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타닥타닥, 너무도 비참한 모습으로 쓰러진 나를 공격하던 빗방울이 갑자기 멈췄다.
웬 남자가 우산을 들고 서 있다.
순식간에 얼굴이 뜨거워졌다. 방금 비참한 기분이 무색하게 나는 벌떡 일어나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보이려고 애썼다. 온 힘을 다 쓰고 비도 맞은 탓에 몸에 한기가 들었다.
남자는 말없이 우산을 내게 내밀었다.
약간은 어색하고 민망한 기분으로 우산을 받아 들었다. 꼴이 엉망이었다. 어떻게 보였을까. 미친 사람처럼 보였을까?
노란 가로등이 켜진 작은 골목길. 가로등 불빛에 비가 흩뿌려지는 것이 노랗게 비쳐 보였다.
우산 너머로 남자가 따듯한 캔커피를 내게 건넨다.
"아... 감사합니다."
건네받은 커피에서 온기가 전해진다.
남자는 조용히 그대로 서있었다. 고마웠지만 민망한 마음에 어떤 말을 더 해야 할지 몰랐다.
어색한 침묵에 받은 따듯한 커피를 한 모금 넘겼다. 향긋한 커피 향이 식도를 타고 온몸에 퍼진다. 금세 온몸에 온기가 돈다. 떨림이 멈췄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죽을 것만 같았는데 낯선 이의 작은 호의와 커피의 온기가 조금은 위로가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말없이 노란 빗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나는 그 뒷모습을 잠시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