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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수빛날희 Oct 02. 2021

이것으로 충분하다

30만원어치 옷 장바구니가 12만원으로 비워지는 마법

선생님 제가 하고 싶은 블록이 없어요.

저기 파란색 쓰고 싶은데 다른 친구가 쓰고 있어요.

저도 저거 가지고 싶어요.


하루에 20번도 넘게 듣는 소리이다. 한정된 놀잇감 속에서 24명의 유아들의 모든 만족을 충족하기란 조금 어렵다. 왜 인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에 눈길이 더 가는지, 많이 가지는게 좋은건지, 순수한 6살 아이들도 남의 것이 더 좋아 보이기는 마찬가지인가 보다.


생활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충분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28살에 느꼈다.

자동차가 없으니 노래 들으며 걷거나 버스를 탄다. 

건조기가 없으니 비오는 날, 마르지 않을 것 같을 땐 빨래를 돌리지 않는다.

나가서 마시는 커피를 즐기기에 디자인 적인 컵은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애플워치보다는 2만원짜리 스마트워치로 충분하다.


방청소, 모든 계절의 옷을 품기에는 좁디 좁은 옷장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의식이었다. 그러면서 뒤로 쌓여가는 안입는 옷을 보며 멍해졌다.

가지고 있는 옷이 왜 이렇게 많은가, 나는 왜 이 많은 옷과 물건을 사는데 돈을 썼는가, 입지 않는 이 옷을 버리면 없어지는데는 얼마나 걸릴까. 나는 무슨 죄를 지은걸까 

정리하면서 나온 쓰레기를 보면서 가슴의 답답함을 느꼈다. 

 

없으면 없는대로, 가지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중이다.


옷 하나를 사려면 머릿 속으로 집에 있는 옷은 아닌지. 그러고 진짜 내가 필요로 하는 물건인가, 사면 뽕은 뽑을 건지, 가격이 합리적인지, 절대 그냥 사지 않게 된다. 피곤해진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물건을 내려놓게 된다. 그러고 집에 가면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가지므로 누리는 혜택이라면 정말 돈이 절약된다. 진짜 이건 진심 중의 진심이다.

월급의 70%이상을 저금해도 가끔 생활비가 남는다. 

아무 생각 없이 돈이 차곡 차곡 모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그게 다다.


대학생 때 이렇게 아낌없이, 생각하지 않고, 충동적으로 물건에 투자한 덕분에 지금은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생활가능하게 되었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요즘은 간소함에서 매력을 충분히 느끼고 있다.


자! 우선 장바구니에 고이 모셔둔 저 아름다운 물건들이 진짜 아름다운가를  다시 좀 더 감상해보자.

역시 저 물건은 나한테 필요하지 않는 물건이었네!

추석 보너스로 받은 돈으로 쉽게 30만원어치 옷 살뻔했지만 12만원으로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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