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일기 19
Scene 4청 이야기 ; 시작
청이를 다시 만나고 싶다. 한 작품이 끝나고 이렇게 강렬히 그 작품을 다시 원한적은 없었다. 공연이 끝난 2009년 11월 23일부터 한순간도 이 작품을 난, 마음에서 내려놓지 못했다. 마치 아마추어 배우가 첫 무대에 섰던 감동을 그 삶 속에서 잊지 못하듯, 청이는 내게 그동안의 어떤 작품, 작업, 연인보다 마음의 중심을 가져갔다.
서울예술단의 ‘15분 23초’라는 공연을 보러갔었다. 공연을 초대한 Sj는(배우, 고등학교 후배, 앞선 얘기한 J, Ch, Je가 다 그 동기들이다. Sj는 졸업 후 서울 예술단에서 배우로 7년간 근무했다. 난 Sj와 작업을 할 때, 그가 무대에 서 있으면 늘 든든했다.) 극장 로비로 오면, 예술단 기획팀장께서 티켓을 준비해 줄 거라고 했다. 부담스러웠다. LG 아트센터 로비에서 내게 표를 전하기 위해 기다리던 Bw 팀장을 만났다. 첫 인상에 그는 재기있어 보였고, 나와 비슷한, 보통의 기획자와는 달리 캐주얼한 옷차림이었다. 서로 어색한 수인사 나누고 그가 내게 이런 말을 남겼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언제 저희랑도 작품한번 하시면 좋겠는데..”
사실 서울예술단과 연출작업을 한다는 것은 나에게는 참 먼 얘기였다. 국공립 단체에서 연출을 초빙할 때는 대게 연륜이 있고 실력이 검증된, 내게 선생님급의 연출가들을 모신다. 서른 셋의 나는, 조연출로 따라갔으면 갔지 내가, 내 나이에, 내 경력에 그곳에서 연출 할 짬이 안됐다. Bw팀장의 인사는 처음만난 나를 향한 정중한 예의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나도 돈 안드니까 겁 없게 “네, 그럴 날이 오겠지요.”라고 화답했다. 그리고 악수로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