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은 외로워
집으로 돌아가는 길, 주홍과 분홍의 사이에서 지는 해를 보고 있으면 그날이 떠오른다.
겨울의 공기가 차가운 바람에 흩어지면서 옅은 냄새를 풍겼다. 그곳은 그랬다. 어딘가 스치듯 논두렁을 태우는 냄새가 났다. 코 끝이 시려서 아픈 건지 눈물을 참아서 저려오는 건지 코가 매웠다. 차가운 바람이 그 냄새를 멀리멀리 데리고 가기를 바랐다. 다시 코가 아프지 않도록.
모두 잊어버리고 모든 날이 빛나길 바랐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뒤돌아보지 않도록 축복해 주는 일이었고 내가 해야 할 일은 나의 흔적을 책임지는 것뿐이었다. 흔적이 남지 않도록 회수하는 것이 나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지킬 수 없게 된 약속의 흔적까지 모두. 그러면서 그 빈 공간에 울릴 공허함이 공간의 주인을 무너트리지 않도록 티 나지 않게 정리하는 것이다. 흔적을 지우는 사람은 그 공간이 너무 단출해 보이지 않게 할 의무가 있다. 외롭지 않도록. 덜 외롭도록. 조금만 외롭도록. 그 빈틈으로 또 다른 누군가의 흔적이 들어올 수 있도록.
마음을 두고 가지 않았다는 것만이 흔적으로 남았을 것이다. 결국은 마음이 아닌 기억으로 남아 누구도 외롭지 않기를 바라는 욕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