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풍경 1

흔적은 외로워

by 보포름

집으로 돌아가는 길, 주홍과 분홍의 사이에서 지는 해를 보고 있으면 그날이 떠오른다.

겨울의 공기가 차가운 바람에 흩어지면서 옅은 냄새를 풍겼다. 그곳은 그랬다. 어딘가 스치듯 논두렁을 태우는 냄새가 났다. 코 끝이 시려서 아픈 건지 눈물을 참아서 저려오는 건지 코가 매웠다. 차가운 바람이 그 냄새를 멀리멀리 데리고 가기를 바랐다. 다시 코가 아프지 않도록.

모두 잊어버리고 모든 날이 빛나길 바랐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뒤돌아보지 않도록 축복해 주는 일이었고 내가 해야 할 일은 나의 흔적을 책임지는 것뿐이었다. 흔적이 남지 않도록 회수하는 것이 나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지킬 수 없게 된 약속의 흔적까지 모두. 그러면서 그 빈 공간에 울릴 공허함이 공간의 주인을 무너트리지 않도록 티 나지 않게 정리하는 것이다. 흔적을 지우는 사람은 그 공간이 너무 단출해 보이지 않게 할 의무가 있다. 외롭지 않도록. 덜 외롭도록. 조금만 외롭도록. 그 빈틈으로 또 다른 누군가의 흔적이 들어올 수 있도록.

마음을 두고 가지 않았다는 것만이 흔적으로 남았을 것이다. 결국은 마음이 아닌 기억으로 남아 누구도 외롭지 않기를 바라는 욕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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