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르인의 사막 - 디노 부차티

Jan 2026

by Song Gidae

*책 내용의 결말이나 핵심 내용이 포함되어있습니다.


조반니 드로고는 사관학교를 마친 후 큰 꿈을 품고 정든 고향과 가족을 뒤로한 채 드디어 장교로서의 첫 부임지인 바스티아니 요새로 떠난다. 드로고는 친구 베스코비의 배웅을 받으며 설레이는 발걸음을 옮기지만 한편으로는 다가올 미래의 삶에 대해 마땅히 기뻐할 이유를 찾을 수는 없다. 이렇게 복잡한 감정들을 가지고 요새를 찾아가는데 길에 만난 오르티츠 소령의 도움을 받아 도착한 바스티아니 요새는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외진 곳에 자리잡은 초라하고 소외된 요새일 뿐이었다.


그가 사령관과 처음 대면하는 자리에서 당장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를 보이며 이동을 요청하자 사령관은 못이기는 척 최소 넉달의 기간만 지내고 건강상의 문제를 핑계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리라 약속을 한다.


나또한 처음 군대에 입대 후 훈련소를 거쳐 자대로 배치를 받고 강화도에 도착했을 때 이런 마음이었다. 귀신도 잡는다는 해병으로써의 군생활에서 상상했던 낙하산에서 뛰어내리는 공수부대 훈련이나 밧줄을 타고 절벽과 절벽을 넘어다니는 유격훈련이 아닌 대부분의 하루일과가 경계근무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았을 때 당장이라도 돌아가고 싶었던 것이다.


드로고는 다른 곳으로 옮겨질 거라고 생각을 하며 넉달을 지내지만 정작 넉달의 시간이 지나고 약속대로 드로고는 의무관과 면담을 한다. 사령관과 약속한대로 가짜서류에 대해 의무관의 확인을 받는 중 드로고는 운명의 이끌림과 그 안에서 꿈틀거리는 희망의 감각을 느끼며 본인이 요청했던 부탁을 철회 해 달라고 말하며 바스티아니 요새에서의 복무를 스스로 연장한다.


북쪽을 바라보고 타타르인에 대한 얘기를 듣고 그 곳에 머물며 본인이 요청했던 이동을 취소 할 정도의 희망을 갖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헷갈렸다. 과연 어떤 희망을 갖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며책을 읽다보니 그 희망은 타타르인과의 침략과 이 척박한 요새에서 대응하는 전투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타타르인들이 쳐들어오는 장면을 상상하고 그들을 물리치고 전쟁영웅 혹은 영웅까지는 아니더라도 전쟁에서 참전용사로서 자랑스러운 군인으로 성장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꿈꾸던 희망과는 다르게 특별할 것 없이 반복되는 하루하루에 그는 어느새 요새에서의 삶에 익숙해진다. 저녁에는 다른 장교들과 카드게임을 하고, 말을 몰고 근처 마을로 나가 회포를 풀기도 하는 이 삶은 특별할 것 없지만 마음속에 항상 북쪽의 타타르인들을 마음에 두고 있는 드로고에게 지루하도록 반복되는 시간이 무의미 하지 않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북쪽에서 한 무리의 병사들이 나타나고 그 과정에서 개인행동으로 요새를 이탈했던 한 병사가 같은 요새의 병사에게 사살되는 등 사건이 발생한다. 드디어 전쟁에 대한 희망의 불씨가 타오르던 중에 건너편의 병사들이 경계선을 재정비 하러 왔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김이 빠진 드로고는 몬티대위가 이끌며 안구스티나가 동행한 경계선 정비팀에도 참여하지 않는다. 안구스티나는 이 과정에서 세상을 떠나게 된다.


마음이 싱숭생숭해진 드로고는 더 이상 요새에서의 생활에 회의감을 느끼고 요새를 떠나게 된다. 휴가였지만 그는 충분히 요새를 벗어날 수도 있었다. 고향에 돌아간 드로고는 집에서 어머니와 재회하기도 하고 오랜 친구와 만나고 성숙해진 친구의 동생 마리아와 시간을 보낼 기회를 가진다. 하지만 그가 "느끼기엔" 그는 더이상 고향에 속한 사람이 아니었다. 더 이상 어릴적 동네를 누비던 그가 아닌 자신은 고향에서 자리를 잡고 산다는 것이 너무 어렵게 느껴진다. 말한마디만으로 마리아라는 아름다운 여인과 새로운 생활을 꿈꿔볼 수도 있었을테지만 그는 더이상 말이 없다.


요새의 초라함에 놀라 떠나려다가 왠지 모를 운명에 이끌려 4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휴가차 나간 도시에서의 삶은 더 이상 "그에게" 안정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하루하루 특별한 변화없이 지속되는 요새에서의 삶을 그리워한다. 아이러니하게도 복귀하기 전 어머니의 도움으로 도시로 배치를 받게 해 줄수 있는 힘을 가진 사단장인 장군과 면담을 하게 되는데 그는 장군에게 이미 요새에서 이동 요청 접수가 시작되었고 요새의 인원이 반으로 축소될 것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그리고 이 사실을 자기에게 전하지 않았던 요새의 사령관이나 장교들에게 엄청난 배신감을 느낀다.


그제서야 상황을 설명하며 이동을 요청 해 보지만 결국 아무런 성과는 없었고, 면담을 마치고 돌아간 요새는 이미 인원감축으로 인한 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드로고 본인도 이동을 노려보지만 이미 그는 한참은 늦은 후였다. 다른 장교들과 병사들이 떠나는 모습을 보며 체념하며 그는 다시 요새에서의 삶에 적응을 해 간다. 하지만 여전히 그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마침 시메오니에게서 북쪽의 작은 움직임에 대해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시메오니는 인원이 감축되는 이 상황에서 그 사실을 알리려고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만약 그 희망(시메오니또한 품고있는), 즉 전쟁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 세울 공을 나누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작은 움직임은 드로고의 마음속에 더 큰 "희망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시메오니가 발견한 작은 움직임은 큰 변화를 일으키지 못하고 오히려 개인의 망원경으로 괜한 소문을 일으킨다며 망원경을 반납 당한다. 시메오니는 그 뒤로 열정적으로 드로고와 희망과 수많은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것이 무색하게 그에게 등을 돌려버리고 자신의 발견에 대해서도 없었던 일처럼 평상시로 돌아간다. 요새의 반이나 되는 인원이 감축되고 그나마 즐거움이었던 시메오니조차 등을 돌리자 드로고는 그 어느 때 보다도 더 깊은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낀다. 그리고 현실에 무감각해진 그는 자기가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느낄 수 없듯이 남들 또한 자신의 감정에 공감하지 않을 거라는 느낌에 그는 스스로 그 누구에게도 공감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어버린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그로부터 15년이라는 시간이 또 지나버린다. 휴가차 돌아온 고향과 도시는 더 이상 그에게 집이 아니다. 집은 있지만 어머니는 더이상 안계시며 형제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결국 이제 그에게 돌아갈 곳은 요새뿐이다.


머리가 희끗해진 드로고는 더 이상 계단을 뛰어올라가지 않으며 잿빛의 삶을 살아간다. 건강이 안좋아져 누워있는 하루가 반복되던 어느 날 요새내에서 사령관인 시메오니 다음으로 계급이 높은 드로고는 다른 병사나 시메오니 본인이 아닌 늙은 재봉사 프로도스치모의 방문으로 적들의 진군에 대한 소식을 듣는다. 현기증과 병으로 더 이상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그는 겨우 일어나 보루에서 그 광경을 직접 목격하고 시메오니는 그제서야 드로고에게 사령관으로써 남들에게 보이지 못하는 안절부절하지 못하는 자기의 모습과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조언을 구하듯 이야기를 나눈다.


여전히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드로고는 침대에 누워서 드디어 현실로 찾아온 꿈꿔왔던 순간과 빨리 낫지 않는 몸상태에 대해 한탄하던 중 시메오니의 방문을 받게된다. 그리곤 시메오니가 드로고를 전쟁터가 아닌 도시의 병원으로 이송시킬 마차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드로고를 걱정하기 보다는 상부에서 요청하는 지원군의 숙소를 해결하기 위해 그를 쫓아내려고 하는 시메오니의 목적을 알고 드로고는 화를 내보기도 하고 애원을 하기도 하고, 설득을 하려고 하기도 하지만 결국 시메오니는 사령관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드로고를 쫓아낸다.


30년을 요새에서 복무하며 누구보다 더 전쟁을 기다려왔고 이 날만을 기다려왔던 드로고는 결국 돌아가는 마차에 몸을 싣고, 쉬어가던 여관에서 마지막 숨을 거두게 된다.


책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약간은 이해하지 못하는 시선으로 드로고를 바라보던 나는 이 장에서 끓어오르는 분노와 해결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낀다. 30년을 기다려왔던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전쟁이 코앞으로 다가왔을 때 몸이 아프다는 너무나도 적절한 이유와 지원군에게 제공해야 할 숙소를 핑계로 요새에서 쫓겨난다.


너무 안타깝지만 드로고에게는 분명히 삶을 다른 방향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몇번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늘 자기 힘으로 이뤄낼 수 있는 게 아닌 기약없는 희망과 익숙함을 선택했다. 결국 그는 삶이 이끄는 대로 인생을 살았고 큰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모든 사람들의 삶은 그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지만 과연 드로고의 삶은 무엇이었을까. 나이가 들고 더 이상 이 삶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된 그는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크리스탈 상인처럼 꿈을 품고 있지만, 꿈이 아니라면 적어도 내가 원하는 것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꿈을 이룰 수 있고 없고는 상관없이 그저 품고 있다는 사실만을 여지로 살아갔던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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