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는 말의 온도
처음엔 뻔한 로맨스인가 싶어 흠칫했다.
하지만 종합 평점을 보고 괜찮을 것 같아 바로 시청했다.
(나는 비포 선라이즈가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보고나서
오히려 안 봐서 더 좋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는 원테이크 기법이 많이 사용된다.
나는 이 기법을 정말 좋아한다.
마치 그 장면 바로 옆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주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 모두 NG 없이 흘러가야 하고,
그만큼 촬영 시간도 길어진다.
그래서일까. 완성된 장면을 보면 더 경이롭고 깊이 빠져든다.
짧은 영화였지만, 더 짧게 느껴졌다.
현실과 거의 똑같은 시간의 흐름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두 시간 뒤에 출발한다는 설정은
마치 시간제한이 걸린 폭탄처럼 긴장감을 만든다.
보는 나조차, 주인공처럼
‘제발 시간이 조금만 느리게 흘렀으면…’ 하고 바라보게 된다.
전반적인 색감은 옛 영화 특유의 노르스름한 톤이다.
제목처럼, ‘노을 직전의 햇살’을 닮은 장면들이 많다.
그 따뜻함이 그대로 전해진다.
프랑스를 간접여행 해본다.
길거리 풍경을 소소하게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유람선 관광은 덤.)
이 영화 속 인물들은 서로의 감정과 진심을 자주 숨긴다.
현실에서도, 우리는 진심을 반대로 말하거나
표현하기 어려워하곤 한다.
이 영화도 그렇다.
두 사람은 진심을 거의 반대로 말한다.
그래서 오히려 진심은
그 과장된 말 너머에 있다고 느껴진다.
(중반 이후에는 끝내 직접적으로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만큼 그 진심이 더 애틋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아까 말했던 처음에 오히려 선라이즈를 안 봐서 더 좋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이유는
이 영화만 봐도 과거의 추억이 그대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말하지 않아도 진심은 통하는 것처럼
둘의 감정선, 표정, 분위기를 보고 있으면 얼마나 서로 격정적으로 사랑했었는지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며 아름답게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적고 싶은 말만 적고 마친다.
작중 고양이 이름은 '안녕'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안녕’이라는 말은 참 묘하다.
만남과 이별, 둘 다를 품고 있다.
처음 만났을 때는 반가움의 안녕이 있었고,
기차에서 헤어질 때는 이별의 안녕이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둘은 다시 만난다.
이제 곧 또 한 번의 안녕을 할 시간이 다가온다.
영화는 관객에게 장난치듯 따뜻한 엔딩을 보여준다.
이제 펼쳐질 둘의 안녕은,
다음 만남을 기약하는 안녕일까?
아니면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그런 마지막 안녕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