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에서 대중 스타들과 함께하는 작업은 여러 면에서 속이 상하고 뒤 틀릴 때가 많다. 그들의 출연으로 일반 관객들에게 작품 신뢰도와 관심을 높이고 티켓 세일즈에 큰 도움과 안전이 발생하지만, 정작 프로덕션을 운영하며 함께 창작 하는 사람들, 그 중에 연출부는 많은 변수들과 만난다.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 대중 스타, 그것도 한국 사람 대다수가 아는 A급 스타는 하늘이 내린 운도 따랐겠지만, 무시할 수 없는, 스타 본인의 노력이 있다. 동료 작업자로서 스타 개인은 훌륭하다. 괜히 스타가 아니다. 준비성, 이해도, 무대에서의 흡입력 등 지금까지 함께했던 대두분의 스타들은 동료로서 좋았다. 연출부로서의 문제는, 작품에 참여하는 그들 개인이 아니다. 그들을 대하는 프로덕션의 특별한 태도다. 그 특별한 태도는 연출가가 유도하는 프로덕션 전체의 색깔 또는 방향성과 충돌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 연출로서 내가, 어떤 입장을 견지하고 유지하는가에 따라 프로덕션의 내적 탄탄함이 달라진다.
연습 기간동안 지각과 결석이 없어야하고, 연습 중에는 오직 참여하고 있는 그 작품에만 집중해야 하는 기본 원칙. 배우 스스로 연습을 준비하고, 연습장에 오갈 때나 연습실에서도 주위의 특별한 도움 없이 스스로 해 낼 수 있는 것. 그런데 스타들과 작업할 때는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무너진다. 매니져가 연습장에 들어와 대기하고, 다른 방송 또는 행사의 연습과 갑작스런 촬영이 종종 겹친다. 그럴 때면 스타에게 우선순위는 함께 작업하고 있는 작품 연습보다 촬영이 앞선다. 연습은 멈출 수 없으니 스타가 부재중이어도 일정에 따라 장면은 만들어지고, 동료 배우가 대신 동선을 받아 다른 날 스타에게 전달해 주는 경우가 더러있다. 스타니까 그래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스타가 아닌 다른 모든 배우들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특별한 경우들이다. 원칙. 연습장의 원칙. 함께 작품을 만들어가는 동료로서, 팀으로서의 원칙. 흔들리지 않는 기준. 그런데 이 기본이 그들과 함께할 때 어렵다.
프로덕션에선, 모두가 공평해야한다. 나이가 많건 적건, 경력이 화려하건 그렇지 않건 프로덕션에 참여하는 모든 배우와 스태프는 그 역할과 서로의 업무를 존중받아야 한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연출가와 배우, 감독급 스태프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아도 각자의 책임을 가지고 일하는 모든 참여자들을 포함한다. 배우 상호간, 배우와 스태프간, 또 스태프와 스태프 상호간에도 지켜져야 할 첫 번째 덕목은, 원칙 안의 공평과 상호 존중이다. 공평하고 자유로운 생각의 나눔 속에서 서로의 예술적 덕목들이 발견되고 그것들이 연습장 안으로 쏟아져 흐를 때 우리는 함께 창조하는 희열과 작품의 완성도를 느낄 수 있다. 이 원칙을 철저히 지켜 가도록 더욱 애 써야겠고, 스타 배우든 데뷔하는 신인 배우든 작품에 참여하는 그 누구든, 모두를 공평히 섬기고 존중하며 프로덕션의 가치와 창조적 기쁨을 온전히 나눌 수 있도록 나부터 더 노력해야겠다.
우리 집에는 TV가 없다.(지금은 있다. 문제다...) TV가 없는 것은 아이를 위한 교육의 방편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내가, 스타들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싶지 않아서다. 나도 사람인지라 TV속의 익숙한, 나와 다른 삶을 살아가는 그들을 직접 대면할 때면 바라보는 눈과 생각의 균형이 흩어진다. 아무리 마음을 단단히 가져도 내적 우선 순위가 정해지고, 사회적 관계와 지위로서 주눅들 때가 있어 가능하면 대중 스타들을 일상에서 멀리하고, 혹 작품을 함께 해도 여느 배우와 똑 같은 방법으로 그들과 호흡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러나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대 스타들, 선생님들을 만나게 될 때면 이러한 균형이 흔들린다. 그래서 고민이다, 모질지 못함이.
프로덕션 안에도 자본주의 사회가 유도하는 경제적 가치는, 누군가에게 어떤 특권을 준다. 이 특권이 계속 주어지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박탈당하는 누군가의 권리와 경제적 차등이 생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또는 그것이 최소화 되도록 제작 스태프, 스타 개인, 연출부, 그리고 함께 참여하는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서로 노력해야 한다. 이 시장은 영화나 TV와는 달라서 자본이 흐르는 액수 단위가 다르다. 또 그 안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의 삶의 평균도 다른 시장과 비교해 다르다. 삶의 평균이 균형을 찾을 때, 이 시장을 지키는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이 생기고, 그 꿈과 희망이 이 시장을 더욱 발전시키며 곤고히 다지게 될 것이다. 내가 만나거나 접하게 되는, 또 받게 되거나 배려 당하는 모든 것을 당연히 여기지 않도록 나는 애쓰고 있다.
무대에 서는 사람은 누구나, 서 있는 그 하나 만으로도 충분히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