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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락 Jun 02. 2022

120년 묵은 산삼이 발견되었다는데

경제 단상 9

 덕유산 산자락에서 120년 묵은 산삼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나왔다. 120년 묵은 산삼이다보니 가격이 비쌌다. 2억 4천만원 정도의 가격이라 한다.


 뉴스를 보다보면 가끔 산삼이 발견되었다는 기사가 나온다. 5년된 산삼, 10년된 산삼이 발견되었다는 기사는 없다. 그 대신 50년 묵은 산삼, 100년 묵은 산삼이 발견되었다는 기사들이 나온다. 5년, 10년 정도 되는 산삼도 계속 발견되고 있을텐데, 그정도는 발견되더라도 기사로 나오지는 않을거다.


 2000년대 초, 내가 나이 30이 너머 박사과정을 하고 있을때다. 그때는 돈이 궁했다. 어떻게 돈벌 거리가 없나를 찾을 때였다. 난 박사과정에 있으니 전업으로 어떤 일을 할 수는 없다. 부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했는데, 이거 괜찮겠다하고 발견된 것 중 하나가 심마니였다. 산삼을 발견해서 파는 일이었다.


 산삼 심마니의 책을 읽었었다. 이 심마니는 평일에는 직장을 다니고 주말에 등산을 했다. 그러다 산삼을 발견하면 캐서 팔았다. 그런데 그 수입이 짭짤했다. 어쩌다 몇십년 묵은 산삼을 발견하면 큰 돈이 들어오기도 했다. 주말에만 해도 되는 일, 그렇게 힘들게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일, 그러면서 한번에 몇십만원 정도, 1년에 몇백만원 정도 벌 수 있는 일이었다. 많은 돈은 아니지만 용돈으로는 충분했고, 특히 당시 나의 경제적 사정에는 큰 도움이 되는 돈이었다. 시간 날 때 산삼을 캐러 다니자.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책에는 사람들이 산삼과 심마니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게 있다고 했다. 산삼은 굉장히 드물고 발견하기 어렵다는 오해, 또 심마니는 산삼을 캐기 위해 깊은 산골짜기를 헤메는 전문가라는 오해였다. 하지만 실상은 그와 다르다고 이야기했다. 보통 사람 누구나 다 산삼을 캘 수 있다고 했다.  


 첫째, 산삼은 깊은 산골짜기에 있지 않다. 정말 깊은 산골짜기에서 자라는 산삼은 한국에서 멸종되었다. 지금 산삼은 사람이 기르는 인삼이 산으로 파급된 것이다. 인삼의 씨가 주변으로 흩어지는데, 이때 그 씨가 주변의 산으로, 숲으로 날라가곤 한다. 그 씨가 산에서 싹을 틔우면 산삼이 된다. 그래서 산삼은 인삼이 있는 곳 주변의 산, 마을에 많다고 한다. 인삼을 기르는 곳은 보통 사람들이 사는 마을 근방이다. 그래서 산삼도 마을 주변에서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에서 발견된다.  그래서 심마니가 되기 위해 높은 산을 힘들게 오를 필요는 없다. 인가 주변의 야산, 동네 산 등을 가벼운 마음으로 오르면 된다.


 둘째, 산삼은 그렇게 드물지 않다. 야생의 풀들이 쉽게 발견되는 것처럼 산삼도 쉽게 발견된다. 문제는 사람들이 그 풀을 보고 산삼인지 아닌지를 구별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산삼을 보고도 그냥 잡초인줄 알고 지나친다.


 빨간 열매가 열리면 산삼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숲에서 줄기와 잎만 가지고 산삼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산삼은 심지어 산이 아니라 동네 어귀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마을 사람들이 계속 오가는 길 바로 옆에 있지만 아무도 그게 산삼인줄 모른다. 심마니는 줄기와 잎을 보고 그게 산삼이라는걸 아는 사람이다. 보통 사람들도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셋째, 보통 사람들이 산삼을 잘 발견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주로 다니는 등산로에서는 산삼이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등산로 주변에 산삼이 드문 이유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 아니다. 산삼은 햇볓이 닿지 않는 곳에서 자란다. 산의 동, 서, 남쪽 사면은 햇볓이 닿는다. 그런 곳에는 산삼이 없다. 북쪽 사면에서 산삼이 있다. 산이 아니더라도, 어쨌든 하루종일 햇볓이 들지 않는 곳에서 산삼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산삼을 찾으려면 그런 으슥한 곳을 주위깊게 보아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산에서 다니는 등산로는 보통 양지바른 곳에 나 있다. 그런 곳은 산삼이 없다. 햇볓이 닿지 않는 으슥한 곳으로 가야 한다.


 그 책에서 가장 인상깊은 이야기로 남아있는 것은, 한국에서 30년 이상된 산삼은 없다는 점이었다. 2000년대 초에 30년 이상된 산삼이 없다고 했으니, 2020년 초인 지금은 50년 이상된 산삼은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산삼은 햇볓이 닿지 않는 그늘에서 자란다. 산의 북사면에서 자라지만, 북사면이라고 아무것도 없는 산에서도 자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북사면 중에서도 다른 나무의 그늘에서 자란다. 최대한 빛을 피하는 것이다. 그래서 산삼이 자라기 위해서는 주변에 다른 나무들이 크게 자라고 있어야 한다. 그 나무들이 최대한 빛을 가려주어야 그 아래에서 산삼이 자랄 수 있다. 즉 산삼은 다른 나무들이 있는 곳에서만 자랄 수 있다.


 한국은 1950년 한국전쟁을 겪었다. 전국이 전쟁터가 되었고, 전국의 모든 나무들이 이때 사라졌다. 그 후에도 한국 농촌은 나무를 땠다. 나무가 좀 자라기도 전에 땔감으로 모두 베었다. 산삼이 자라기 위해서는 나뭇잎이 무성한 나무들이 주변에 있어야 하는데, 한국에 그런 곳이 없었다. 한국에서 다시 산에 나무가 심어지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이후이다. 20년동안 한국 산에는 나무가 없었다. 나무가 있다고 해도 최소한 산삼이 자랄 수 있을만한 숲은 없었다. 전통 산삼은 이때 다 멸종했다고 본다.  


 산삼이 자랄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의 산에 나무가 생긴 것-나무 그늘이 생긴 것은 1970년대 이후이다. 이때 바로 산삼이 자라기 시작했다 해도 2000년대 초-이 책이 발간된-는 30년 산이 된다. 따라서 50년산, 100년산 등의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이때 나는 산삼을 알아보는 공부를 했었다. 줄기와 잎만 보고 산삼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하고자 했다. 하지만 정말로 산삼을 캐는 심마니 생활을 하지는 못했다. 산을 다녀야 하는데, 박사과정 생활에서 하루 작정하고 산에 다니는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다. 또 이때 다른 돈벌이가 생겼었다. 심마니가 되자는건 생각만 하고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어쨌든 그후, 간헐적으로 계속해서 100년 묵은 산삼이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보게 된다. 심마니 생활을 했던 사람은 한국에 1970년대 이전의 산삼은 없다고 했는데 100년 묵은 산삼이 계속 발견된다. 둘중의 하나이다. 나무가 하나도 없는 1950년대, 60년대의 한국 민둥산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산삼이든지, 아니면 거짓이든지.


 어쨌든 나로서는, 일반인이라면 몰라도 산삼 전문가들이 100년 묵은 산삼이라고 이야기하고 감정하는 것은 좋게 들리지는 않는다. 그들은 한국에서 1970년대 이전 산삼이 없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을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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