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남(하이난 海南)에 위치한 힐튼 호텔
힐튼 하이코우 메이란 | Hilton Haikou Meilan | 海口鲁能希尔顿酒店
때로는 숙소 자체가 나의 여행 목적이 되기도 한다.
호텔 주변에 관광 명소가 없어도, 맛집이 없어도,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 할지라도, 그 호텔이 품고 있는 낭만에 이끌려 떠나는 순간들이 있다.
힐튼 하이코우 메이란은 감성의 멋이 있는 호텔이었다.
투명한 유리벽 수영장에서 바라보는 호텔 전경은, 마치 유럽의 어느 한 성에 온 것 같은 낭만을 선사한다.
산책로 끝 철문을 열고 나가면, 프라이빗한 바다가 해 질 녘 감성을 선물한다.
호텔 앞 바다를 걷다 보니, 어렸을 적 외할아버지가 떠올랐다.
선장이었던 외할아버지는 참 낭만적인 분이셨다.
댁은 항구 근처였는데, 그곳에 놀러 갈 때마다 특별한 저녁을 선물해 주셨다.
손수 끓이신 백숙을 냄비에 꾹꾹 담으신다. 그리고 포구로 향한다.
노을이 불그러히 아스라져 보랏빛으로 물든, 방파제 둑 한켠에 돗자리를 편다.
파도를 따라 헤엄치다가, 할아버지의 부름에 달려가 백숙도 한입 먹었다가, 갯바위의 숨어있는 게도 쫓아갔다가... 그렇게 보랏빛 방파제가 별빛 검은색이 될 때까지 한참을 놀았다.
돌아오는 차 안, 신나게 놀았던 피곤함에 점점 눈가가 무거워진다.
창문을 통해 바다내음 먹은 바람이 살랑살랑 머리칼을 들어올린다.
할아버지가 나지막이 따라 부르시던 카세트테이프의 한 노래가 파도소리처럼 귓가에 일렁인다.
그날 처음, 낭만이라는 감정이 마음가에 흘러들어왔다.
카세트 플레이어에서 들려왔던 그 노래,
'저 별과 달을 by 어니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