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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락 Jun 10. 2022

비트코인과 네덜란드 튤립 버블은 같은 길을 갈 것인가

경제 단상 10

 비트코인 가격이 버블이라는 비판은 많이 있다. 그런데 비트코인의 가격이 버블이라고 비판하면서 자주 드는 예시가 네덜란드 튤립 버블이다. 네덜란드 튤립 버블은 합리적이지 않은 투기로 인해 가격이 비이성적으로 높게 오르고, 결국 가격이 폭락해서 투기자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힌 사례로 유명하다. 투기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는 사례, 버블의 최후를 이야기하는 사례로 항상 언급된다.

 

 네덜란드 튤립 버블은 17세기에 발생했다. 1630년대에 터키의 튤립이 네덜란드에 수입되었다. 이 튤립이 크게 인기를 끌었고 튤립의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다. 튤립 중에서도 돌연변이로 얼룩한 줄무늬가 있는 것이 특히 인기가 있었고, 높은 가격이 형성되었다.


 튤립의 구근 가격이 상승하면서 투기가 발생했다. 튤립 구근의 가격이 오르면서 너도나도 튤립 구근을 사놓으려고 했고, 튤립 구근 가격은 폭등을 한다. 보통 사람들의 1년 수입이 300플로린이었던 시기에, 튤립 구근 하나가 3000플로린을 넘었다. 현재 가격으로 1억원이 훨씬 넘는 가격으로 거래된 것이다.


 이렇게 비싸게 거래되던 튤립 구근 가격은 어느 순간부터 구매자가 없게 된다. 사려는 사람이 없어지면서 튤립 구근 가격은 폭락을 한다. 몇 년 만에 원래 튤립 구근 가격으로 되돌아갔고, 튤립 구근에 투자했던 사람들은 엄청난 손해를 본다. 


 튤립이 아무리 인기있는 꽃이라고 해도, 뿌리 하나에 1억원이 넘는다는 것은 분명 너무한 것이다. 이런 가격에 튤립 구근을 거래한 사람들은 비이성적으로 투기를 한 것이다. 아무리 지금 괜찮아 보인다 해도 버블은 결국 터지게 되어있고, 투기꾼들은 큰 손해를 본다.


 비트코인을 비판하면서 튤립 버블을 인용하는 사람들은 비트코인 투기나 튤립 투기나 별다른게 없다고 생각한다. 튤립 구근은 아무리 봐도 몇천만원, 몇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기 힘들다. 그런데 비이성적인 투기 열풍 때문에 가격이 몇억원까지 오른 것이다. 비트코인도 아무런 가치가 없어 보인다. 차라리 튤립 구근은 형태라도 있고, 나중에 튤립 꽃을 피운다. 몇천원, 몇만원의 가치는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그런 것도 없다. 아무런 형태도 없고 가치를 만들지도 않는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는 것은 튤립 투기보다 더 비이성적인 투기이다. 비트코인 가격은 버블일 수 밖에 없고, 결국 튤립 투기가 폭락으로 끝을 맺었듯이, 비트코인 투기도 폭락으로 마무리될 것이다. 튤립 투기는 그래도 마지막에 원래 튤립 가격으로 거래될 수 있었지만, 비트코인은 원래 가치가 0이다. 비트코인 투기에 끼어든 사람들은 땡전 한푼 건지지 못하고 모든 돈을 잃을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튤립 투기를 가지고 비트코인 투기를 설명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튤립 버블과 비트코인과는 분명한 차이점이 하나 있다. 튤립은 계속 증가될 수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증가하지 않는다. 튤립은 공급이 계속 증가할 수 있는 상품이다. 그러나 비트코인은 2100만개로 공급량이 고정되어 있다. 투기를 할 때 이 점은 엄청난 차이를 발생시킨다.


 튤립의 인기가 올라가서 튤립 가격이 올라간다고 하자. 이때 튤립 공급자는 물건을 더 공급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튤립이 이제부터 더 생산하자라고 마음먹는다고 더 생산되는 것이 아니다. 튤립은 식물이다.


 식물은 자라고 뿌리를 맺고, 번식을 시키는데 시간이 걸린다. 사람들이 노력한다고 해서 그 기간을 줄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튤립 수요가 증가되고 가격이 오르지만, 공급량은 늘어날 수 없다. 가격이 급하게 많이 오르면 투기가 시작된다. 수요가 증가되지만 공급은 없다. 가격은 더 오르게 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튤립 구근은 증가한다. 튤립 가격이 높은 것을 보고 더 많은 사람들이 튤립 양식을 하게 되고, 더 많은 튤립 구근이 생산된다. 수요가 아무리 많더라도 공급이 더 많게 되면 가격은 떨어진다. 튤립 투기는 처음부터 일정한 한계가 있는 것이었다. 튤립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가격이 올라갈 수 있지만, 어느 순간 공급이 크게 증가하면 더 이상의 가격 상승은 불가능하다. 


 어떤 버블이든 오래가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 공급 측면 때문이다. 공급이 되지 않으면 투기가 계속될 수 있다. 하지만 공급이 증가하면 버블은 끝이다. 투기를 할때는 단순히 가격의 움직임만 봐서는 안된다. 공급량에 변화가 생기는지를 봐야 한다. 그리고 세상의 대부분 상품들은 가격이 오르면 공급량이 증가된다. 지금 당장 공급량이 증가되지는 못하더라도, 장기적으로 공급이 증가된다. 가격이 높은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생산하고자 달려들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의 가장 큰 특징은 공급량이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2100만개 공급이고 그 이상 증가하지 않는다. 아직은 비트코인이 2100만개가 다 생산된 것이 아니라 생산하는 도중이다. 하지만 비트코인의 언제 얼마나 생산되는지가 이미 정해져 있다. 지금 열심히 더 만들어내려고 노력한다고 해서 더 많이 생산되는 것이 아니다. 즉 비트코인은 공급량 조정을 할 수 없는 상품이다. 공급량이 증가되는 튤립 투기와 공급량이 증가되지 않는 비트코인 투기는 완전히 그 성질이 다른 것이다. 


 비트코인 투기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공급량이 장기적으로도 증가되지 않는 상품에서의 버블과 비교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주의의 상품 중에서 공급량이 장기적으로 증가되지 않는 상품은 거의 없다. 고고학적 유물, 그리고 이미 작고한 미술 작가의 작품 정도이다. 살아있는 미술 작가의 작품은 앞으로도 계속 더 생산될 수 있기 때문에 제외해야 한다. 그러면 이미 작고한 미술 작가의 작품, 고고학적 유물 가격이 버블 때문에 폭락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 이런 상품들은 가격이 급등락하는 경우는 많이 있다. 하지만 이런 상품의 가격이 폭락한다 하더라도 버블로 폭락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거의 없을 것이다. 아니, 아예 처음부터 이런 작품들의 가격이 오르는 것에 대해서는 버블이라는 말 자체도 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은 튤립 투기보다는 미술품 투자와 비슷하다. 비트코인이 버블일 수는 있다. 하지만 최소한 튤립 투기에서의 버블을 가지고 비트코인의 미래를 판단하려 해서는 안된다. 튤립 투기를 예로 들며 비트코인을 비판하는 것은 제대로 된 비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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