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 놀이
엄마는 어렸을 때 어땠어?
지금 상태와 취향이 아닌 과거 어릴 적 엄마를 묻는 아이의 질문. 그 질문에 불현듯 떠오른다. 초등학생 때 다짐처럼 쓴 어느 날의 일기.
-중학생이 되어도 베개와 인형들에게 파묻혔던 느낌을 잊지 마. 그럼 어른이 되어서도 지금 내 마음이 다 생생해질 테니까. 베개와 인형들. 잊지 마.
나도 내 아이들 못지않게 푹신한 인형을 모았다. 나는 일란성쌍둥이로 동생과 하나씩만 골라도 인형은 곱절로 늘었다. 동갑내기 동생이 있다는 건 꽤 좋았다. 외롭지 않아서 좋았고, 제일 좋았던 건 상상의 친구를 같이 만들 수 있다는 거였다. 공유할 수 있는 상상의 친구라니 지금 생각해도 멋진 일이다. 우리가 유전자 하나까지 똑같은 쌍둥이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하면 더 특별한 일이었다. 우리는 뭐든 같이 만들었고 같은 것을 보았다. 디즈니 영화에서 본 침대와 베개는 왜 그리 푹신해 보였는지, 우리는 인형과 베개를 산처럼 쌓아두고 그 푹신함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리고 상상의 친구와 역할 놀이를 하며 침대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엄마는 말이야, 지금 너희랑 비슷했을지 몰라. 지금은 그 기분을 많이 잊었지만 인형과 베개에 파묻혀있기를 좋아했단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잠들고 싶어 했고 할머니는 가끔은 그걸 허락해 줬단다. 침대에 더 올려놓을 수 없을 만큼 인형과 베개, 쿠션들을 다 가져다 놨어. 그래서 지금 엄마도 너희가 인형을 열개 넘게 침대에 파묻어두는 걸 허락하고 있잖니? 덕분에 엄마는 인형을 털고 빨기를 자주 하게 됐지. 엄마도 너희가 인형을 좋아하는 마음을 알아. 그런데 말이야, 지금은 어른이 돼서 하는 말인데, 몇 개만 줄이면 안 되겠니?
가끔 아이들 덕분에 나는 피터팬 놀이를 한다. 어른이 되었지만 어른이 되지 못한 마음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어른인체 잔소리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