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은 책임감이 없다"

책임감이라는 20대에서 사라진 덕목에 대하여

by 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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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단에 속하든, 오래도록 살아남는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책임감이다. 내 인생과 내가 속한 곳에 대해 책임감이 없다면 주변으로부터 신랄하게 비난받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기의 앞가림조차 제대로 하기 힘들 것이다.


내가 속한 연합동아리에서 굉장히 무책임한 사람들을 보곤 한다. 프로젝트의 팀장을 맡아 놓고 결석비가 아깝다며 뒤늦게 퇴부를 통보하는 사람, 평소 학술 모임에는 얼굴도 안 비추다가 MT가 되어서야 슬쩍 나오는 사람, 발표 자료를 연례 행사마냥 준비해오지 않고서는 20분 전에 나에게 통보해 '이거 니가 해'라고 하는 사람까지,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 다양한 유형의 무책임함을 보여주는 사람들이 많다.


결석비가 내기 싫어 퇴부를 통보했던 사람에게는 끝까지 후임을 지명하게 했고, 발표 자료를 준비해오지 않은 사람은 도와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끝까지 양심이란 게 없는지, 화가 나서는 온라인 회의에서 일방적으로 퇴장했다. 양심이란 것이 남아 있다면 그럴 수 있을까 싶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것이 상식이다. 내 사정이 어떻든지 간에 내가 맡은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에는 자신의 업무를 후임 담당자에게 인수인계는 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다. 발표 자료를 준비해오지 못한 경우에는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 자신으로 인해 피해를 본 이들에게 양해를 구한 후 다음 시간에 더욱 보강해서 발표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받았던 카톡이나 문자들은 "내가~"로 운을 띄워 "부담이 되어", "바빠서" 따위의 책임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발언들로 가득 차 있었다. 끝까지 미안함을 표하는 말은 한 마디도 없는데, 이런 사람들을 봄에 있어서 본인들이 원하는 좋은 회사에 취업은 할 수 있을지... 아니 애초에 직업을 유지할 수는 있을지 참 궁금해지는 하루가 있다.


사실 최근 20대에게 이런 말을 하면 꼰대라는 소리를 듣는 와중이다. 하지만 나는 이 글을 같은 20대로서 쓴다. 누군가는 우리 세대 안에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내가 겪었던 일들을 돌이켜 보면, 분명히 많은 또래가 책임감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은 맞다. 물론 나가는 것 자체는 자유다. 하지만 "난 나갈 테니 니들이 알아서 해"라든가, "나 바빠서 못했으니 니가 해"라는 식의 태도가 옳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다. 누군가는 이런 기본을 좀 더 일찍 알려줬어야 하지 않았을까.


일부는 이러한 태도가 새로운 세대의 당연한 방식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자신들의 독특한 가치관이 현대적인 삶에 더 적합하다고 믿고, 기존 방식은 구시대적이라고 일축한다. 하지만 진정한 특별함은 그 가치를 남들이 인정할 수 있거나 최소한 자신의 책임을 다한 뒤에야 설득력을 가진다. 또는 남들이 인정하지 않더라도 압도적인 수준의 성과와 능력이 갖추어져 있을 때에만 특별함이 인정되고, 이는 자신들을 더욱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발표 자료를 만들고 인수인계를 하지 않는 것이 어떻게 '특별함'인지는 잘 모르겠다. 게다가 현대적인 삶에 더 적합하다는 생각도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발표 자료 한 장 준비하지 못하고, 인수인계조차 귀찮아하는 사람이 주장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 과연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최근 들어 세대 갈등이 심각해지는 것은 알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누구에게 더 많은 책임이 있냐고 하면 20대라고 보고 있다. 물론 기성세대의 '근거 없는' 말이 합리적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내가 맡은 일은 완수하고 나간다'는 보편타당한 명제를 기반으로 책임이라는 의무를 부여하는 것조차 비판하고 비난하는 이들은 스스로의 삶과 가치관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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