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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수빛날희 Sep 05. 2021

완벽한 소개팅 어디 없나요

소개팅을 했다고 다 잘되는 건아니.. 더라

이런저런 이야기 하기를 좋아하는 나는 친구들에게 아낌없이 나의 이상형을 원 없이 말하고 다녔다. "세상에 그렇게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니?" 돌아오는 말은  세상 사람 반은 여자 반은 남자 어느 정도 적당한 사람이면 충분하다는 말 뿐이었지만, 어릴 적 줄곳 보았던 연애 만화책, 드라마가 이미 나의 세상을 구축했기에 쉽게 생각이 바뀌지는 않았다. 그래도 현실이라고 하면은 경제 부분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경제력보다 많은 사람도 부담스럽지만 나보다 덜 한 사람은 안된다는 생각은 확고했다.


나는 혼자서도 잘 논다. 혼자서도 할 일은 참 많다. 그래도 혼자 하던 일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것도 재미있다. 물론  하는 일에 평가 없이 전적으로 동의해주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만이다. 


소개팅을 했다. 재력이 있는 집안의 남자였다. 깔끔한 셔츠와 향수를 뿌리는 꾸밈이 있는 사람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속으로 '오'를 외쳤다. 그랬던 추임새가 '음'으로 바뀌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테니스를 하다 보니 타버린 내 팔과 하얗게 빛나고 있는 그분의 팔, 흐므적거리는 식감을 가진 연어를 비선호하는 나와 선호하는 그, 문화생활은 줄곳 자연이라고 생각하는 나와 공연, 전시, 백화점과 같은 곳이 문화라는 그, 활동적인 운동을 하는 나와 필라테스를 해보고 싶다는 그, 철학과 에세이를 좋아하는 나와 소설만 읽는 그, 락교보다는 생강, 글로 써보니 참 많은 게 반대되는 사람이었다.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다. 흥미롭지 않았다. 성급한 단정만이 남아 있었다. 어색한 웃음과 예의만을 지키려는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이 들었다. 


"야 그냥 해주는 대로 해, 소개팅했다고 다 잘된데?, 네가 차일 수도 있어."

 "왜 그래도 멋진 사람한테만 소개팅 받을 거야."


완벽한 소개팅만이 나한테 올 것이라고 기대하던 나에게 이번 소개팅은 결국 멋있는 사람도 나한테 다 멋있는 건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다행인지 몰라도 혼자 맘에 들어 전전긍긍한 소개팅은  아니라 덜 슬프지만 아쉬움은 남는다. 한동안은 이미 떠나간 그분의 느낌을 곱씹어보면서 미련한 여운만을 회상해볼 것 같다. 

이렇게 뭐든지 잘 안된 건 아쉬움이 남는다.


나랑 잘 맞는 사람 어디 없나~ 오늘도 새끼손가락에 걸려있는 빨간실을 잡고 몇 번을 감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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