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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비용으로 호텔 1박 비용 날릴 뻔한 사연

세탁비용으로 호텔 1박 비용 날릴 뻔한 사연

"똑똑"

호텔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잠이 깼다.

눈을 비비며 부스스 일어나 문을 열었다.

환한 얼굴의 호텔 직원분께서 인사를 하시며 무엇인가를 건네주셨다.

잠이 덜 깬 상태로 받았다. 


잘 보니 내 수영복이다.

'이걸 왜 직원분께서 가지고 오신 거지??'


 보니 수영복이 세탁되어 있다.

마치 다려진 것 같은 각이 잡힌 수영복과 하얀 습지에 곱게 쌓여있는 수영모가 보였다. 

'왜 이게 세탁되어 있는 거지?'


잘 보니 세탁 계산서도 곱게 쓰여 있다.

'세탁 계산서?' 

264.5元(약 5만 원)의 세탁비가 쓰인 계산서를 보고 잠이 확 깼다. 

338元에 이 호텔에 묵고 있으니, 1박 비용만큼 느껴질 정도로 생각보다 큰 액수였다.


컨시어지에 전화했다. 세탁 서비스를 신청했던 적이 없었기에 매우 당황하여 

"어... 누군가가 제 옷을 가져가서 빨았어요"

나의 첫 문장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아마 컨시어지 직원분께서도 이게 무슨 상황인가 했을 것이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상황 설명을 드렸다.

"저는 세탁을 요청한 적이 없는데, 제 수영복이 세탁되어 방으로 배달되었어요. 그리고 세탁비로 264元이 청구되었습니다." 


컨시어지의 한 직원분이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내가 묵고 있는 방으로 오셨다. 

직원분께서 세탁백 겉면에 쓰여있는 글귀를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이 가방은 세탁을 요청할 때 사용하는 가방입니다. 호텔에서는 이 가방을 수거해서 세탁을 한 후 비용을 청구합니다. 세탁물이 들어있는 것을 확인 후, 세탁을 하여 룸으로 배달해 드린 것입니다."

 

이틀 간의 내 모습이 급박하게 스쳐 지나갔다. 

호텔 투숙 첫날, 옷장 안에 비치된 하얀색 부직포백을 보았다.

튼튼하고 방수도 잘 될 것 같은 느낌의 이 백을 보고 수영복을 넣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어떤 용도의 백이며,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 채... 


수영 후, 젖은 수영복들을 그 백에 넣었다. 물기로 축 늘어진 수영복들을 넣기에 안성맞춤이다. 방으로 돌아온 후, 탁자 위에 그 백을 올려두고는 까맣게 잊었다. 그 이후로는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직원분께서 말씀하셨다. 

"손님께서 조식을 드시러 간 사이 하우스키퍼분이 방에 객실 청소를 하려고 들어오다가 이 세탁백을 보고 가져가서 세탁을 하신 것 아니실까요?"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나 또한 일리 있는 반론(!?)을 시작했다.

 

"이게 제가 만약 세탁을 맡기려고 거였으면 안에 수경이 들어가 있을 리가 없잖아요..."

세탁백 안에 들어 있던 수경을 꺼내 보여드렸다.

"그리고 방에 돌아왔을 때 객실 청소는 안돼 있었어요..." 

3일간 'Do not distrub(방해하지 마시오)' 버튼을 켜놓아서 객실 청소가 안된 널브러진 방을 보여드렸다. 


마지막으로, 불쌍한 표정을 탑재한 최후 반론을 이어갔다. 

"저는 그냥 이것이 세탁백인 줄 모르고, 그냥 종이가방처럼 사용한 거였어요..."


컨시어지 직원분께서는 내가 세탁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은 모든 정황을 파악하신 후 떠나셨다. 

10분 후, 밝게 웃으시며 다시 돌아오셨다.


"이번 세탁비는 청구되않을 것입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와,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고개 숙여 인사드렸는데 컨시어지 직원분의 이름표가 보였다. 다시 한번 감사인사를 전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lla Wang."


어떻게 내 수영복이 세탁실까지 가게 되었는지 여전히 미스터리지만 

이후로 세탁백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날의 세탁백 사건으로
호텔 경험치가 +1 상승하였습니다.
   




힐튼 옌타이 골든 코스트  

Hilton Yantai Golden Coast  

烟台金海岸希尔顿酒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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