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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a Jong Seok Lee Aug 24. 2023

<캣 조르바 > in 하노이

23년 8월 14일 첫째 날, 월요일  맑음

8월 14일 첫 연습


오전

 8시 40분경 극장에 도착해 씨티엔 원장과 수석 기자이너 빵의 접견을 받았다. 어제도 우리를 태우러 공항까지 극장 매니저, 각 연기, 무용감독등과 함께 마중을 나왔었다. 씨티엔은 언제든 접견실을 사용하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요청하라고 했다. 차를 대접받았고 09시 연습 시간이 되어 공연장으로 함께 올라갔다. 배우들 20명은 이미 객석에 대기하고 있었고 빵의 소개로 우리가 한국 스태프가 먼저 한 사람씩 인사를 건넸다. 내 차례가 돼서 나는 통역을 통해 함께 작업해서 기쁘다, 우리가 먼저 경험을 가진 뮤지컬을 함께 작업하며 나누겠다. 서로 간의 문화 차이로 인해 오해가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언제든, 불편하거나 좋은 것이 있으면 묵히지 말고 바로 대화하며 풀어보자.라고 말했다. 우리의 인사가 끝나자 빵은 음식을 먹는 방법이 서로 달라서 한국 사람들이 그릇을 들지 않고 밥을 먹어도 그들 문화니까 이해하고, 한국 사람들도 베트남 사람이 그릇을 들고 밥을 먹어도 이상하게 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베트남에서는 바검이라고 부르는데 그릇을 상에 두고 고개를  숙여 먹는 것을 개가 밥을 먹는 것처럼 본다고 했다.


씨티엔과 빵의 안내가 끝나고 나는 배우들의 자기소개를 요청했다. 우리가 객석 제일 앞줄에 앉았기에 몸을 돌려 앉으려 했더니 극장 매니저 뚜안은 배우들을 무대로 불러 우리와 마주 보고 앉게 했다.



배우들의 자기소개


뚜엣 협력안무

새로운 한국작품 해서 좋다

많이 배우겠다

뮤지컬 경험 있다


호왕 연기감독 겸 배우

좋은 것 많이 배우겠다

트롤아이도 좋았다

뮤지컬 배우겠다

주말에 놀자


안무담당. 연극배우

제일 왕언니

경험 많지만 즐겁게 하겠다


투이

극장배우. 연극 경험 많고

뮤지컬 경험 없다


가수. 배우 아님.

한국 드라마, 영화만 알고 있다


가수. 배우 아님.

새로운 것 배우겠다


앙  

음악대학교 3학년 학생

오페라, 소프라노

뮤지컬 처음.


득탄

음학대학 4학년 학생

바리톤

뮤지컬 처음


25살

음악대학 4학년 학생

바리톤


극장배우

뮤지컬 경험 있다

무용기반


티엔

극장배우

뮤지컬 경험 없다

가수기반


극장배우

음악대 졸업. 팝 보컬 전공

2005 한국 방문 교류 공연.

한국 아이돌 빅뱅, 블랙핑크

좋아함


전끙 음악감독

트롤아이 참여

더 많이 나누자


히엔,

무용전공.

트롤아이 배우 참여

참여하고 싶다. 배우로서.

성공 후 회식하자


홍  

안무 및 배우

트롤아이 나비

캣 조르바 참여하고 싶다


냣안

보컬 전공. 극장배우

메조소프라노

뮤지컬 경험 있다


냔  

메조소프라노. 보컬 졸업.

극장가수 및 단원

오페라 교육받음.

트롤아이 엄마 참여

팝 싱어 잘함.

뮤지컬 좋아하고

뮤지컬 배우하고 싶다

뮤지컬 경험 있다.

안무, 연기 부족하다, 더 많이

배우겠다.


호아

뮤지컬 배우, 아동극 많이 해봄.

한국팀과 경험 있다

성우하고 있다.

일인다역 경험 많다, 성우로서.


팝  

배우. 연기전공.

뮤지컬 첫 경험.

많이 배우겠다


증션  / 배우관리. 출연 안 함

안무담당, 배우

경험 많으나

한국 뮤지컬 많이 배우겠다.

무대감독? 역할을 한다.


 서로 인사를 마치고는 10분 쉬고, 내가 뮤지컬에 대한 전반적인 강의를 2시간 진행했다. 단원들이 내가 말하는 내용을 통역을 통해 다 알든 못하든 뮤지컬이 어떤 것인지, 어떻게 뮤지컬 이해하고 또 예술가로서 준비하면 좋은지를 강의했다. 

 뮤지컬에 대해 알고 싶었어도 베트남어 검색에서도 충분한정보가 없었다고 했다. 연극, 오페라, 뮤지컬의 구분을 사전적 의미보다 실제적 관점에서 강의했고 뮤지컬의 장르적 특성과 표현방식에서의 다른 무대 예술과의 차이점, 프로덕션 시스템 등에 대해서도 강의를 했다.



점심식사

 이곳 고참 배우들이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해서 따랐다. 30대 후반부터 40대 후반의 고참 여배우들 7명과 30대 후반 남자 고참 배우 1명이 나와 우리 일행을 태국 식당으로 인도했다. 아직 서먹했으나 서로 나이를 말하고 아이  양육에 관한 얘기로 관계를 풀었다. 그 자리에서 엣이라는 고참 여배우가 뮤지컬 강의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베트남에서는 뮤지컬에 대해 알고 싶어도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고, 검색을 해도 자료 찾기에 한계가 많았다, 오늘 아침 강의를 통해서 뮤지컬이 어떤 장르적 특성을 가졌는지, 이번 워크숍과 쇼케이스를 준비하며 무엇을 배울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알 수 있어 기뻤다고 했다. 뚜엣은 내게 생선의 머리와 등뼈 부분을 권했고 나는 머리는 사양, 등뼈는 받아 두 손으로 뜯었다. 불편했고 평소 하지 않던 식사 방식이지만 그들의 선의에 답하고자 고맙게 받아 열심히 먹었다.


오후 1

안무 워크숍 1

2번 곡 '캣츠 파라다이스'

 걱정보다 배우들 이해력과 몸의 표현이 좋았다. 다행이라 생각했다. 안무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는데 음악감독의 가방이 공항에서 분실되어 애를 먹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비슷한 가방을 다른 사람이 가지고 갔고, 공항직원 통해 연락처를 받아 통화를 했고, 예정보다 조금 늦게 도착할 것 같다고 마중을 나갔던 극장 매니저로부터 연락이 왔다.  하루 늦게 오고, 오자마자 공연장으로 와야 해서 마음이 분주했을 텐데, 가방까지 그리되어 얼마나 지금 마음이 불편할까, 생각했다. 오늘 노래를 한번 같이 해봐야 내일 오디션에 지장이 없는데 가능한 시간까지 도착할 수 있을까, 그것도 염려됐다.


오후 2

음악 1

 다행히 음악감독은 잃었던 가방을 찾아 본인이 담당할 시간에 늦지 않고 도착했다. 반가웠고, 안도했다. 번역한 악보로  노래를 하려 했더니 성조가 문제였다. 6성조를 가진 나라이기에 적합한 단어를 음표에 맞게 배치하면, 베트남어 단어 자체가 가진 성조로 인해 노래를 불러도 의미 전달이 되지 않았다. 결국 기본의미가 전달되도록 노래 부르는 베트남 배우들이 직접 성조에 걸맞은 단어 배치를 하도록 협조를 구했다. 잠깐 쉬는데, 음악감독이 분주했다. 전화기를 잃어버렸단다, 이번에는. 사람이 마음이 급하고 뭔가가 꼬이니, 자꾸만 예상치 않은 일들이 겹쳤다. 털털한 그녀는 뭐 어떻게 되겠죠, 하고는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나라면 온통 그것에 신경 쓰여 집중이 흩어질 텐데, 그녀는 참 그런 면에서 유했다.



 성조의 변화로 인한 가사 수정과 처음 배우는 노래에 대한 여러 어려움으로 결국 17시인 퇴근 시간을 넘겼다. 음악감독은 먼저 노래를 배운 여배우들을 씨티엔 원장의 요청으로 퇴근시켰고 남자 배우들은 약 한 시간가량 노래를 더 배웠다. 그런데 반전. 공연장 무대 뒤편에서 여배우들 노랫소리가 들렸다.

다른 방에서 그들끼리 연습을 하는 모양이었다. 조연출에게 아까 원장이 배우들 퇴근 요청을 한 것이 아니냐 물었더니 그게 아니고 음악감독에게 전화기 찾았다고 말을 전한 거란다.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하는 것과 실제는 늘 같지 않았다. 오기 전 OT때 여배우들은 17시에 퇴근해야 한다고

들었던 생각이 사실의 실체를 내가 왜곡해 생각했다. 음악감독의 전화기는 택시에 두고 내린 것을

택시기사가 극장으로 가져다줬다고 한다.


작업

 대본과 지난 공연 영상을 살피고 배우들과 첫 하루를 지내보니 리에게 주어진 시간, 정확히 말하면 내가 배우들과 장면을 만들고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절대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급히 대본을 정리해 5곡을 줄였고 흐름이 끊이지 않는 선에서 몇 장면을 걷어내 약 20분의 러닝타임을 줄었다.


 오전 이후 기분이 좋지 않아 왜 그런지 돌아봤다. 기본 계획이 틀어지고 있었기에 직감적으로 내가 긴장하고 있음을 알았다. 유연해지자..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고 이곳 상황에 맞게 현장에서의 급변을 받아들이고, 그 안의 최선을 찾자. 되지 않을 것을 고집해 같이하는 사람들까지 내 눈치 보며 억지로 일하게 하지 말자, 마음은 먹었어도 아직 쉽게 다스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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