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시마와 안도 다다오의 건축
예술의 섬 나오시마에 가공할 미를 지닌 건축물이 있다.
나오시마, [지중미술관, 2004]
사진 출처 : http://benesse-artsite.jp/en/art/chichu.html
모네의 수련 연작과 제임스 터렐, 월터 디마리아와 같은 예술가의 작품이 전시된 지중미술관은 나오시마 섬 가장 깊숙한 곳에 자신의 몸을 숨긴 채 존재감을 드러낸다.
오로지 자연광만으로 밝혀진 이 거대한 미술관을 돌아다니게 되면 한 걸음 한 걸음 마다 새롭게 펼쳐지는 공간경험에 넋을 잃게 된다.
나오시마, [이우환 미술관, 2010]
참으로 멋진 건축물이다. 노출 콘크리트로 둘러 싸인 복도와 계단을 걷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오래 있을 만 한 장소는 아니군’
따듯한 것들, 포근하고 부드러운 것들은 어디에 있는 걸까?
다다오의 세계에는 인간이 좋아하는 감각이 배제되어 있다.
인간이 좋아하는 것들이란 위에서 말한 것 처럼, 사람들이 실내에서 시간을 보낼 때 선호하는 요소들이다. 편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가구들, 적정한 체온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냉,난방 시스템, 그늘을 밝혀 주는 조명들… 그런 것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질서정연한 콘크리트 블록들은 외부인과의 교감을 거부한 듯 차갑게 식은 몸을 서로 붙들고 있었다.
입구에 당도한 사람들은, 이견의 여지 없이 정해진 방향과 정해진 통로를 따라 정해진 속도로 천천히 걷는다. 가끔 고개를 돌리며, 정해진 끝을 향해 나아간다.
기하학적으로 구성된 내부는 코너 뒤에, 벽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예측하지 못하게 만든다. 당신의 몫이 아니라는 듯.
같이 걷던 일행에게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 어떻게 보면 좀 감옥같이 생기기도 했네. ’
‘ 이런 감옥이 집이라면 평생 살 수도 있겠는데 ‘ 라는 대답. 나는 무응답으로 동의 했다.
그만큼 아름다웠다.
미술관 밖으로 나오며 찾아오는 뭔지 모를 해방감.
눈부신 햇살과 어지럽도록 일렁이는 수풀, 잔디, 나뭇가지, 나뭇잎…. 생명이었다.
한켠, 허락받지 않은 공간에 들어갔다 나온 느낌이 들기도 했다. 누구에게?
등 뒤에는 콘크리트 벽으로 이루어진 방이 있었고, 앞으로는 나오시마 섬의 대자연이 펼쳐졌다.
뒤로 돌아 들어갈지, 앞으로 나아갈지 고민했다. 양 쪽 다에게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 된 기분이었다.
나오시마, [나르시스의 정원, 2022]
섬에서 가장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는 언덕배기의 흙과 돌을 파내고 깎아서 건물을 짓고, 그 위에 다시금 흙과 돌을 덮어서 이 거대한 인간의 공간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긴 까닭은 단 하나였다. ‘ 섬의 자연 경관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 ’
거장이라 불리는 예술가들은 자연에 도달하고자 한다.
콘크리트와 강철과 유리로 만든 직선의 건축물, 있는 그대로 물질의 의미를 탐구하는 모노하의 이우환, 하늘의 빛 그 자체가 가장 완벽한 예술 작품임을 주장하는 제임스 터렐, 집앞의 연못에서 삶의 모든 감정들을 담아내려 했던 모네, 이 조그마한 섬에 한 데 모인 그들은 자연의 가장 자연스러운 형태를 숭배하거나, 인공적인 모든 것들을 한 곳에 꼭꼭 모아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기려 한다.
그는 사람을 위한 건축을 하지 않는다. 자연이 가장 불가해한 상태로 유지될 수 있도록 가장 단순한 목적을 위해 기능하는 배경을 만들기 위해 벽을 세우고, 방을 파낸다.
고대에, 인류가 스스로 몸을 숨기며 살던 거대한 동굴들을 제외한다면, 그는 가장 자연친화적인 건축물을 만드는 건축가일지도 모른다.
나오시마, [이우환 미술관, 설치미술 <무한문> 앞 전경]
살면서 꼭 한번들 들러보면 좋을 관광지. 미술관,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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