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습이 시작됐을 때, 주어진 시간안에 모든 것을 해내기가 버거웠다. 특별히 적응되지 않았던 것은 예술단 단원들의 출퇴근 시스템이었다. 민간 프로덕션과의 작업에서는 연습 시간을 비교적 연출부와 프로덕션의 상황에 따라 큰 부담없이 탄력적으로 배정했지만, 예술단은 10시 칼 출근, 5시 칼 퇴근 해야하는 대단히 부담스러운 시스템이었다. 물론, 그것이 옳다.그 안에 다 잘 만들고, 연습하고,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내 역할이다. 하지만 주 5일, 단원들의 이미 잡힌 다른 공연 일정들 속에서 쪼개진 시간차 연습에 경험이 적은 나는, 내게 주어진 하루 약 6시간이 부족했다. 사전 공지되어 노조, 기획팀, 배우 당사자와 합의된 일과시간 이후의 연습은 가능했지만, 매일 그것을 하기에는 나도, 노조도, 기획팀과 배우들도, 모두 부담이었다. 그래서 택한 것은 공식연습이 끝나기 전 더 연습이 필요한 몇몇 단원들에게 개인적으로, 시간 외 연습을 비공식적으로 제안하는 방법이었다. 비교적 모든 단원들이 나의 이런 제안을 들어주었고, 난 그들이 퇴근해도 조연출 John, 안무가 Pj와 남아 내일 있을 장면을 준비했다.
공연 날이 다가 올 수록 밤 늦게까지 남는 횟수가 잦아졌고, 주역들을 중심으로 한 야간 연습은 일상이 되었다. 어떤 날은 심봉사를 맡은 연기감독 Ps에게 부탁하기를, “선생님 오늘 청이와 선생님 장면을 조금 더 연습해야겠어요, 괜찮으세요?” 라고 했더니 흔쾌히 연습에 참여하겠다고 하셨다. 그때가 밤 10시였다. 우린 한 시간이 넘게 함께 연습을 하고 늦게까지 애써주심에 감사드리고 헤어졌다. 연습실에서는 다시 다음 장면 연습을 이어갔다. 그렇게 하다보니 시간이 새벽 4시가 가까웠다. 그 때의 연습 장면은 청이와 희원이가 서로의 현실을 깨닫고 헤어져야함을 노래하는 부분인데, 노래 중간에 심봉사가 노래하며 지나가는 부분이 있었다. 심봉사는 11시에 헤어졌기에 내가 그 부분을 노래하며 장면을 이어가는데, 어디서 갑자기 심봉사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저 뒤에서 정확한 동선으로 Ps 감독이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랐지만, 우선 연습을 마쳤다. 그리고 Ps 감독에게 달려갔다. “어떻게 아직까지 계세요?!” 했더니 “아니 연습하는 걸 보니까 내 장면도 하게 될 것 같더라구. 그래서 있었지 뭐.” 그날 함께 밤을 했던 나와 몇 배우들, 그리고 스태프들은 벅찬 새벽공기를 마시며 다시 만날 아침 10시를 위해 집으로 정말,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