쫀드기 기계 앞의 두 시점
내가 살던 옛 동네.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손에는 카페에서 산 아이스크림을 들고 옛 추억 탐방에 나선다.
왠지 여기서만큼은, 조급한 서울과는 다르게 걷고 싶었다.
한쪽은 풀들이 무성한 숲, 반대쪽은 도로를 낀 인도.
나는 그 사이를 걷는다. 자연과 도시의 조화를 천천히 음미하며.
목적지는 옛 초등학교.
등굣길 풍경이 아직도 선명하다.
익숙한 것 같은데, 어쩐지 조금 변한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걷던 중, 학교 앞 문방구를 지나치다 홀린 듯 들어섰다.
쫀드기를 기계에 어떻게 구워 먹는지 사장님께 묻는 꼬마.
괜스레 참견하고 싶어져, 나는 기계 앞에서 쫀드기를 굽는 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내 어린 시절의 시점이 겹쳐졌다.
시점은 같은데, 지금은 내가 어른이 되어 설명하고 있다.
묘하고 이상한 느낌. 마치 어른이 된 내가 과거의 나에게 쫀드기 굽는 법을 알려주는 것만 같았다.
문득 요즘 애들은 무슨 게임을 하나 궁금해졌다.
꼬마와 게임에 대한 소소하고 순수한 대화를 나눴다.
신나서 이야기하는 아이를 보니, 나도 어릴 적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저씨가 20년 전 여기 다녔었어. 신기하지?”
쫀드기가 다 구워졌다. 종이에 담아 건네자, 초등학교 5학년쯤 되어 보이는 형이 말했다.
“감사합니다 해야지~”
그러자 꼬마는 배꼽에 손을 얹고
“감사합니다.”
나는 반사적으로 “괜찮아, 잘 가~” 하며 웃었다.
잠깐이었지만 순수한 동심의 시간을 선물해 준 꼬마에게 고마웠다.
순수한 호의가 이렇게 기분 좋을 줄이야.
그 기분을 안고, 내가 어릴 적 살던 아파트로 느릿느릿 걸어갔다.
아파트 주변 울타리의 장미, 무성한 풀들,
길고양이랑 놀던 어느 골목길 어귀 사이,
순대꼬치를 손가락과 입술 옆에 묻혀 먹던 분식집.
모두 그대로였다.
그러다 주택 사이에 놓인 깨진 거울에 내 모습이 비쳤다.
알 수 없는 감정이 올라왔다.
나는 지나치려다, 발걸음을 멈췄다.
순수하고 아무것도 모르던 그 꼬마는,
세월이 흘러 훌쩍 커버렸다.
추억은 제자리로 돌아올 수 없기에 소중하고 아름다운 걸까.
미소가 스쳤다.
‘추억을 찾다가, 추억을 하나 더 만들었네.’
바람을 타고 온 쫀드기 냄새
나에게 또 하나의 추억을 안겨주었다.
신선한 바람이 내 팔을 감싼다.
추억으로 이끄려는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