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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수빛날희 Sep 19. 2021

순간의 머뭇거림

아쉬움

순간의 머뭇거림


오늘 하지 않을 것 같았던 생리가 터졌고 그래서 과식을 했고 죄책감이 들 때쯤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잘 됐다.' 하며 산책하러 나갔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통화를 하다 집으로 돌아왔고 통화목록이 사라진 자리에는 친구의 부재중 전화가 여럿 걸려 있었다. 아뿔싸 오전에 친구가 시간 되면 들리겠다고 한 말이 번뜩 생각났다. 저녁 시간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길래 '오늘은 못 오겠구나' 하고 혼자 결론을 내렸고 그 뒤로는 완전히 잊어버렸다. 내가 마음이 너그러워서 약속을 했지만 못 지킬 수도 있는 거지 뭐 하고 나 자신을 대단히 여기고 있었는데 그건 착각이었다. 친구에게 실례를 범한 것이다. 급하게 전화를 걸어보니 친구는 집 앞까지 찾아왔었고 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다시 자신의 집으로 가는 중이라는 통화를 받았다. 미안하다고 지금 어디냐고 당장 가겠다고 했지만 괜찮다고 다음에 만나자고 하는 친구의 목소리에서 실망감이 조금은 느껴졌었다. 나는 그 순간 머뭇거릴 것이 아니라 잠깐이라도 얼굴을 봄으로 친구가 여기까지 와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몸으로 표현했었야 했다. 순간의 머뭇거림이었다.


이러한 순간의 머뭇거림은 이번뿐만이 아니었다. 

서울에서 외롭게 임용 준비하는 나를 위해 집으로 초대해준 이모네 집을 가면서 곱게 진열되어 있는 꽃다발을 보며 살까 말까 머뭇거리다 지하철 시간이 촉박해졌다는 이유로 빈손으로 찾아간 적이 있다. 그날 저녁 식탁에는 노란 프레지아 꽃이 꽂아져 있었다. 오는 길에 꽃이 너무 이뻐서 사 왔다는 이모의 말을 듣고 정말 후회했었다. 나도 사려고 했는데... 샀으면 이모가 더 좋아했을 수 있었을 텐데... 

생각으로만 한 생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결국 나만의 환상이었을 뿐 현실이 될 수 없었음을 안타까워해야 한다.



이미지 출처:https://m.blog.naver.com/sososo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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