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수빛날희 Sep 12. 2021

칠칠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운동을 매일 했다.  퇴근 후 헬스,  주말은 아침 8시부터 테니스


유치원 밥이 너무 맛있어서 여러 번 다시 뜨고, 야근에 주는 공짜 밥은 더 맛있게 먹어야 일하는 게 억울하지 않을 것 같아 열심히 먹고, 먹는 걸로는 스트레스받지 말자며 생활비의 70프로를 밥 먹는 데 사용하였다.

그러다 이러다가는 여름에 나시 티도 못 입고, 태닝도 못하는 여름을 보낼 수 도 있다는 두려움과 함께 유치원에 입사하고 처음 체중계에 올라갔다. 흠.. 고장 났나? 뭐야,, 설레게.. 에라이,, 몸무게가 적게 나온 것 같아 인바디를 재보기로 하고 양말을 차분히 벗은 채 인바디에 올라섰다. 오? 진짜? 몸 무게가 3킬로가 빠져나간 것이다. 그렇게 먹었는데 살이 빠졌다고? 뜻밖의 놀람은 입꼬리를 올리기에 충분했다. 


코로나 4단계, 

시에서 운영하는 테니스장은 잠정 폐쇄

헬스장은 평일 10시 마감, 주말은 6시 마감

여러 조건들이 만족스러운 운동 루틴을 가지고 살아가던 나에게 똥을 주었다.


다행히 나시티 입고 태닝도 했던 여름이 지나 가을이 오고 있는 현재에는 먹는 양은 그대로이지만 운동의 횟수와 강도가 현저히 낮아졌으니 아마 살은 당연히 쪘을 것이다. 숫자를 보지 않더라도 거울을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무기력감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하였다. 왠지 모를 귀찮으짐이 스멀스멀 발부터 올라오더니 가끔은 머리를 지배할 때도 있다. 귀찮으짐이 해야 할 일을 미뤘고, 의미 없이 보내는 시간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내가 살아가는 내 삶에서 충만한 삶은 부지런한 삶일 때 가능하다. 결코 집에서 그냥 가만히 있는 시간은 나에게 휴식이 아니었다. 책을 읽던, 운동을 하던, 커피 한잔을 마시러 카페를 가던, 혼자 걷던, 밖에 나가 싸돌아 다녀야 만족스러운 삶이었다.  그랬는데, 일어나서 2시간이고 3시간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다니,, 잠깐의 재미는 있었으나, 너무 배고프네 하고 핸드폰을 내려놓으면 드는 생각은 '아 이제 소중한 주말이 10시간 밖에 안 남았네.'이었다.


후회는 아쉬움을 남긴다. 지나간 아쉬움은 다시 잡을 수는 없으나 앞으로 마주치지는 않을 수 있다. 

내 나름이다. 다시 마음을 찾아가면 되는 일이다.


내 미래 집은 빩간 벽돌에 귤나무가 가득한 프라이빗한 집일 것이다.

토요일, 듣기 싫은 연수를 마치고 카페에 앉아 친구와 나랑 만나는 남자는 피곤하겠다는 이야기 하며 저녁에 동생이 만들어준 동파육을 맛있게 먹고 러닝을 하러 나갔다.

                                                                                          .

                                                                                          .

                                                                                          .

                                                                                   

 

그러고 핸드폰을 완전히 부셔 먹고, 다리를 심하게 긁혀먹었다...하하

부지런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것도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_____^

작가의 이전글 완벽한 소개팅 어디 없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