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수능 실패에 관해, 회상
[못 본 지 오래야 ㅠㅠㅠ 보고 싶어~~]
[이제 드디어 수능 탈출인가?]
나는 휴대폰 화면을 꺼버렸다. 보고 싶지 않다. 이런 모습으로 세상과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를 세상과 격리했다.
첫 번째 수능은 가벼운 마음으로 응시했다. 거의 모든 주변 친구들이 수능을 준비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수능을 준비하게 되었다. 내가 해낼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지만, 나는 틀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아이였다. 주변에 나는 뭐든 잘하고 해내는 아이였고 그 기대에 부응해야 했다.
시험 합격에 여러 관념적인 의미들, 나 자신의 성장과 경험 같은 거창한 의미들을 붙여 놓았지만 사실은... 인정받고 싶어. 사랑받고 싶었어.
그렇게 나름 열심히 준비했던 첫 번째 수능은 실패했다.
실패는 쓰라렸다. 성공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다를 줄 알았어. 나만은 이 세상에서 특별한 줄 알았다.
내가 그리 특별할 것 없는 사람, 이라는 것을 확인한 쓰라림 이후 나는 조금 울었다. 그러나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첫 번째 시도는 준비와 경험이라고 핑계 댔으니.
그렇게 두 번째 시도를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은 해낼 아이,라고 나를 믿었지만 정작 나는 나를 믿지 못했다. 어디로 갈지 몰랐지만 주변 사람들을 실망시키기 싫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 그들이 바라는 대로 똑똑하고 야무진 아이가 되어 인정을 구하고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만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했다.
새벽 4시까지 공부했다. 하루에 4시간도 자지 않았다. 책을 5번 이상씩 보았다. 수면부족으로 팔다리가 항상 저리고 손은 항상 펜을 쥐고 있어 신경이 압박되어 찌릿거렸다.
하지만 무작적 시작한 공부는 어디로 갈 줄을 몰랐다.
뭔가 되는 것 같지가 않았다. 앞으로 나아가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의심이 싹트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될까?
그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해 나의 모든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공부를 하지 않는 시간에는 나를 학대했다. 씻는 시간, 자는 시간, 먹는 시간마저도 공부하지 않는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조금만 늦게 일어나도, 조금만 졸아도. 네가 그럴 자격이 있어?
그리고 그 에너지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나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다 네 탓이야, 네 탓.
그런 타박은 다음에 일어날 또 다른 부정적인 상황을 막아주지 못했고 실패, 자책, 실패, 자책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또다시 그 모든 것은 내 탓.
나는 내가 세운 계획도 제대로 못 지키는 사람이었고, 스트레스를 견뎌낼 만큼 강하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들이 나를 알고 있는 것처럼 야무지고 똑똑하지도 않았다.
별로인 인간.
그리고 그 사실에서 도망치기 위해 나는 불성실해지기 시작했다.
다른 책을 보고, 노래를 듣고, 동영상을 봤다.
새벽 5시까지 잠이 오지 않았고 항상 명치가 결렸다.
그러고 나면 또 자책을 반복했다.
저 사람은 너보다 더 못한 환경에서 성공했는데, 넌 왜 못해? 결국 의지가 부족한 거지. 간절함이 부족한 거야.
난 대단하지도 않았고, 사랑받을 만한 가치도 없었고 현실을 직시할 용기도 없는 약하디 약한 존재.
성공한 사람들을 보는 것이 괴로워졌다. 공부에 대한 어떤 언급도 피하고 싶었다. 그 앞에 서면 내가 너무나 못나 보였다. 그런데도 공부를 놓지 못했다. 될 거라는, 미래의 가상의 내가 되어 이상의 나에 집착한 것이다.
잘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모두가 내가 대단하다고 말해주길 바랬어.
그런 상태에서 본 두 번째 시험도 잘 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또 실패했어, 대단한 사람은커녕 남들보다 더 늦어버린 실패자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나의 불성실함 탓이다. 내 부족함 탓이다.
모든 게 내 탓이었다.
차가운 물에 손을 씻었다. 날카롭게 감각이 깨어나면서 현실도 그만큼 차갑게 느껴졌다.
수능에 두 번 실패한 실패자.
진짜로? 진짜 현실이야? 나는 누구보다 성실하고 똑똑한 아이였는데.
진짜 내가 그런 사람이 되었다고?
비참한 현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