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출가 일기 49

휴일의 끝 / 2014년 즈음

by Pia Jong Seok Lee

휴일의 고요한 일상이 저물고 있다. 오일 간의 휴일은 충분한 잠과 가야 할 곳 없음의 자유, 가까이 있지만 함께 보낼 수 없었던 가족 성원 모두와의 피곤치 않은 부대낌들로 채워졌다. 제주도로 이주를 하면 어떨까 생각해 봤고, 해야 할 일이 있음에 감사했으며 눈동자 안에 담긴 나를 보기 위해 아내도, 루민이도, 두 마리의 강아지 줄리, 사랑이와 물속 고요한 미꾸라지 생수도 한 참을 쳐다봤다.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있다면, 의무적 대외 활동을 제외하고는 사적 개별 활동 속에 대외적 만남을 극히 꺼린다는 점이다. 돌아보고 섬겨야 할 선생님, 동료들이 밟혀도 마음만큼 몸이 움직이질 않는다.


어제 낮잠을 잤다. 한 참을 자고 일어나니 내 위에 이불이 덮여 있었다. 아내가 그랬거니 또는 처형이 그러셨거니 했는데, 루가 묻는다. “아빠 잘 잤어?” “응. 그래” 했더니 “내가 아빠 추울까 봐 덮어줬어”. 이 아이와 만 육 년 함께하는 동안, 처음이었다. 내가 돌봄이 아닌, 아이가 나를 돌본 것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들은 연출가라는 직업으로 무엇을 만들고 세상과 만나는 행위 이상으로 더욱 귀하다. 무언가 쓰고 싶고, 지금 만들어 가는 작품 외에 새로 만들고 싶은 작품들도 내겐 아직 많다. 가고 싶은 곳도, 보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내겐 아직 소년만큼이나 많고 급하다. 그런데 날 돌보는 작은 손길을 느낄 때, 급한 많은 욕심들이 나를 삼키지 않아야 함을 다시 알게 됐다.


내일이면 한동안 멈추지 못하고 또 한참을 걸어야 한다. 조금 귀찮고 조금 두렵기도 하지만, 잘 걷고 숨 쉬며 나로서의 나와 가족으로서의 나와 직업자로서의 나와 동료로서의 나, 그사이 만나야 할 나를 위해 천천히, 그러나 대차게 찾을 건 찾고 버릴 건 버리며 그렇게 계절을 보내고 맞아야겠다. 흐르는 시간 속에 우리의 마음도 삶도, 흐른다. 그 흐름에 순응과 거스름을 선택하며 부유하지 않겠다. 긴 연휴가 끝난다. 젠장. 쉼은, 무엇보다 빠르고 거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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