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다짐, 그리고 다짐뿐인 사람일지라도.
[홀씨가 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하루는 주어지고 나는 그 아침을 맞이한다.
이 하루에서 - 나를 뜻 없는 우울과 불행에 두고
모른 척하지 말자.
떠오르는 하루 내내 입술을 뜯고 고개를 저으며 불안해하지도 말자.
상한 마음에도 꿋꿋한 다짐으로,
살아가기 위해 눈을 뜬 모습이 너무나도 자랑스럽다.
바다는 넘실대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잠잠해지고
휩쓸렸던 순간이 무색하게도 다시 바짝 마를 테니.
순리로 흘러가는 모든 것들이 삶을 지탱해 줄
기둥이 되어 나를 지켜주는 것을 이제는
모르지만은 않으니까.
응, 모든 일에는 순리가 있지.
추운 겨울 잠시 멈추어있다
- 봄이 오면 '언제 나뭇가지만 있었나.' 할 정도로
금세 초록빛의 싹이 움을 트기 마련이지만
- 반대로 열매가 잎이 될 수 없듯이 처음부터 완벽하고 달콤할 수 없다.
그러니 좌절을 앞세워 살지 말자.
불행에는 너무도 게으른 사람이 되자.
성급히 나를 재단하지도, 과거를 펼쳐놓고
속단하지도 않는 사람.
헐레벌떡 오는 슬픔은 없다.
모두 잔잔히 흐르기만 할 뿐.
다 두고 온 듯싶어도, 무엇도 잃지 않은 삶일 테니.
=
나는 이렇게 나를 위로하기 바빴다.
아무도 꺼내주지 않는 세상에서 홀로 깨어나야 했다.
스스로를 돌봄에 있어 게으르지 않았다.
빛이 들지 않는 마음에 나를 깨우는 불은 없었지만
- 괜찮았다.
꼭 빛이 들어 앞을 바라봐야 하나.
나는 귀를 열어 내게 목소리를 내는
이들에게 집중해 본다.
미워하는 이유보다 사랑하는 이유를 더 많이 가진
이들과 함께했다.
덕분에 추스른 마음을 가지고 걸을 수 있었다.
(그래서 다짐했었지)
나는 나를 위한 글과 남을 위한 글 모두를
쓰겠다고 다짐했다.
사랑받아 마땅할 이들이 숨어 울지 않기를,
아픈 마음을 숨기고 걸음을 눈물로 재촉하지 않기를,
숨길 수 없는 마음을 토해내면서도
위로해 줄 사람 없는 이들이 무너지지 않기를,
누구보다 간절히 바라면서.
(이 다짐은 내게 특별하다. 의미가 배어있기 때문이다.
2년 전의 나는 그때도 다짐을 하고 있었다.
남을 위한 글을 쓰지 않겠다고.
나도 온전하지 못하고 늘 방황하며 바로 서지 못하는데
남을 위한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논리에 맞지 않았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웃음을 지켜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으며
심지어는 시중에 판을 치고 있는 이른바 '위로형식의 에세이'를 혐오했다.
그들이 누군가의 용기를 불어주고 어깨를 토닥여줄 정도로 바르게 살아왔는지 증명이 되지 않을뿐더러- 사실은 너무 같잖았다.
불특정 다수의 슬픔과 아픔, 허무 및 고독의 크기와 그 거친 결을, 감히 상상하지도 못할 상실의 공간을 위로해 준다는 것 자체가 말이다.
덕분에...라고 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그 혐오를 기반으로 하여 2년 동안 나의 다이어리에는 나를 위한 글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그렇게 매일, 도합 700여 편의 짧거나 긴 글을 써오면서 나는 나조차도 모르게 변해갔다.
'그게 언제야?'라고 물으면 콕 집어서 말하지 못하지만 - 더미의 역설처럼,
미시의 세계가 언제 거시의 세계로 넘어가는지 우리는 알 수 없는 것처럼. 나는 어느 순간 변했다.
마음이 늘 5살 꼬마에서 멈추어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한 달 후면 25살이 되고 아이와 같이 울기보다는 마음의 동요를 초연히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내가 어리석었음을 깨닫기까지 2년이 걸린 것에 대해 참 감사하다.
어쩌면 20년이 될 수도 있었을, 그 무시무시한 혐오로 가린 나의 결핍을 마주할 수 있음에 말이다.
남을 위로하기 위해 지녀야 하는 자격은 없다.
지갑의 두께, 지식의 크기, 아름다운 얼굴보다 값진 것은 타인을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이다.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자들은 현명하다.
따뜻함으로 누군가의 아픔을 보듬어줄 수 있는 힘은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하다. 이를 알기까지 잃은 것이
손가락 사이를 지나가는 모래와 같이 많다.
미리 알고, 닿지 않는 누군가에게까지 자신의 사랑을 나눈 사람과 작가들에게 존경을 표하는 바이다.
이 다짐이 나중엔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 모쪼록 바른 길과 좋은 방향으로 갔으면 한다. )
곧이어 잠잠할 마음에 휴식을 보내어본다.
나는 하얗고 보드라운 꽃이 되어 훨훨 날아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