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답은 내 안에 있다.

Apr 2026

by Song Gidae

호주에서 나온지는 5개월, 한국에 들어온지는 3개월이 조금 넘었다. 일에 치이며 몸과 마음이 지쳤고, 아내의 목디스크로 한국과 호주에서 떨어져 있으며 많은 생각을 했고 큰 계기가 되었다. 함께 하고싶은 것들을 자꾸 미루는 현실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호주를 떠나며 하고 싶은 것들 다 해보자라며 의지를 다졌고 우리는 그 길로 이집트 다합에 가서 한 달정도를 살며 프리다이빙, 스쿠버다이빙, 요가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겨울의 유럽을 돌고 한국에 들어온 작년 12월 말에는 모든게 너무 재밌었고 오랜만에 느끼는 조국에서의 편안함에 기뻤다. 살 곳을 찾고, 집근처에서 팔던 6,000원짜리 칼국수에 감동했고 시장에서 파는 가지각색 음식과 사람들과의 교류가 너무 즐거웠다. 당근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모임을 갖고 쿠팡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주문해서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다음 날 새벽에 물건을 받으며 놀라워했다.


하지만 영원한 건 없다. 역시 없다. 슬슬 마음 한 구석에서 죄책감같은 정체모를 감정이 생기기 시작하며, 하루하루 남들보다 뒤쳐지는 것 같은 우울감을 느끼며 어떻게든 생산적으로 하루를 보내려고 노력하기 시작했다. 도서관에 가서 경매 공부를 하고 명함을 만들어서 에어비앤비 매물을 찾으러 돌아다녔다. 그리고 성과가 없는 하루가 반복되고 성장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다고 느끼는 나를 보며 더 큰 무기력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책은 계속 읽었지만 글을 쓰기는 멈추었다. 하루가 너무 바빴졌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악동뮤지션의 수현의 영상이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하면서 그녀의 우울했던 과거의 시간에 대해 알게되었다. 그리고 가장 처음 든 생각은 부러울 것 전혀 없을 것 같은 이 사람도 이렇게 우울증을 겪는 구나, 소위 성공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안좋은 소식들이 생각나며 지금의 내 모습이 투영되었다.


돌아갈 직장이 있고 일년정도 일을 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기 때문에 넘쳐흐르지 않더라도 돌아가서도 바닥부터 시작 할 필요는 없다. 충분히 행복 할 만한 모든 조건들이 갖춰져있고 한국에서 생업을 하면서 살아갈 필요도 없다. 물론 아내가 한국에서, 특히 망원동에서의 생활을 너무 즐거워 하지만 사실 그건 지금 생각 할 문제는 아닐 수 있다. 생산적일 필요도 없고 그렇기 때문에 생산적이 아니기 때문에 오는 무기력함도 느낄 필요가 없다. 죄책감 없이 처음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며 하루 하루를 보내면 그걸로 충분하다. 다시 돌아가서 원래의 삶을 또 다시 열심히 살아가면 된다.


처음에 이 안식년이라고 부르는 시간을 계획 하며 체크리스트를 만들 때 하고싶은 것들 중 단연 1순위는 독서였다. 책을 많이 읽자. 읽고싶은 만큼 읽고 읽을 수 있을 만큼 읽자였다. 다시 마음은 편해졌다.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이 감정의 변화를 겪으며 불편하고 힘든 상황이야말로 곰탕에 넣는 후추나 소금처럼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분명 우리는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에 또 얼마 뒤에 흘러가는 시간에 슬퍼하며 자극 없는 삶에 안타까워하며 나 자신을 또 우울감으로 채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시간을 통해 원하지 않는 자극들에게 더 감사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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