노예이며 내가 처해 있는 노예 상태를 자랑으로 여기네.”


하지만 조르바다 단 한가지 두려워하는 게 있다.


“그런데, 내게 아주 겁이 나는 문제가 하나 있어서 두목에게 물어봐야겠습니다. 딱 한 가지 두려운 게 무엇인고 하니 바로 마음에서 온 것입니다. 이것 때문에 밤이고 낮이고 마음이 편치 못해요. 두목, 겁나는 게 무엇인고 하니 나이 먹는 것이에요. 하늘이 우리를 지키소서! 죽는다는 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끽 하고 죽고 촛불이 꺼지고, 뭐 그런 것 아닙니까. 그러나 늙는다는 건 창피한 노릇입니다. … 창피해서 못 견딜 날이 곧 올 겁니다. 나는 자유를 잃을 것이며 며느리나 딸아이는 아이(보기만 해도 끔찍한 꼬마 괴물)를 보라고 명령할 것입니다.”


“가장 바보 같은 놈은, 내 생각에는 바보 같은 구석이 없는 놈일 것입니다.”


크레타 섬에는 그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인물이 나온다. 아나그노스티 영감은 이렇게 말한다.


“나보다 복 많은 사람 또 있겠소? 밭이 있겠다, 포도밭, 올리브 과수원에다, 이층집이 있겠다. 돈도 있겠다. 마을 장로겠다. 착하고 정숙한 여자와 결혼해서 아들딸 낳았겠다. 나는 이 여자가 내 말에 반항하여 눈꼬리 치켜뜨는 꼴도 본 적이 없소이다. 거기에다 내 아들들도 모두 아이 아비가 되어 있겠다. 내겐 불만이 없어요. 뿌리가 깊이 내렸으니까. 그러나 이놈의 인생을 또 한 번 살아야 한다면 파블리처럼 목에다 돌을 꼭 매달고 물에 빠져 죽고 말겠소. 인생살이는 힘든 것이오. 암, 힘들고말고…”


조르바는 외로워하는 여자들을 위해 남자로써 당연히 무시하면 안된다고 하면서 상상속의 제우스에 대한 얘기를 해본다.


“이 양반(제우스)은 욕망과 회환으로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노처녀, 혹은 아리따운 유부녀를 보았습니다.(꼭 아리따운 여자일 필요는 없습니다. 괴물이라도 상관없습니다). 남편은 멀리 떠나고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이 양반은 성호를 척 긋고 변장합니다. 여자가 좋아할 모습으로 말입니다. 그러고는 그 여자 방으로 들어갑니다.

그저 적당하게 애무만 바라는 여자는 상대도 하지 않았어요. 턱도 없지. 녹초가 될 판인데도 최선을 다해 주지요. 당신도 무슨 말인지 알 겁니다. 이 암양들을 어떻게 일일이 다 만족시켜요? 오, 제우스, 저 가엾은 숫양. 귀찮은 내색 한 번 하는 법이 없었어요. 좋아서 그 짓 한 것도 아닐 겁니다. 암양을 네댓 마리 해치우고 난 숫양 본 적 있어요? 침을 질질 흘리고 눈깔에는 안개와 눈곱투성입니다. 그러곤 새벽이면 이렇게 중얼거리며 집으로 돌아왔을 겁니다 <오, 하느님. 언제면 좀 편히 쉴 수 있을까요? 죽을 지경입니다.> 이러고는 질질 흐르는 침을 닦았을 겁니다.

그 때 문득 또 한숨 소리가 들립니다. 저 아래 지구 위에서 한 여자가 반라에 가까운 잠옷 바람으로 발코니로 나와 풍차라도 돌릴 듯이 한숨을 쉬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제우스는 또 불쌍한 생각이 듭니다. 그는 끙 하고 신음을 토해 냅니다. <이런 니기미, 또 내려가야 하게 생겼구나! 신세타령하는 여자가 또 있으니 마땅히 내려가 달래 주어야 할 일!>

이런 짓도 오래 하다 보니 여자들이 제우스를 한 방울도 남김없이 빨아 버리고 맙니다. … 그의 뒤를 이어 그리스도가 이 땅에 내려옵니다. 그는 이 제우스의 꼴이 말이 아닌 걸 보고는 가로되. <여자를 조심할지니.>“


갈탄광과 목재를 운반하려고 만든 모든 것들이 무너져 내리고 사람들이 떠나고 나서는 좌절이 아니었다.


“그렇다. 내가 뜻밖의 해방감을 맛본 것은 정확하게 모든 것이 끝난 순간이었다. 엄청나게 복잡한 필연의 미궁에 들어있다가 자유가 구석에서 놀고 있는 걸 발견한 것이었다. 나는 자유의 여신과 함께 놀았다.”


“공자 가라사대, <많은 사람은 자기보다 높은 곳에서, 혹은 낮은 곳에서 복을 구한다. 그러나 복은 사람과 같은 높이에 있다>던가. 지당한 말씀! 따라서 모든 사람에겐 그 키에 알맞는 행복이 있다는 뜻이겠네. 내 사랑하는 제자여, 삶이여, 이즈음 내 행복도 그렇다네, 나는 내 키높이를 열심히 쟤고 있다네. 자네도 알겠지만 사람의 키높이란 늘 같은 게 아니라서 말일세”


부디 사람들이 나처럼 겁먹지 않고 꼭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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